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김혁

2020-03-12 15:31:57

거울 앞에 마주서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방송 전문프로에서 알려준대로 하얀 색의 무직포(无纺布)면을 안으로 하고 남색 방수층을 바깥으로 하고 금속 띄가 있는 부분을 우로 향하게 착용했다. 혹여 거꾸로 끼지 않았나 다시 살펴 보았다. 손바닥으로 량볼쪽을 잘 펴주어 마스크와 안면 사이에 틈이 없도록 했다.

추위를 막고자 방한복을 입고 옷에 달린 후드를 눌러쓰고 립체형 마스크를 착용하니 삼엄하게 꾸민 품이 마치 판타지영화에 나오는 등등한 로보트처럼 보였다.

3중 구조의 필터를 적용해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 보호가 가능한, 방역용에 적용되는 마스크였다. 안감은 피부자극 테스트를 완료한 원단이며 사용자가 착용 후 답답하지 않도록 3D 방식의 립체 구조 설계로 면적을 넓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예방을 위해선 이러한 등급의 3D마스크가 요즘들어 너나가 다투어 사들이는 필수품이다.

이전에는 딸애 또래들이 멋을 부리고 개성을 살리기 위해 마스크를 짐짓 착용했지만 요즘들어 마스크는 그무슨 기호와 멋의 선택이 아닌 제1 필수품으로 자리매김되여 있었다. 사재를 털어 마스크를 기부하는 기업인들이 있는가 하면 그 와중에 마스크를 사재기 하여 한 몫 챙기는 야말스러운  인간들도 있어 요즘 마스크는 부쩍 많이 떠오르는 화두였다.

이 마스크를 사고저 시가지 곳곳의 약방들을 참빗질 했다. 두 세시간 씩 줄을 서기도 했다. 목타는 기다림 속에 규정대로 한정량이나마 다섯장의 마스크를 사들고는 또 다른 약방으로 달려 갔다.

그렇게 련 며칠간 진동한동 뛰여다니며 온 가족이 한동안 착용할 수십장의 마스크를 구해들였을 때 그 성취감은 그야말로 무인도 기암 틈새에 감추어진 보물함이라도 찾아 든 심경이였다.

개선장군의 심정으로 집에 돌아와 안해와 딸애에게 마스크를 보란듯이 내놓았다.

- 수고했어요. 여보

- 아빠 최고!

금붙이를 생일선물로 받기라도 한 듯, 마스크를 착용해 보며 딸애와 안해는 그렇듯 기뻐했다. 출근도 못하고 학교에도 가지 못한채 집에 붙박혀 무형의 초조감에 꺼둘려 있던 그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화사한 미소가 피여 올랐다.

그 무슨 신화 속 신농씨(神农氏)처럼 신산유곡을 헤매며 약초를 구하듯 애면글면 약방들을 누비다 돌아온, 목이 타하는 나에게 안해가 랭장고에서 시원한 과일시럽을 꺼내 컵에 그득 따라주었다.

가슴 한자락 습윤하게 적셔주는 음료의 청량함을 느끼던 나는 은연중 사과배 꽃이 백사지(白沙地) 같이 피여 있는 과수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과수원 사과배 나무 아래 서있는 쪼글어 든 사과배 같은 얼굴 하나를  떠올렸다.

- 어머니에게도 마스크 몇장 가져다 드려야겠소.

나는 그어떤 계시의 부름을 받은 신자처럼 급기야 소리를 높여 말했다.

- 아무렴요, 그런데 여보…

안해가 미간을 찌프렸다.

- 어찌 다녀 오겠어요, 구역통제기간이라, 차도 못 뛸턴데.

안해가 마치 현애탄을 건너는 사람을 걱정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하긴 안해의 말이 맞았다. 혹한과 함께 덮쳐든 귀축같은 바이러스때문에 세상은 질겁해 저마다 문을 꽁꽁 닫았고 빈지를 한겹 한겹 걸었다.

