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은 사랑을 싣고□ 박초란

2020-04-10 09:27:53

설부터 기나긴 ‘방콕’의 나날이 시작됐다. 시작은 있어도 아직까진 끝이 보이질 않는 ‘방콕’. 이제 바야흐로 아물거리는 아지랑이에 온몸의 사래기가 쫘아악 펴지고 여러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며 맑은 새소리 구성진 봄날이 오래지 않아 찾아올 것이지만. 그리고 기필코 찾아올 것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 전세계를 기습하고 있는 요즘은 집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나라에 기여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집에 박혀있으면 전염병에 감염될 우려가 적어지고 또 감염되지 않으면 나라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말이 되겠다. 하긴 이번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환자 한명을 치료하는 비용이 적어서 몇만원 지어는 몇십만원이라 하니깐 감염되지 않는 것이 나라에 대한 기여가 될 만하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비상시기엔 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더라도 다이어트 같은 건 고려하지 말고 영양가를 따져 잘 먹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단단한 박달나무가 좀이 덜 먹는 것과 같은 도리이리라!

그래서 나도 ‘방콕’해서부터 살과의 전쟁을 잠시 포기하고 내 자신은 물론 식구들까지 잘 챙겨먹이기에 신경전을 벌렸다. 하루 세끼를 꼭꼭 챙겨먹는외에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등을 골고루 따져서 식단을 꾸몄다. 요즘만은 일하던 녀자가 전업주부로 탈바꿈한 느낌이다.

아무리 식단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외엔 나머지 시간을 죽이기가 무료해서 늦은 오후에 오래전부터 벼르던 소설책을 펼쳐들었다. 한 백페지쯤 읽고 나니 어깨가 결리고 눈이 아물거려서 보던 책을 옆에 제쳐놓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서 요즘 들어 바싹 주의 깊게 들여다보던 위챗 료리방을 들여다보았다.

이 료리방은 지인이 만든 단체대화방인데 166명 성원으로 구성되여있다. 대부분이 주부들이고 또 쌀에 섞인 뉘처럼 료리에 깊은 흥취를 가지고 있는 몇몇 남성들도 있다. 그중 연길에서 태권도관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은 료리실력이 주부들 빰칠 정도다. 그가 한 료리는 주부들이 감탄을 자주 자아내군 한다. 료리를 잘하는 데다가 얼짱이기도 해서 료리그룹에서 인기가 짱이다. 누군가가 그 관장한테 ‘태권주부’란 영광스러운 명칭을 달아줬는데 그날부터 모든 성원들이 다 태권주부가 아니면 그 관장의 성을 따 고주부라 불렀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이면 성원들이 자기 료리들을 예쁘게 찍어서 채팅방에 올린다. 뿐만 아니라 매일 기본 한가지 료리레시피가 공개되여 초보거나 아직 합격된 주부로 되기엔 일정한 거리가 있는 주부들한테 큰 도움을 준다. 나도 이 료리방에서 몇가지 료리를 배워서 예전보다 식단이 퍼그나 다채로워졌다. 그래서 모든 성원들한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료리그룹이다.

한참 허리쉼, 눈쉼 하고 읽던 책을 계속 읽으려던 생각은 어느 하늬바람에 날려갔는지 완전히 료리방의 대화내용에 빠져들었다. 한 초보 주부가 난생처음으로 찐빵 만들기에 도전해 나섰는데 여러 주부들이 대화그룹에서 성원과 함께 찐빵 만들기를 원격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보 주부도 여러 주부들의 조종 대로 하나하나 움직이고 있었다.

초보 주부가 “효모 한봉지의 3분의1을 37도 정도 되는 물에 조금 풀었슴다. 섞으람다?” 하고 묻자 지켜보던 주부들이 대답을 한다.

“효모 너무 많아도 안될 건데?”

“밀가루 100그람당 효모 1그람임다.”

……

초보 주부는 유경험 주부들이 시키는 대로 로보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이윽고 반죽사진이 올라왔다. 꽤나 매끄러운 반죽이였다. 초보 주부는 시키는 대로 온도가 따뜻한 전기담요에 전기를 넣고 발효시키다가 급한지 아예 밥통에다 발효시키고 있었다. 처음으로 찐빵을 해보는 초보 주부가 수십명 성원들이 지켜보는 데서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느라 긴장감과 더불어 조급할 것 같기도 하다.  반죽 발효시간은 기본으로 40분 이상이여야 하는데 초보 주부는 벌써 사진을 올린다. 반죽은 육안으로 봐도 알리락 말락 할 정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주부들은 어이없었던지 아직 제대로 발효되지 않았으니 자꾸 들여다보지 말라고 했다. 웃음이 쿡 나온다. 어쩐지 기대가 되였다. 그리고 이 찐빵이 제대로 될지 하는 궁금증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아예 끝까지 지켜보기로 작심을 했다.

