흥미로운 지리 이야기□ 신연희
책지기를 만나다

2020-02-26 09:08:57

고백하자면, 나는 길치에 방향치이다. 동서남북을 구분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을 애먹었고 한달간 매일 다닌 길조차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며 GPS와 내비게이션은 21세기 현대문명의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중국지리, 세계지리 등 지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 한권을 읽고 나니, 지리와 지도가 이렇게 력사와 문화에 밀접한 련관이 있는 줄 일찍 알았다면 진작 재밌게 공부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살짝 들기도 한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이 책을 만난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공유하고픈 마음이 간절하게 드는 책이다.

‘지리는 늘 중요했다. 우리가 착각했을 뿐이다.’

이 책은 인류문명에서 가장 오래동안,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가 지리라고 단언한다. 더불어 여기에서 상당부분 벗어났다고 착각하는 오늘날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지리가 문제라는 걸 차례로 확인한다. 게다가 지리의 영향이 줄어들었다 착각하는 동안 중국의 해양 진출, 북극을 둘러싼 각축 등 지리의 힘은 더욱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리적 특성과 지리의 법칙을 리해하지 못한다면 오늘을 리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불가능한 듯하다.

요즘 류행하는 말로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다. 부모의 재력과 재정적 지원에 따라 자녀의 삶이 얼마나 질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일컫는 은어이다. 마샬 팀의 이 책은 ‘지리적 특성’을 근거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금수저 국가와 흙수저 국가로 구분했다. 주변에 자신들을 괴롭히는 나라나 집단이 없고 넓은 땅에 자원이 풍부하며 기후가 온난한 곳에서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데 이렇게 ‘축복받은 지리’는 그 구성원들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일 뿐 후천적으로 쟁취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 마치 사람으로 비유했을 때 좋은 집안에서 태여나는 것과 같다. 같은 론리로 주변의 강대국과 적대 집단 때문에 싸움이 끊이질 않고 좁은 땅에 자원도 없는 데다 기후마저 렬악한 곳에서 산다는 것은 저주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이 꽤 넓다. 중국, 미국, 서유럽, 로시야, 한국과 일본,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총 10개다. 책에서는 한 지역 한 지역씩 각각의 지역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장, 단점들을 라렬하여 분석한다. 특정 지역에만 해당하는 지리적 요소들도 일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10개 지역 모두에 적용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지정학적 요소들이다.

이 책은 일석삼조다. 이 책을 통해 지리학과 세계정세를 배우면서도 각 지역에 얽힌 력사까지도 배울 수 있다. 그러므로 팀 마샬의 이 책은 지리, 력사, 정치 서적이기도 하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 안에 풍부한 내용들이 명쾌하게 담겨져있다. 세계적인 이슈를 짧은 시간 안에 알아가기에 이만한 서적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읽어내려가다 보면 머리를 갸웃하게 되기도 한다. ‘지정학적 조건이 뛰여나다면 무조건 금수저 나라가 될 수 있을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관건이 지정학이 아니라 권력과 부의 재분배가 민주적으로 이뤄지는 정치,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팀 마샬의 이 ‘지리 결정론’은 자칫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십분 공감하되 꼭 의구심을 버리지 말아야 해야 한다. ‘지리’는 단연코 유일한 요소가 아닐 수도, 꼭 불변하는 개념이 아닐 수 도 있다는 것들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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