초유의 사태에 아파트 단지마다 봉쇄관리에 들어갔고, 현성과 시가지 사이의 뻐스며 일체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였다. 어머니가 계시는 향촌마을도 언녕 여느 마을처럼 봉쇄되여 외부인원들의 출입이 금지되여 있을터다.

- 그래도 한번 가봐야겠소, 이 사태에 로인네가 홀로 어떻게 지내는지, 설 문안조차도 못갔는데.

무던한 며느리였던 안해는 아무 말없이 내가 사온 마스크 중에서 한세트를 덜어내여 내주었다.

오래만에 밖으로 나왔다.

립춘에 내린 눈은 아직도 녹지않고 있었다. 꽁꽁 봉한 모자와 마스크 틈새로 서려드는 랭기가 선뜻하니 차가왔다.

아파트 단지를 출입하려면 ‘통행증’을 내고 자신의 동선을 일일이 체크해야 했다. 한 가족 중에 하루에 한사람 밖에 바깥 출입을 못하게 되여 있다.

아파트 관리원 몇몇이 특별히 붉은 조끼를 차려 입고 아파트 단지의 대문가에서 지키고 있었다.

통행증을 내보이고 아파트 동 번호와 층수를 말하고 출입등록부에 신분증 번호와 전화번호를 일일이 적었다.

지키는 사람도, 드나드는 사람도 모두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마스크 우로 드러난 미간에는 단단한 긴장이 서려있었다.

대문가에 커다란 방역 포스터가 몇장 붙어 있었다.

진지한 표정의 만화 캐릭터에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읍시다’라는 예방수칙이 적혀 있었고 또 한 포스터에는 무한의 절경 황학루 앞에 피여난 화사한 벚꽃과 이 곳의 명물인 사과배꽃이 어우러져 핀 중에 ‘힘내세요 무한!’이라는 비원과 응원의 문구가 커다랗게 씌여져 있었다.

다른 포스터에는 ‘겨울이 왔으니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영국시인 쉴레의 명시의 한 구절도 패러디해 씌여 있었다.

거리는 텅 비여 있었다.

실북 나들 듯 하던 차량도, 희희락락 오가던 사람도, 온 거리를 왁자하게 메우던 소음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우뚝우뚝 솟은 건물들은 마치 빙동되여 방치된 어물을 방불케 했고 그 사이를 걷노라니 마치 한부의 블록버스트급 영화제작을 마치고 비여진 세트장이라도 걷는 양 싶었다. 시가지를 꿰질러 홀로 걷노라니 몽매(梦寐)에라도 들린 듯 싶었고 쓸쓸한 감 까지 들었다.

(우리가 왜 이지경에까지 이르렀을가?)

나는 아침나절에 누군가 위챗 모멘트에 올린 한구절을 떠올렸다. <자연의 역습>의 저자 월터스가 갈파한 경구였다.

“현대사회는 ‘환경전염병’이라는 자연의 역습에 직면해 있다.

광우병, 에이즈, 사스와 같은 환경전염병은 동물을 매개로 감염되지만, 실제 이를 불러들인 주범은 욕망의 충족을 위해 자연에 개입해 온 인간들이다.”

엄슬(严瑟)한 바이러스에 맞닥뜨려 집에서 연금아닌 연금생활을 하면서 은연중 사색하는 버릇을 키우게 되였다.

시가지를 벗어나는 경계에서 또 한번의 검역이 있었다.

신분증번호를 댔고 겸역원이 들이미는 전동 면도기를 방불케 하는 체열검사기 앞에 고스란히 이마를 들이 대였다.

- 36도 5! 정상입니다.

제복차림에 마스크를 꼭 낀 녀자 검역원의 눈섭은 김에 불려 하얀 서리가 앉아 있었다.

- 어데를 멀리 가세요? 이 사태에.

검역원이 텅 비다 못해 적요가 감도는 고속도로를 홀로 걸어 온 나에게 물었다.

- 어머니를 보러 갑니다. 걱정돼서요.

나는 열심히 대답을 주었고 검역원이 사뭇 정중하게 목례를 했다.

