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100년이 흘러

2020-10-19 09:04:07

지난 3일, 100세 로인 리남조의 상수연이 연길 카이로스호텔에서 열렸다.

리남조 로인은 1920년 9월 3일에 중화민국 북양정부 통치시기의 목단강시에서 5남 2녀중 셋째로 태여났다. 그가 도문시로 이주한 건 결혼 7년 만인 1946년에 도문시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도문시 신화가두에서 치보주임, 련조장을 지냈다. 1952년에는 도문시 제1기 인민대표대회 대표와 인민대표대회 주석단 성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리남조 로인의 상수연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상수연에 조선족사회에선 내노라 하는 유명인사들이 대거 몰려들어서가 아니고 다홍저고리에 회색치마를 차려입은 주인공의 얼굴빛이 100세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환해서도 아니다. 고달프고 서글펐던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든 리남조 로인의 가족사 때문이다.

중국조선족의 력사를 오래동안 연구해온 연변대학 인문학원 손춘일 교수가 전하는 리남조 로인의 가족사는 이러했다.

리남조의 할아버지는 리수원, 한국에서도 유명한 항일독립운동가이다. 1874년 12월 30일, 한국 경상북도 려천군 무이리에서 리동락의 외동아들로 태여났다. 1913년까지 리수원은 줄곧 고향인 무이리 서당에서 훈장으로 살았다. 그러던중 리수원은 반일시 한편을 쓴 리유로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령이 내려진다. 그 소식을 접한 리수원은 다음날 바로 가족들을 인솔해 중국 통화시 류하현(당시에는 삼원포로 불림)으로 피신했다. 삼원포는 당시 한국 독립운동의 중심지중 하나였다. 1914년부터 1924년까지 리수원은 길림성 류하현, 흑룡강성 녕안현 밀강촌과 동경성진에 3개의 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직을 맡았다. 이 3개의 학교는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족 자녀의 문화교육과 항일독립운동 후비인재 양성에 비교적 큰 기여를 했고 독립군 양성기지였던 ‘신흥무관학교’에 적지 않은 인재를 보냈다.

1936년 한국 대종교 교주 윤세가 녕안현 동경성의 ‘협창학교’와 녕안현의 ‘대종교’를 병합해 ‘대종학원’을 설립했다. 대종학원은 당시 중국의 반일단체로 항일 독립운동 지사들의 중요한 항일활동 거점과 효과적인 교육기구였다.

100세 로인 리남조도 ‘동경성협창학교’와 ‘대종학원’에서 문화지식을 배웠다.

리남조의 부친 리대성은 중국공산당 지하당조직 목단강지역의 무장병위원이였다. 리대성은 1913년 부친인 리수원과 함께 중국에 건너온 지 얼마 안돼 항일 독립운동에 참가했다. 특히 중국공산당 지하당조직에서 ‘지하당조직 녕안현 무장병위원’을 맡은 후 동북항일련군과 비밀리에 련락하며 간고한 항일무장투쟁을 펼쳤다. 1945년 8월 8일, 리대성은 동경성 일본헌병대에 의해 감금됐고 패전한 일본군이 도망가기 시작한 8월 19일에 동경성 일본헌병대에 의해 총살됐다.

리남조의 언니 리근숙은 중국 동북항일련군의 유명한 렬사이다. 어려서부터 집안의 영향으로 혁명활동에 적극 참가해온 리근숙은 1930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고 녕안현당위의 지도 아래 선전과 부녀사업에 종사했다. 1932년부터는 중공밀산현위 위원, 밀산반일총회 부녀부 부장을 맡았고 1934년 9월에는 동북항일련군 제4군의 선전부 부장 겸 부녀회 주임을 맡았다. 그리고 1936년에는 쏘련으로 파견되여 3년간 공부하기도 했다. 1939년 귀국한 리근숙은 녕안현 동경성에서 지하공작을 하다 반역자의 배신으로 체포된다. 옥중에서 갖은 고문을 받으면서도 당의 기밀을 지켜낸 그는 1941년 4월의 어느 날 밤에 일본군에 의해 녕안현 사란진에서 총살됐다.

항일무장투쟁에 뛰여들어 중국혁명을 위해 생명을 바친 리남조 로인의 가족들이다.

리남조 로인은 슬하에 아들 둘과 딸 여섯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5대째 이어지고 있고 19개 세대에 53명의 성원을 둔 대가족을 만들었다. 맏딸은 80세, 그리고 가장 어린 고손자는 3살이다. 이들은 현재 중국, 미국, 오스트랄리아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의 오늘은 나라의 덕분이고 자식들이 효도한 덕분입니다. 여러분들도 건강, 장수하십시오.” 상수연에서 리남조 로인이 하객들에게 직접 남긴 인사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100년이 흘렀다.


글·사진 박은희 기자

편집디자인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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