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감주 (외 5수)□ 배소윤

2020-03-26 15:22:30

보리고개 적셔 온

터밭의 향기

농익은 어둠속 구수한 이야기


새벽 우는 초록빛 아침

하얀 옷고름 날릴 때


꽃나이 기워맨

구멍난 행주치마

색바래진 항아리에

눈물 찰랑거리네




폴 댄스 추는

아지랑이 고운 자태

빛줄기 안고 감돌고


겨울새 입맞춤 흔적

반짝이는 빙설 사이로

복수초 노랑 웃음 흘리며

고개 내민다


향기의 유혹 못 이겨

뛰쳐나온 동네 강아지

자유 물어온 꼬랑이


청자빛 고운 하늘에

수묵화 그려놓는다


립춘


겨우 내내 움츠렸던 애벌레

간지럽히는 해살의 손끝

입술로 꼭 깨물었다


부서진 무지개빛 가루

입속으로 굴러든다


새우잠 자던 강아지 풀

이불밑 내민 고사리 손

바람의 얼굴 만져본다


길차비 떠난 봄 아씨

향기들의 속삭임

배낭이 웃음주머니 출렁이고

신들메 사이로 돋아나는

희망의 씨앗

두팔 발려

방망이질 하는 태양의

허리 그러안는다


봄눈


한적한 시골길

봄빛 무르익는 소리

미소 풀어 헤치고


비뚤어진 굴뚝

말라버린 잡초의 손끝

산새 한마리 기웃거리다

입김 불어 넣는다


시간의 손목 잡은

고목의 나무 가지마다

내려 앉은 순백의 사랑


흙냄새 숨 쉬는 하늘에

불멸의 꽃송이 수놓는다


신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꿈을 들어올린다


말라버린 척박한 땅

거친 호흡 흩뿌리며

모질게 쌓아온 눈물탑

달려온 세월의 무릎위에

와르르~ 무너진다


걸리고 밟히고 닳고 닳아도

무작정 끌려다니는 믿음

찢겨진 영혼의 상처

빛오리로 한뜸한뜸 기워서

포근히 껴안아준다


패랭이꽃


후미진  골목 뒤안길

그리움 받쳐 든 미소

빨간 등불 켜고

기다림  불태운다


초록색 쫄바지

푸른 밤 공기 입고

슬픈 쏠로 연기하며


추억의 향기 낚아

앞치마에 주어 담는다


빛 줄기에 기댄

가녀린 슬픔

한가닥 야릇한 미소

  사랑의 그 이름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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