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수물 소리(외 4수)□ 강효삼

2020-04-03 09:08:12

깊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침묵을  깨고

계절의 언살을 살짝 찢으며

똑ㅡ 하고 떨어지는

처마 밑 락수물 소리

들릴듯 말듯 은은해도

그 두터운 빙벽을 뚫고

우주의 자궁에서

용케도 뛰쳐나온 봄의 첫 울음소리다


큰 강물은 항상 작은 내물이 모여 이루고

큰 소리는 항상 작은 소리에서 시작되거니

별빛 꿈꾸는 밤과 밤지나

해살이 하얗게 여무는 오늘에 들리는

저 겸허함과 경건함의 낮은 목소리는

계절의 도래와 밀착되여

무한한 가능성의 세월을 열어놓으면서

놀라운 세상의 변혁을 알리는

크나큰 울림과 호소력으로 우주를 채울 것이다.


수평선 1


바다를 손에 넣으려고

바다를 뒤쫓아 무작정 질주하던 하늘이

마침내 바다를 따라잡았다

숨가쁜 소리도 없이

아에 바다우에 넙적 엎드려

바다가 되여버렸다

이제 바다와 하늘은 떨어지지 않는다

서로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리고 사랑에 굶주렸으면

붙어잡고 놓지를 않을가

아주 붙어버린 두 입술

만일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있다면

수평선일 게다, 위대한 포옹으로 맺어진.


주 름


세월은 제자리서 물러난 후 어디로 갈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망설이다가

드디여 내 이마에서

여유있게 정착할 곳을 찾았는가.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얼굴에 세월이란 주름살을

고스란히 그물로 비끄러 매놓는 것

나이가 씨실날실 그물이 되여 뒤덮히자

오래 머물기 싫은 젊음은

어느세 약삭바르게 도망치고

이마우엔 늙은 세월만 빈 그물로 남는다

기나긴 생의 길들이 이리저리 꼬이여 얽힌 그물

온통 이마를 뒤덮어 마음마저 후리려한다

허지만 이제 이 훤한 그물 사이로

절망과 비관은 갈대로 가라 하고

희망과 추구만은 결코 빠져나가지 못하게

그물에 꼭 얽어매놓을 거다.


진달래꽃


누가 볼세라 조심조심

꽁꽁 여민 앞가슴

날따라 고무풍선처럼 부풀어올라

더는 숨길 수가 없나봐

초경의 큰 애기  그만

바싹 조였던 가슴띠 풀고

터질듯 몽글은 젖몽아리

부끄럼도 잊은 채 활 열어젖혔네.


고 향


태줄을 묻었다 하여 고향이 아니다

고향은 피줄을 묻어야


몸담고 살았다 하여 고향이 아니다

삶의 뿌리가 내린 보금자리여야


되는 대로 산 곳도 고향이 아니다

사랑하며 산 곳이 고향이다


고향은 떠날 수는 있어도

버릴 수는 없는 곳


과거만 남은 곳도 고향이 아니다

래일이 있어야 고향이다


그렇다면 나의 고향은 어디인가?

어디가나 고향이라 하지만

버리고 떠난 이 때문에

  영혼은 가고 껍대기만 남은 고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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