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위 (외 2수)□ 주해봉
천태만상을 이룬 군체
잘난 놈 못난 놈 따로 없다
오히려
괴상스런 몸체가 인기다
억겁의 세월
한 자리 만을 지켜온 옹고집
그 집요함이 손짓 했을가
그 듬직함에 반했을가
미인송이 다가와 치근거리고
진달래가
몸을 비비며 추파 던진다
춘하추동 풍찬로숙
밥 먹듯 하지만
투정도 원망도 없다
삼복염천 땡볕 지져대고
동지섣달 설한풍 뼈속 찔러도
초지일관 침묵으로
웃어 넘긴다
이제 다시
억겁의 세월 흐른다 한들
저 모습 저 뚝심 지워질가
한낮의 해님도
밤하늘의 달님도
고객 끄덕이며 웃음 흘린다
리 별
누군가 등산은
다시 내려오기 위해
오르는 것이라 했다
또 누군가는
리별은 다시 만나기 위해
헤여지는 것이라 한다
지는 락엽에 여쭈었더니 오고 가는 유희라고 귀띔한다
라 목
겨울 이불 덮고
봄을 잉태하여
푸르름을 해산하며 생의 문패를 가슴에 걸었다
뜨거움으로 온 몸 지져
연한 피부 굳히고
비바람 휘여잡아
갈한 목 축이고
땀 절은 몸 시원히 헹구었다
밤하늘 둥근 달 친구하여
외로움 잠재우고
쌔물쌔물 웃는 뭇별
애인 삼아 고독을 달래더니
망설임 없이
화려한 의상 벗어버린
알몸으로
비움의 이미지 새겨가는
헐벗었지만 넉넉한 부자의
또 다른 도고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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