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고요 (외 1수)□ 박장길

2020-03-12 15:39:46

밤을 하얗게 칠하며

알 듯 말 듯 알 수 없는 미소가

온 세상을 지우며

새벽을 벗겨내서

백발의 어둠이

내 창가에 고즈넉하다


나는 나를 더 참을 수가 없어

하늘의 지혜 같이 쌓여

하얀 여백으로 펼쳐진

때묻지 않은 순수 우로

쑥쑥 발을 뽑아가며


두줄로 나를 심는다

래일을 심는다

내 소리의 씨, 내 생각의 씨

마음을 더욱 가난히 키우리라


반 고호의 얼굴을 련상시키는

소나무들이 어둑어둑 줄 지어

땅의 여유를 자랑하는

큰 나무 마음속으로 가며

발밑에서 으스러지다

뭉치는 소리로

순백의 고요를 깨고 있다


나무들의 발목을 죄며

그립도록 내려쌓인

순백의 미소 속에

혼자 가야 할 마지막 한걸음도

남기고 싶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날마다 밖으로 나간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을 만나리라


참으로 많은 가지들을

나에게서 바람이 꺾어갔다

이 땅을 딛고 사는 삯으로

절망을 사랑하며 셈 치뤘다

나의 발은 이제 알게 되리라

순백의 숲에 이르는 길을!


설산


장백산이 쏟아낸 산들이

정지된 파도처럼

한장의 산수화로 펼쳐있다가

흰겨울을 두껍게 껴입고

구불구불 백룡으로 날아올라

순백의 서정으로

하늘을 휘감는다

그 꼬리에 감겨

태양이 휘둘리다가 뿌리워

서산에 부딪쳐 피를 흘리며

  하루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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