- 건강하세요!

요즘 항간에서 가장 많이 주고받는 인사를 검역원과 서로 주고 받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나는 마스크 뒤에 숨은 미소를 다시 떠올렸다.

남들이 뛰쳐나오는 병원체 속으로 다시 뛰여드는 용감한 ‘역행자’들의 소식이 련일 뉴스의 톱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포기를 모르고 병마와 맞서 싸우며 희망의 백신을 만드는 그들의 고전은 눈물겨웠다. 마스크 뒤에 숨어있는 견강한 미소가 결국 이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이 사회의 건강한 힘의 원천이 되지않을가 생각해 보았다.

마스크 사이로 벅찬 입김을 털며, 씨엉씨엉 걸음을 옮기며 시가지를 벗어나 또 한식경을 걸으니 국도 곁에 과수원이 무대장막 뒤의 진풍경처럼 펼쳐졌다.

우리의 선인들이 척박한 동토의 땅에 보습을 박고 이룩해낸 결실, 명물 사과배 밭이였다.

과수원에서 나서 자란 나에게서 이곳은 익숙했다.

봄이면 사과배꽃이 백사지 같이 환하게 피였고 가을에는 사과배 향이 언덕넘어 골골을 메우곤 했다.

봄이 되여 사과배 꽃이 피면 꽃에 수분을 해주어야 했다. 과수원의 사원들뿐만 아니라 집집에서 동원한 일가 친척들이 몰려들어 그날이 명절이였다.

작은 링게르병에 담긴 화분을 솜방망이로 찍어 꽃술에 묻혀 주곤 했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재채기를 해가면서 너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열심히 수분을 했다. 그래야만 수확의 계절에 가지가 휘여들도록 사과배가 알알이 달릴 수 있었다.

그때는 화분 알레르기때문에 너나가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요즘은 느닷없는 바이러스의 침투때문에 마스크의 풍경을 다시 보아야 했다. 그리고 요즘들어 바이러스의 위협에 지지름 당하면서부터 평면으로만 안일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이 3단 폴더형 설계의 마스크처럼 립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좀 쉬여 갈가 하다가 그냥 걸음을 재촉했다. 과수원이 보인다고 다 온 것이 아니였다. 어머니의 집은 무연하게 펼쳐진 저 과수원 막바지의 더기 아래에 있었다.

홀어머니를 시가지의 엘레베이트가 장착된 좋은 집에 모시려 해도, 조건이 좋은 경로원에 모시려해도 어머니는 굳이 머리를 저었다. 머리를 얹어서 여태까지 한평생 묻혀 살던, 아버지의 유골도 잠자고 있는 이 과수원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가을이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장년의 주먹보다도 더 큰 일등배를 아들 집에 전해오곤 했다. 무거운 사과배 박스를 이고 뻐스를 두번 갈아타며 오시곤 했다. 그러다 년세가 깊어져 요즘은 거동이 불편함에도 인편에 보내주시는 걸 잊지았다.

- 배가 먹기 질리고 치아가 시려 못 먹음 즙으로 갈아서 먹어도 괜찬타, 먹을만 허다.

친히 만드신 사과배 시럽도 보내주셨다. 딸애가 밤늦게 공부하다가도 마셨고, 나도 회사의 행사끝에 숙취에 힘들때면 그 사과배 시럽을 마시면 한결 속이 풀리곤 했다.

그런 어머니가 요사이는 가는 귀가 먹어 일껏 갖추어 드린 핸드폰을 아무리 울려도 잘 듣지 못하신다. 그러다가도 며칠이 지나서 뜬금없이 “전화왔대고나, 이궁 못 받았고나”하고 혀를 끌끌 차며 며칠 전에 드린 전화에 응답을 하시곤 했다.

바이러스가 엄습해 오자 걱정되여 전화를 드렸지만 받지 않으시는걸 보면 아마 또 듣지 못하셨나 보다. 그런 어머니가 안스러웠고 바이러스 때문에 설 문안도 못가 본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방역용 마스크 몇장이라도 꼭 챙겨 드리고 싶었다.

