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 신연희

2020-04-08 09:03:07

서른여섯살 다자키 쓰쿠루는 철도회사에서 역을 설계한다. 역을 만든다는 행위는 그에게 세상과의 련결을 뜻한다. 과거의 상실을 덮어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처음으로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두살 년상의 려행사 직원 기모토 사라는 고등학교시절 다자키 쓰쿠루가 속한 완벽한 공동체와 그 결말에 대해 듣고 불현듯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순례의 려정을 제안하는데…

흡인력 있는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씩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능력은 상상력의 산물일가 아니면 직접적 경험에 의거한 노력의 결과물일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집필하고 나서 있은 한 인터뷰에서 “어느 날, 문득 떠올라서 책상 앞에 앉아 이 소설의 맨처음 몇행을 쓰고는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느 정도 길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반년 가깝게 이 이야기를 묵묵히 썼다.”고 한다.

하루키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비슷하다. 일어나는 사건이 극적인 것에 비해 서술방식이 담담하다. 그 담담함 때문에 읽을 때 부담스럽지 않다. 나는 하루키의 그 담담함을 좋아한다. 묵묵히 삶을 꾸려나가며 만나는 사람들,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주인공에게 혹은 주인공을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어떤 일깨움을 주고 상처를 보듬어준다.

소설이 텅 빈 감정의 공백을 메워준다고 생각한 건 최근에서야 드는 생각들이다. 무작정 이야기를 따라 소설을 읽어가던 때와는 다른 충족감이 소설을 읽어가며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텅 빈 감정을 어떻게든 채우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자기만족을 위한 ‘어떤 것’에 끊임없이 자기를 몰두한다. 핀란드 려행을 준비하던 이 소설의 주인공 쓰쿠루에게 ‘순례의 해’는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어떤 것’이였고 나에게 있어 하루키 소설도 텅 빈 것을 채워주는 그 ‘어떤 것’이다. 하루키가 근본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한켠이 뭉텅 비여버린 내 사고를 채워갔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10대, 20대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부대끼며 어울리다가 지금은 아예 련락도 되지 않는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였고 그렇게 소원해질 리유도 없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관계가 멀어질게 된 걸가?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우리는 그렇게 몸서리치고 눈치 보기에 바빴던 것 같다.

우리는 형태가 없는 무언가를 쌓아가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더하여 가져야 할 마음가짐 하나, 타인과의 관계는 내 의지 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 그렇게 흘러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가끔은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개성이 있고 개성에 맞게 인간관계를 잘 맺어간다고 말이다. 여기서 쓰쿠루의 직업이 역의 엔지니어로 설정된 리유가 있다. 새로운 역을 짓기도 하지만 역을 유지 보수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한다. 기차는 하루에도 몇번씩 역을 지나친다. 때론 오래 머무르기도 하고 통과해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을 유지 보수하는 일이다. 여기저기 망가진 역을 보고도 손 놓고 ‘난 원래 이런 인간이야, 아주 못났지.’라는 것이 아니라 쓰쿠루처럼 용기내여 부딪쳐보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질문이 뒤따라 온다.

우리의 역은 과연 어떨가?

이 소설에 대한 전반적인 필자의 평은 ‘무형의 관계에 대한 깨다름은 있었으나 감동은 별로 없었다.’이다. 스토리 자체가 어둑컴컴하고 우울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스쿠루가 순례를 마쳤을 때, 련인 사라의 스쿠루에 대한 ‘사랑의 짝대기’ 결과는 알려주지 않고 끝난다.

‘헐, 우중충하게 전개했으면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좀 해주지.’라며 카타르시스에 목말라했지만, 뭐 그게 작가의 마음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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