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헐어 쓴 글의 힘□ 신연희
책지기를 만나다-《문학의 선률, 음악의 서술》

2020-05-20 09:08:02

아시아의 다음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점칠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되는 작가가 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여화다. 여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작가이기도 하다.

중국사회에 첨예한 화두를 던지면서 ‘가장 론쟁적인 작가’라는 이름을 얻으며 문호반렬에 오른 여화의 《문학의 선률, 음악의 서술》은 독서와 음악 감상에 관한 개인적인 에세이집이다. 젊은 시절 책과 음악의 세계로 떠난 려정에서 즐겨 읽은 고전문학과 좋아한 고전음악에서 얻은 여화 문학의 자양분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려행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거장이 된 작가의 젊은 시절, 갓 벼려진 칼날 같은 통찰력을 시적인 문장에 담아냈다. 스스로 따스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려정이라 칭하는 글이니만큼 여화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안내서가 된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글에서는 찬란한 생명력과 젊음의 패기가 느껴질 뿐만 아니라 일가를 이룬 사람의 자부심과 단호함 그리고 겸손함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문학이란 역시 시간을 뛰여넘는 무한함을 지니고 있으며 공간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진리가 담겨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꺼번에 연주되는 음표의 활가치나 움직임과 달리, 글자는 한줄한줄 조용하게 배렬돼있다.’

음악과 문학, 둘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가. 공통점이 있기나 한 걸가? 물론 있다. 음악과 문학의 공통점은 둘 다 ‘이야기’라는 것, 문학은 글자와 어휘로 이루어진 문장을 통해, 음악은 음표로 이루어진 선률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한다. 영화는 이 책을 통해 앞서의 물음에 우회적으로 답한다. 그가 젊은 시절 고전문학과 고전음악에 대해 한편한편 써나갔던 글을 모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둘 다 이야기’라는 답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대답을 얻게 된다. 여화는 21편의 글과 인터뷰를 통해 문학에 서술이 있듯 음악에도 서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서술의 도구는 글자와 음표다. 이렇게 음악에 서술이 있듯 문학에도 음악에만 있을 것 같은 선률이 있다. 문장의 리듬, 호흡, 길이가 각기 다른 선률을 이룬다. 세상에 같은 문장이 둘 없듯이 같은 선률 또한 둘은 없다.

여화는 책에서 어떤 글은 문학, 어떤 글은 음악, 또 어떤 글은 문학과 음악에 대해 썼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년 남짓한 기간에 걸쳐서 쓴 글이다. 1960년생인 그가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 인생의 정점에 걸쳐서 쓴 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글에서는 찬란한 생명력과 젊음의 패기가 느껴진다. 더불어 자부심과 단호함 그리고 겸손함도 엿보인다.

소설가의 정수는 소설에 있을진대 왜 산문을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소설로는 채 알 수 없거나 추론만 할 수 있는 작가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을 하겠다. 우리는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은유로는 알 수 없는 날날 것 사유들, 그러니 소설가의 산문이 그가 쓴 소설보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더 높이 위치하군 하는 게 아닐가?

외국의 한 평론가는 이 책의 ‘추천의 글’에서 “일가를 이룬 장인들의 산문은 대체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지난 한 숙련의 나날을 지불해야만 되돌려받을 수 있는 경험적 통찰들이 정직하게 글을 떠받치기 때문이다. 생을 헐어 쓴 글의 힘이다.”라고 했다. 또한 “여화가 그의 문학적 스승에게서 배운 것이 바로 이 정확성과 힘이다. 소설만이 아니라 산문도 그렇다.”고 여화의 산문에 찬사를 보냈다.

책 속의 한 부분을 공유한다.

‘나는 위대한 작가의 내면에는 한계도, 생사의 간극도 없으며 그곳에서는 미추와 선악의 구분 없이 모든 사물이 평등한 방식으로 어우러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기 내면에 충실해 글을 쓸 때도 한계가 없었다. 그래서 생과 사, 꽃과 상처가 동시에 그들 펜에서 등장해 서술과 화음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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