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을 바라보며(외 2수)□ 최옥란

2020-04-10 09:36:05

저토록 평화롭고

자족한 모습일가


팔랑대던 잎새도

재잘거리던 메새들도

갈길 찾아 종적 감춘

적막한 산등성이에서

묵시록 읽는 소리 듣는다


칼바람에 살점 뜯기고

눈보라에 허리 휘여져도

발부리에 힘을 싣고

이뤄낼 일만 생각한다


온갖 소유 털어버리고

청보리 발목 잡은 추위

풀어질 때까지

무성의 아우성으로 동맥을 달구며

숨어 우는 봄을 건져올린다


빈 울림 만큼

모진 고통 감내하며

귀 기울이는 나무들

생채기마다 피빛 미소 어리고

밤마다 달이 떠 온 산을 키운다


모진 고통 이겨내며

비우고 더 비워져서

풍성한 겨을산을 보며

그대를 닮고 싶었다.


시골사나이


가난했던 그 시절

집안의 기둥

높이 떠받들던 사나이


언제부터

덩그러니 빈집 지키는

우울한 그림자로 변했던가


도회지로 밍크옷 사러 간 안해

전화 몇번 통하고는

감감무소식이니

앞산에 살구나무 꽃 피면 오려나

뒤산에 단풍나무 잎 지면 오려나


물을 안고 돌던

물방아마저 멈춰서버리고

어미 없는 송아지도 슬피우는 밤

미닫이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치는 달빛에 목이 길어지다가

우두커니 몸 움츠리는 사나이


가슴 터밭에 묻어둔

씨앗 하나 꽃피우기 위해

눈이 헐도록 동구밖 언덕길 바라모며

오늘도 그냥 그 자리에

돌부처 되여 서있네.


단풍잎을 보며


살풀이 춤 추는 군무단

마지막 클라이막스런가

눈부신 손부채 잡고

나래 펴는 나비의 몸짓


노을빛에 취한

거친 호흡

풀린 맥박

리별의 아픔과 버무려진

각양각색 포즈들


입을 닫고 눈을 감고

살포시 땅에 엎드리면

땅의 심장 울리는

천길 물소리


찬바람 부는 환승역에서

빨간 차표 한장 들고

  나는 서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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