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침 (외 4수)□ 윤옥자

2020-12-04 08:30:56

image.png

태양선장 발동을 걸면

검은 깃 펼친 붕새

항로를 잡는다


날개 밑

정물화 같은 농가 마을은

아직 잠 깨지 않았다


높은 고공의 빛과

긴 코스를 꿈꾸는

이십 삼점 오도에 업힌

계절의 숨소리

서광에 젖어올 때


메새들의 주둥이

고요를 쪼으며

세상의 벽을 넘는다.


바뀌는 길목에서(1)


바퀴 달린 시간에 앉아 굴러온

몽돌의 또 다른 세상


오월이 하사한

연초록 드레스 입고

구름 끌어당겨 꽃이불 펼친

흙침대에 누워 황후가 된다


땅을 딛고

퍼져가는 왕족들

파미의 음정 푸른 화살에 담아

하모니 무대에 쏘아올린다


모래알 속에 박힌

억겁의 력사

으깨진 어둠 뚫고

별빛으로 반짝인다.


바뀌는 길목에서(2)


티켓 한장 등에 지고

계절의 문턱 들어선다


동백기름 머리에 바른

연초록 잎들의 패션쇼

바람 한점

치마 끝을 물고 놓지 않는다

누웠다 일어서는 푸른 파도

밀리고 당기는 함성 속에

계곡 비집고 강물로 달리는

옹달샘의 소망과

검은 구름 쇠못으로 내리박혀도

멈출 수 없는 초록벌레의 길에


오월의 머리 우에서

여름이 재단되고 있다.


요지경(1)


울음 펴서 바르는 필봉의 욕망

오를 수 없는 시간의 벽 앞에서

시계추의 슬픔 읽는다


천막집 하나가

바람에 휘청이고

방문을 노크하는

늦은 밤 고독이

가슴을 쥐여짠다


나붓기는 기발 잡은 손은

희미한 시줄마다에

하나씩 밤을 켜놓고

무계의 이름 적었다 지웠다

다시 써본다.


요지경(2)


하늘 땅은 둥지 속에

세상을 낳았다


물려받은 한톨의 목숨줄

외길에서 줄타기한다

오르다 떨어지기를 몇십번

손으로 집어먹는

쓰고 달고 떫은 시간들


언젠가는 끊어질

삶의 끝자락에서

바람 꺾으며 나아가는

떨리는 지팡이라

  이름 지어 부른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20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