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간호

성수(圣水)로 빚은

하얀 진주 한알이

련꽃잎사귀에 내려앉아

해빛, 달빛에 반짝거린다

가끔 바람이 지나가며

먼지를 닦아주고

가끔 구름이 흘러가며

색갈을 더 희게 한다

호수의 밤

호수에 검은 장막 드리우고

얼굴 흰 달이 뜨면

고요하던 호수가 술렁거린다

숨죽인 물결이

사면팔방에서

떼를 지어 몰켜온다

가슴 풍만한 달님이

허우적거리며

이즈러지고 흩어진다

별빛들이

초조한 수면 우에

달은 하얀 젖을 흘린다

검은 장막 겉히면

호수도 달도 보이질 않고

안개만 자욱하다.

호수와 물고기

붉은빛, 황금빛, 은백빛, 푸른빛 고기떼가

하늘 향해 점프하듯 뛰여오른다

두 눈이 머리 우에 박힌 녀석들이

두 눈이 머리 가운에 박힌 녀석들이

두 눈이 머리 아래 박힌 녀석들이

물방울이 사방으로 튕긴다

호수 우에 작은 무지개 비낀다

푸른 하늘 향해

검은 하늘 향해

투명한 날개를 푸득이는 녀석들

그 속에 전설 속의 룡이

어느 날 탄생할지 누가 알랴?

구름과 련꽃

하얀 련꽃은

호수 둘레에 피여나고

붉은 련꽃은

호수 가운데 피여나네

하얀 련꽃은

하늘에 피여나고

붉은 련꽃은

호수에 피여나네

하늘의 련꽃은 너무 희고

호수의 련꽃은 너무 붉네.

호수와 새떼

생김새가 274가지 새들이

짝 짓고 둥지 틀고 살아가다

목소리가 274가지 새들이

갖가지 방언으로 지저귀며 살아가다

부리가 274가지 새들이

하나의 부리로 먹이 사냥하며 살아가다

옷단장이 239가지 새들이

언어와 풍습을 이어가며 살아가다.

호수와 구름

푸른 호수를

빙 둘러앉은 구름

하얀 구름 속에서

설레이는 호수

예순여덟가지 고기떼가

구름 속에서 유유히 살아간다

어부들은

구름 속에 고기그물을 내린다.

련화(莲花)

그녀는 여기서 날 기다린지

오래다고 했다

그녀가 하늘에 펼친 넓은 잎새마다에는

순정의 진실로 빚어진 굵은 진주구술이

한알씩 두알씩 맺혀있었다

그녀의 푸른 빛 넓은 치마자락이

때로는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린다

해살 머금은 진주구술이 이리저리 구을 때

나는 어망결에 소리쳤다

　　여보, 나 당신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