밀가루반죽이 끝내 제대로 발효되였다. 초보 주부는 시키는 대로 빵모양을 빚었다. 좀 서툴긴 했지만 그래도 동그란 모양을 갖추었다. 2차발효에 들어갔다. 그 사이 초보 주부는 빵을 찔 찜기를 찾았다. 한참 찾다가 맞갖지 않으니 아버지가 청국장을 한창 발효시키고 있는 찜기 안의, 채 발효되지 않은 청국장을 들어내고 거기다가 찜보를 펴고 다른 주부들이 시키는 대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올려놓았다. 주부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아마도 두세번 간격조절을 한 듯했다.

2차발효도 끝났다. 올라온 사진을 보니 제법 동동 불어난 찐빵모양이였다. 2차발효도 잘된 것 같았다. 이젠 가스레인지에 찜기를 올려놓고 빵을 쪄야 했다. 또 주부들의 원격조종이 시작되였다.

“15분가량 익히면 됨다.”

“알았슴다. 물이 펄펄 끓을 때 올리고 끓이겠슴다.”

15분! 어쩐지 숨막힐 것 같은 15분이였다. 멋 모르는 초보 주부는 하루가 멀다하게 매일 위챗에 올라오는 찐빵 만들기가 쌀 씻어서 밥가마에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면 뚝딱 되는 것 만큼이나 쉽게 생각을 했는지 5시가 거의 되여서야 밀가루를 이개면서 찐빵만들기에 나섰는데 생각 밖으로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했다.

‘모르니 그럴 수밖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대화그룹만 들여다보았다. 그때는 벌써 21시가 넘었다. 그룹에 있는 ‘미윤’ 주부는 초저녁잠이 많아서 이맘때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한다. 애기 엄마인 ‘랜얼’이도 지켜본단다. 다들 원격조종에 나선 장본인들이라 어찌 보면 역시 그들의 작품이기도 한 셈이니깐 주의를 돌릴 만한 일이긴 했다. 찐빵을 찌는 사이 초보 주부는 어느새 빛갈이 고운 료리를 뚝딱 만들어올렸다. 그 바람에 숨이 막힐 번하던 긴장이 좀 풀리고 대화방 분위기가 느슨해진 것 같았다. 꽤 센스 있는 초보 주부이다.

초보 주부가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고 했다

그러자 ‘혜심’ 주부가 덴겁했다. “안됨다. 빨리 불을 올리쇼. 내 이재 대화기록을 거슬러 올라가서 끓이기 시작했다는 시간대를 본 게 15분 안됐슴다. 빨리빨리!”

그러자 초보 주부가 다시 불을 올렸다고 대답한다.

“이제 3, 4분 더 끓이고 불 끈 담에 5분 후에 뚜껑 여쇼.”

어쩐지 이번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았다. 그 관건적인 3, 4분이 지나고 뜸 들이기 5분도 지났다.

나의 눈길이 대화창에 고정되였다. 아마도 원격조종을 하던 주부는 물론이고 잠수를 탄 상태이던 성원들도 말없이 나처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뽀송뽀송한 찐빵사진이 올랐다.

찐빵을 반으로 갈라보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빨리 때기쇼. 속을 봐야 암다.”

초보 주부는 어리둥절하다.

“소도 넣지 않았는데 왜 때개야 함다?”

미윤 주부가 베테랑답게 설명한다. “속에 난 구멍 봐야 잘됐는가를 알 수 있슴다.”

진짜 반으로 가른 찐빵사진이 올라왔다. 수많은 작은 구멍이 숭숭 난 찐빵이다. 제대로 된 찐빵이다. 폭신폭신하고 구수한 찐빵 냄새가 솔솔 풍겨나오는 것 같았다.

“와 성공임다. 제대로 됐슴다.”

“처음치곤 너무 잘 됐슴다.”

모두들 성공이라고 문자를 올렸다. 대화창엔 원격조종을 하던 주부들의 희열에 넘친 환호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축복의 례포소리도 울려퍼지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움직이느라 발가우리해졌을 초보 주부의 흐믓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도 같이 보이는 것 같았다. 따라서 나의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도 그들과 함께 행복한 화합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원격조종과 찐빵 만들기 첫 도전! 이 초보 주부의 첫 도전에서 그리고 원격조종을 하던 여러 주부들한테서 난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려는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마음을 읽었다. 그리고 내 식구의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의지도 읽었다. 그들의 식구 사랑까지 읽었다. 정말 아름다운 도전이였고 감동적인 원격조종이였다.

  ‘미윤’ 주부의 총화와 잘 자라는 밤인사까지 보고서 나도 조용히 잠자리에 누웠다. 자고 일어나면 우리 주부들이 어떤 음식으로 아침 식단을 꾸밀가 하는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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