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봄 (외 4수) □ 백진숙

2020-03-05 15:38:42

돌아눕던 땅 속 벌레들도

눈 감아 버리고

환성 지르며 뛰여오던 립춘도

흠칫 멈춰 서버렸다


푸른기발 추켜들고 달려오던 봄도

삼심륙계 줄행랑이다

마스크 끼고 도망치느라 분주하다


검은 망사 찢어 던지고

당신들 갑속에서 풀려 나는 날

더 멋진 초록옷 떨쳐 입고

상봉의 눈물 휘뿌리며

그대들과 뜨겁게 포옹하리니


2월이 부르짖는 웨침소리

멈춰선 계절


마스크의 호소


설날 아침

매장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누워 자다가

주인이 불러대는 사구려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앉았다


밖을 내다보니 칼바람 등에 지고

장사진 이루며

뱀처럼 꿈틀거리며 서 있는

갑속에 든 저 허무의 대오

허공은 달려오는 공포의 눈길 감아쥐고

인차 돌아앉아 버리고

-한장만 더 한장만 더

얼이 빠져 련속 부르짖는

가련한 저 목소리들

하늘도 하염없이 눈물 쏟아 내는데


한짐 가득 지고도

매장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저 욕망의 눈길들

뺑소니 치기에 더 급한 구름과 바람

코웃음 치며 상공을

배회하는 검은 유령들


-내 기꺼이 백의 천사들과 함께

저 검은 유령을 베내는

한자루 창검이 되리

인류에게 광명을 주는

한줄기 빛 되리


령 혼


깃털보다 더 가볍다는 그대

몸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모든 것을 조용히

허나 무겁게 지배하는 당신


그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데

가끔가다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미치도록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몸의 지퍼 열고 가슴 터지게 불러봐도

종시 나타나지 않더니


세월의 강 건너가는 님 부르며

혼절하던 그 찰나

문득 보아버린 당신

저가락같은 눈물 떨구다가

빛처럼 사라지는 그대 령혼


여 름


텅 빈 고향의 여름밤

고독은 밀물처럼 방안에 흘러들어

물샐틈없이 에워싼다

이불짐마저 곁에 풀어 놓는다


차거운 고독의 엄습이 두려워

이불로 온몸 감싸나 어림도 없다

얼어붙은 고독을 달 별의 애무로

태양의 포옹으로 녹이기엔 턱부족이라

여름인데도 추워서 덜덜 떤다


후예여

그대가 떨군 태양 하나

고향의 저 하늘에

다시 좀 높이 띄여주소


태양이 뜨며는,

내 고향에 태양이 뜨며는

타향갔던 친인들 모두 환고향하고

사랑에 울던 사람들의 언 마음도

얼어붙었던 고독의 덩어리들도

다 녹아 버릴 것이리니


여름은 고독을 몰고오는 괴물

고향의 여름은 아직 춥기만 하다


지워진 글씨


아차

후회약 한알 삼키는 사이

울며 떠나간 바람

코웃음치는 구겨진 옷 집어들고

진동한동 쫓아갔다


구름은 붉은등 켜고 앞길 막고

사람들은 못본체 제 갈길만 급하다

긴 다리 내밀어 자빠뜨려 놓고도

눈 부라리는 구렁창이들


코피 터지며

다시 일어 날 때마다

달아난 사랑 얼른 주어

호주머니에 깊이 감췄다

  떨구어 버린 차키가 히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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