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 박송천

2020-05-22 08:57:53

참 겨울답게 시린 바람이 분다. 일기예보에서 눈이 내린다더니 벌써 하얗게 변해버린 바깥세상이다. 여간 춥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양말 세컬레나 겹쳐 신었다. 등산복도 두꺼운 것으로 꺼내 입고 나섰지만 몸은 벌써부터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덜 깬 잠도 차거운 공기 한모금에 가뭇없이 사라졌다. 아빠트단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요즘은 거리에 인기척이라곤 별로 없다. 어쩌다 지나가는 자가용 한두대 뿐인 유난히 조용한 아침풍경을 마주하고 괜히 마음이 더 시려난다.

만남으로 정을 쌓아가며 살맛을 음미해야 할 세상에서 우리는 당분간 만남을 줄여야 하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뉴스에 매달려 새로 증가된 코로나19 확진환자수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으로 되여버렸다. 그래도 날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수치를 보며 희망을 얻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우리가 다시 만나 웃으며 떠들며 그동안의 그리움을 달랠 순간을…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하여 방역전에 무언가를 보태고 싶어 오늘은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온 인민이 한마음이 되여 코로나19와 전투를 벌리고 있는 이 시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아빠트 출입구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인원을 등록하는 일 뿐이라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나마 코로나 방역전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음에 위안을 얻는다.

한참을 걸어서 내가 맡은 아빠트구역에 도착했다. 얇은 비닐로 지어놓은 바람이나 겨우 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책상 하나, 걸상 하나 그리고 등기표 몇장과 연필 한자루가 전부다. 잠시 후 나의 파트너인 직장 상사도 나오셨다.

“일찍 나왔구나, 오늘 많이 추울 것 같은데 옷을 더 입고 나오지!”

여전하시다. 늘 어머니 마음으로 우리를 대하는 상사인지라 한마디 말에서도 그 진정이 느껴진다. 우리는 이 얘기 저 얘기 주고받으며 등록준비를 마치고 출입하는 인원들을 등록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 구역에 사시나 봐요. 번거로운 대로 여기에 성함과 련락번호 적어주시겠어요.”

따뜻한 인사말과 함께 웃음 가득 피우며 오가는 사람을 대하는 그의 친절함은 눈 내리는 날의 훈훈한 풍경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 전염병 때문에 모두가 긴장된 상태에 있잖아. 그러니까 꼭 반갑게 인사를 하고 등록을 마친 다음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자!”

맞는 말이다. 여기까지 나온 바에는 그냥 출입등록을 하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오가는 매 한 사람한테 마음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도 의미가 깊지 않을가? 겨울추위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마음이 더 시린 사람들이니까 밝은 웃음으로 인사말을 전하며 마음의 온도로 겨울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가는 것이 더 보람차지 않을가?

“추운 날 참 수고 많으십니다. 이 커피 마시면서 일 보세요. 그리고 이건 소독수예요. 연필도 소독하시고요.”

옆에 있는 슈퍼 사장님이 커피를 풀어들고 나오셨다. 추운 날 한잔의 커피에 담긴 정성은 잔잔한 감동으로 내 마음 설레이게 하기엔 충분했다.

“어머, 이 커피가 정말 맛있네요.”

“별일이네! 원두커피만 마시더니 어쩌다 맥심커피도 맛있다고 하네!”

사실 나는 맥심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달달함 끝에 그윽하게 피여나는 향으로 온몸의 추위를 달래주는 맥심커피가 오늘따라 반가웠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랑의 맛인가 봅니다. 그래서 특별히 달고요!”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 사는 세상을 읽어본다. 아름답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스치는 인연 모두가 소중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만남이 그리웠던 요즘,미소를 넌지시 날리며 순간을 마주치는 얼굴마저도 반가운 사람들이다. 커피 한잔이 다 굽이 났는 데도 마음은 달기만 했다. 작은 공간에 머무르는 커피의 향도 아직 남아 훈훈함을 더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걸 붙이고 일하세요”

지나가던 아가씨 한분이 핫팩 두장을 책상 우에 놓고 간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뷰랴뷰랴 걸음을 재촉하는 그녀였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뒤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세상은 관심과 사랑이 감도는 맛나는 세상이라고 감탄을 해본다.

행복이 슬며시 밀려왔다. 이 세상에 태여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빨리 우리 모두 바이러스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날들을 그려본다.

“발이 시리겠다. 얼른 그 핫팩을 양말에 붙이오.”

옆에 계시던 상사는 또 내 걱정이다.

“전 괜찮아요. 곧 끝날 텐데, 이 핫팩은 여기 두었다가 오후에 오시는 분들한테 드립시다. 오후면 더 춥잖아요.”

지루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시간이지만 사랑을 읽으며 정을 느끼며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사이 어느덧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우리의 임무는 오전으로 끝이다. 오후에 우리의 뒤를 이어 수고하실 두분이 나오자 우리는 하나하나 인계해주고 떠났다.

분명 눈 내리는 추운 날, 온 오전 밖에 있었지만 집으로 가는 걸음이 마냥 가볍기만 했다. 오전에 느꼈던 달콤한 순간들을 되새기면서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실로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풍경은 하나라도 흘려보내기 아쉬운 아름다운 풍경들이였다.

아직도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오며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세상이 아닌가! 초연이 없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손을 잡고 마음 합쳐 나서지 않았는가? 우리가 한마음이 되여 훈훈한 가슴인데 중화의 대지에 봄이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손에 손을 잡고 사랑의 꽃을 피우고 정의 향기를 날리면서 아름다움을 수놓아가는 우리 모두는 분명코 승리의 찬가를 부르며 경자년 새봄을 눈부시게 맞이할 것이다.

  사랑으로 엮어지는 세상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제 곧 우리 모두에게 더 눈부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봄날의 화창함이 펼쳐져 우리는 그 언제보다도 더 황홀한 풍경을 수놓아가며 살아가는 세상의 맛과 멋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1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