드디여 국도와 농로가 린접한 곳에 이르렀다. 평소 자가차로 대여 오려면 20분도 못 될 거리를 도보로 오려니 세시간 좋이 걸은 것 같다.

란장 속에서도 서설인듯 큰 눈이 내렸고 사과배 나무가 렬을 지어 서있는 언덕과 농로는 눈 이불로 하얗게 덮여 있다.

문득 앞에서 누군가 오는 것이 보였다. 길에서 만난 검역원들 외에는 사람이라고는 보지 못했는데 이 눈길로 누군가 오는 것이 보였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을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로 고요에 구멍을 내며 힘을 걸어오고 있었다.

천지에 깔린 백설의 시린 빛때문에 눈시울을 좁히고 언덕길로 위태위태 걸어내려오는 그 사람을 헤아려 보던 나는 문뜩 어떤 예감에 가슴이 뜀을 느꼈다.

작은 체구에 숙어든 어깨, 왜소한 몸집의 그 사람은 겨울 옷으로 꽁꽁 일신을 감쌌어도 그 체구의 륜곽으로 보아 분명 내 어머니임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 어마이!

나는 엎어지듯 언덕길로 달려올라 갔다. 그리고 마스크를 내려 어머니에게 얼굴을 드러내 보였다.

- 아이고 이게 뉘기냐? 우리 큰 아덜.

사람 하나 없는 자드락 길에서 마주친 나를 우두망찰 쳐다보던 어머니가 나의 손을 와락 부여 잡았다.

- 이렇게 외통 길에서 만나다이, 다들 오금 무사하냐? 손네는 핵교 못가서 어떡하냐? 며누리 몸은 괜찮고? 이 란시통에 어떻게들 지내냐.

어머니는 나를 만나자 바람으로 외려 당신쪽에서 걱정을 삼태기로 쏟아 내셨다.

- 우린 다 괜찮습니다. 설에 문안조차 못오고 죄송합니다. 어머이.

- 일없다. 어쩌겄냐? 다 그놈 육시랄 ‘옘병’때문이지.


맨 끝가지에 높이 달린 사과배 알을 쳐다 보듯 고개를 한껏 들어 나를 쳐다보며 어머니가 말했다.

- 그런데 어델 가십니까? 어머이 날씨가 찬데, 이 란시에.

나는 반가이 그리고 원망조로 말했다.

- 쬐꼼 거기 가마이 있어바라

걸어 온 길이 벅찬 듯 숨을 거세게 삭이며 어머니가 호주머니에서 무언가 뒤적뒤적 거렸다. 신문지에 꽁꽁 감싼 무언를 꺼내들었다.

털장갑을 낀 손이 말째인 듯 어머니가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넣어 장갑을 벗었다. 갈수년(渴水年)의 과수나무 가지 같은 앙상한 손이 드러났다. 그 손으로 신문지를 벗겨 내렸다.

드디여 드러난 그 것은 마스크였다.

- 응, ‘입가리개’다. 니들한테 줄려고 시방 갖고 가는 길이다.

시골에서는 때로 송아지 주둥이에 가리개를 하곤 했다. 설사를 하는 송아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쌀겨를 먹거나 벽을 핥거나 할때면 입가리개를 하루동안 해두곤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사람들이 끼는 마스크도 ‘입가리개’라 부르곤 했다.

-향정부에서 내려와 마을 사람들에게 가리개 열장씩 나눠 주더라. 내사 그러께 쯤 쓰던게 있으니까, 니들을 줄려고 이렇게 가져왔다. 새물내 나는건 시내 사는 니들이 껴야 멋이지, 내사 무슨, 더군다나 이거 꼭 껴야 그 코로나인지, 코뚜레인지 하는 옘벵이 까딱 곁에 와 붙지를 못하지.

그러고보니 어머니는 평소에 쓰던 보통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새롭게 빨아 착용했을 터지만 분명 오래동안 쓰던, 때국을 벗지 못한 마스크임이 일견에도 알렸다.

