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입구에 서서 가을을 불러보며□ 한영남

2020-12-18 09:01:14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창밖 쟁글거리는 마가을 해볕을 한줌 쥐여 냄새를 맡아봅니다.

역시 가을은 오곡백과 무르익는 계절이네요.

이럴 때면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싶군요 앞에 놓인 커피가 다 식어가도록.

청춘은 때론 가을하늘을 몰라도 좋다고 했던가요, 가슴을 열면 세상이 온통 내 것처럼 느껴지던 젊음을 뒤로 하고 이제 얼마쯤의 생각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여 가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단풍으로 붉었다가 락엽으로 흩날리는 가을이 저렇게 터벅터벅 세월의 뒤안길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꽃으로 왔다가 씨앗으로 갑니다.

가을은 생글거리며 왔다가 리별의 아픈 눈물이 되여 떠납니다.

가을은 잘 익은 술처럼 향기가 그윽하고 성숙된 남자처럼 매력적입니다.

가을은 한점 뜨거운 정열로 막 달려왔다가 웃음기를 거두고 사색 한웅큼으로 응어리집니다.

가을은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푸른 하늘이 흐르고 맑은 샘이 솟구치며 투명한 바람이 설레입니다.

가을은 모르는 척하려 해도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들어놓고 그러고는 시치미를 떼고 저렇게 넌짓이 높아가고 멀어갑니다.

가을은 우리들에게 인생의 빗금 하나 주욱 그어주고 겨울한테 자리를 내주고는 짐짓 아무 말도 없이 강남 가는 기러기를 따라 훨훨훨 날아갑니다.

그럴 때면 래년에 다시 보자는 약속이 왈랑절랑 차거워진 공기 속에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가을일가요?

가을이네요!

제대로 즐기지 못한 가을을 보내고 나면 그해 겨울은 내내 침울하고 지어 짜증마저 납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노래말처럼 왔을 때 즐겨야 하는데 말입니다.

겨울이 저만치서 얼음 우를 미끄러져오고 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새삼스레 떠나간 가을을 그리워해도 좋을 듯합니다.

겨울이 왔는데 겨울을 맞이할 궁리도 하지 않고 가을을 그리워하는 것은 약간 겨울에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가을이 그냥 좋은 걸요.

해마다 보는 가을이 싫지 않고 밉지 않고 그냥 그냥 좋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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