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세상 엿보다
사회 고발, 량날의 검

2020-03-20 08:14:09

《다크 워터스》

대기업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롭 빌럿’은 할머니의 지인인 ‘윌버’의 예상치 못한 의뢰를 거절한다. 그러나 윌버의 농장에서 거대 화학기업인 듀폰의 독성 페기물질에 들어있는 C-8에 의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소들을 본 롭은 큰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조사 끝에 프라이팬, 렌즈, 아기 매트 등 독성물질이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한 사실을 깨달은 그는 안해인 ‘사라’와 동료인 ‘톰’을 비롯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듀폰과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사회 고발 영화의 목적은 량날의 검이기도 하다. 사건의 실상을 묘사하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영화의 완성도가 미흡해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크 러팔로가 주연을 맡고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다크 워터스 (黑水)》도 다르지 않다. 과거 테플론에 사용되였던 C-8이라는 유독성 화학물질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실화의 무게감을 온전히 전달하는 대가로 영화의 완성도를 일정 부분 잃어버렸다.

영화는 수십년 시간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듀폰’이라는 기업이 어떻게 진실을 감추어왔는지를 상세히 묘사한다.

영화는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일러준다.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영화들은 흔히 가해를 가한 기업 혹은 개인을 악역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듀폰만을 악역으로 몰지 않는다. 듀폰의 악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사회제도를 함께 도마 우에 올린다.

사람들이 공공을 위해 작동한다고 신뢰했던 사회 제도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듀폰과 롭이 법정 공방을 벌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롭과 변호사들은 웨스트 버지니아주 정부가 제도적으로는 흠결이 없지만 듀폰 주주들이 참여해 중립성이 훼손된 회의를 통해 수도물의 C-8 함유량을 정했음을 밝혀낸다.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 자막에서도 아직 규제가 가해지지 않은 수많은 화학물질이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동시에 《다크 워터스》는 기업들이 시스템을 악용하고 정부가 이를 묵인하는 구조와 관행이 개개인의 무관심과 동조로 인해 가능했다고 일갈한다. 작중 일반 시민들은 테플론의 독성을 경고하는 롭과 피해자들을 비난한다. C-8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역학조사중에도 많은 이들은 듀폰이 잘못된 일을 할리가 없다며 그들을 힐난한다. 사회의 안정을 무너뜨리며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롭은 울부짖으면서 우리는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스템은 조작되여 있었고 그들은 제도가 시민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전부 거짓말이라고 한다. 그는 합의를 리행하지 않으려는 듀폰에 맞서 투쟁을 이어나갔고 그 결과 현재 C-8의 사용은 금지되였다.

영화는 롭의 절규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사회를 신뢰하는 이들에게도 피해자를 만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혀서 조금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 모든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롭은 물론 그들 모두가 다 영웅이라고 말한다. 《다크 워터스》는 엔딩 크레디트가 나오기 전 영화에 출연한 사건의 실제 인물들을 한명 한명 짚어주면서 마지막까지 세상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는 리유를 일깨운다.

기업, 사회, 시민들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상적인 메시지와 별개로 《다크 워터스》의 극적 완성도는 끝내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전문적인 내용을 꾹꾹 눌러담아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보를 뱉어내듯 전하는 장면들이 있고 이는 작품의 접근성을 감소시킨다. 또한 롭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철저히 도구적으로 사용된다는 문제가 있다. 사건의 전말부터 일정 단계의 마무리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옮기기 위해 애쓰는 영화는 사건의 굵직한 반환점이 있는 년도들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이처럼 긴 시간을 2시간의 러닝타임에 쑤셔넣다 보니 필연적으로 등장인물들의 드라마가 빈약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다크 워터스》를 보고 나면 마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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