순간 나는 코잔등이 매콤해짐을 느꼈다.

- 그래 우리 한태 이 ‘입가리개’ 전해주려고 길을 나섰나요? 이 추위에, 이 먼길을。

나는 어머니의 벗은 손에 다시 장갑을 끼여드렸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찬히 뜯어 보았다.

털수건 속 동리(冻梨) 같이 쪼그라든 얼굴, 합죽이에 종이장 처럼 붙어 있는 낡은 마스크, 원색을 알아볼 수 없게 물 간 목수건, 그리고 해여진 신 코숭이에 묻은 흙과 눈…

당신은 정작 때국에 절은 낡은 마스크를 쓰시면서도 자식들에게 새 마스크를 전하려고 어머니는 차가 끊긴 이 먼 길을 나서신 것이였다.

나는 돋솟아 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품에서 내가 가지고 온 마스크를 꺼내들었다.

- 저도 어머니한테 마스크를 전해 주려고 오는 길입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말벌을 쫓는 사람처럼 손사래를 쳤다.

- 내사 누에 고치처럼 하루 죙일 집에 백혀 있는 몸이니, 이거문 된다. 새거사 니들이 써야지.

- 어머이, 요즘 이 전염병은 무서운 것이여서 평소 쓰던 마스크로는 예방할수 없어요. 꼭 방역용 마스크를 껴야 한답니다. 어머이.

3층으로 돼 있는, 바깥부터 안까지 각기 방수층, 려과층, 쾌적층으로 만들어진, 마스크 착용 시 잘 흘러 내리지 않으며 립체적 구조로 쾌적한 호흡이 가능하다는, 3D 립체마스크의 공능까지 어머니에게 설명해 드릴 수 없었다. 말해도 알아 듣지 못하 실 것이였다.

- 어머이의 ‘입가리개’는 제가 받을게요. 그러니 어머이도 제 효도를 받으셔야죠.

나는 어머니가 가져 온 마스크를 품에 넣고 내가 가져온 마스크 한세트를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그중 한 개의 포장지를 뜯어서는 어머니에게 정히 씌워 드렸다.

- 고우세요 어머이.

내가 립체 마스크를 착용한 어머니를 보며 만족하게 웃었다. 마스크 속에서 어머니도 분명 웃는 듯 했다. 벌의 더듬이처럼 눈섭꼬리가 올라갔고 마스크가 움찔했다.

- 갑시다,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 내사 집이 조기 코 앞인데, 촌 길목 다 막고 검사하길래 정작에 외지 사람들은 못들어 간다. 치븐데 얼시덩 집으로 돌아가거라, 집엘.

어머니의 힘이 들어가 있는 손이 다독다독 나의 등을 밀었다.

- 아무쪼록 몸 건강하십쇼 어머이.

그 말을 하고나니 또 눈물이 울컥 차올라 나는 얼른 길에 나섰다.

언덕길을 내리다 다시 돌아보니 어머니는 새길의 그 언덕 우에 아직도 서 계셨다. 새 마스크를 착용한 어머니의 모습이 새뜻해 보였다.

돌아가시라고 어머니를 향해 손짓을 했다. 어머니도 나를 향해 손을 저으셨다.

- 얼시덩 가거라, 얼시덩.

멀리 서 계셨지만 어머니의 다수운 목소리가 다 들리는 듯 했다.

과수원의 자락, 조매로운 꿈 길 같은 곳에 선 어머니는 마치 오래전에 뿌리 내린 한 그루의 사과배 나무를 방불케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등 뒤로 무연하게 펼쳐진 과수원, 사과배 나무가지 마다에 눈은 소복히 내려서 쌓여, 하얀 배꽃이라도 피운 듯 하였다. 마치 봄이라도 정녕 온 듯 싶었다.

- 겨울이 왔으니 봄은 멀지 않으리.

방역 포스터에 씌여진 쉴레의 시구가 떠올랐다.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이 배여있는 마스크를 품에 꼭 간직한 채 나는 다시 먼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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