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의 선언 (외 5수)□ 김현순

2021-01-08 08:22:09

모이 쫏는 비둘기 겨드랑이에서

평화의 멜로디 슴배 나오는 것을

기다림에 손 베인 노을은 구름의 품 속에

넣어주었다

새벽 물장수 아코디언 소리에

하늘의 빗장 절로 열리고

삽십륙층 지심(地心) 깊은 곳에는

보살님의 은총마저

보석의 넋으로 영겁(永劫) 닦는다 한다

가고야 말리, 부서지는 눈물꽃으로

정녕 이 한밤

광야의 가슴 키스로 덮으며

혼불(魂燈) 켜든 나목의 눈물에

홀린 듯 취한 듯

춤추며 떠나리

륜회의 굴렁쇠 절렁절렁

잠든 시간 흔들어

깨울 때까지…


애 인(艾人)


찢겨진 손톱 사이로 하늘이 새여 나갈 때

휘파람 부는 안개의 포물선

파도 이는 바람의 등대가

불 밝혀 아침 울었다

자오선의 기립(起立)

지구가 비스듬히 잘려나가고

려염집 아줌마 앞치마에 우주가 담겼다


가끔은 있었다

풀 먹인 광목 이불안 서걱대는

소리에

잠 깬 바다가…


쪼르래기 열고 낮달 꺼내여

허공에 걸어두는

눈 닮은 손도 있었다.




구름의 잔소리는 비방울의 변신임을

바람이 안고 달린다

먼지들의 데모

낮잠 자는 고양이의 수염 고요 찌를 때

필림 돌아가는 배고픈 기억이

할미꽃 둔덕 흔들어준다


별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너무나

멀리 있기 때문

가로등 불빛이 그렇게 적어 두었다는 것도

간밤 이야기였다


둘 둘 셋 넷… 라목(裸木)의 소망

봄 간질이는 잎의 노래임을

신기루는 잠간 드러내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 날이였다


묵상들이 논 배머리 감 돌 때

댄스가요와 전통가요의 구별이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변종시키고

시름 앓는 우주의 고민이

우뢰와 번개의 사생아임을

사금파리 반뜩임이


밀물과 썰물의 거품 섞인 교합으로

펼쳐보이고 있었다.


삶의 서(書)


고기가 눈 뜨고 죽었다는 사실이 진리임을

깨닫는 순간부터 물은 물이기를

슬펐다

채색의 비누거품이 헛돌다 꺼진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지구도 우주도

허공에 떠있음을

바람은 내내 울었다

피 맺힌 꽃잎마다 이슬 딩구는 사연

벌새의 날개짓 따라 파닥거리고

오늘은 햇살 한자락 모아 쥐고 비벼 꼬아

청빈한 어제 오늘 래일

비끌어매여

신사같이 웃어볼 일이다


파도가 지느러미라는 현실이 아픔인 것을

감지하면서 바위섬은 굳어진 세월의

년륜 속에

흐느낌 철썩이였다

갈매기 부리에 물린 시간이 펄떡거림을

푸르게 또 짙푸르게 인내하면서

바다는 짜가움 녹여

눈물 씹고 있었다


툭툭 털고 가는 어둠의 뒤안길

별 닮은 단풍잎들이

연지 찍고 시집 가고 있었다.


사 모


퇴색한 기억 열고 등려군의 노래가

고개 내민다

월량대표아적심(月兩代表我的心)

물 잔잔 산 첩첩

세월이 팔 벌려 안개 타고, 별빛 날아 내린다

입 맞추는 바람의 그림자

지축 일으켜 세우며 탈의무 신나고

관람석엔 꿀 발린 솟대들의 비명

초침 벗겨들고 재깍재깍

허공 깔고 제야의 어둠 씹는다

해도도 랑도도(海滔滔 浪滔滔)

한자어가 범람하며 초련의 아픔 철썩거리고

떠나간 12월의 치마자락이

볼 붉은 노을 되여 겨울 가리워준다

나붓기는 애모의 머리카락 향기로운 내음새

철새의 보금자리에 새벽 움트고

하늘 딛고 걸어가는 망각의 눈초리에

이슬의 짝사랑 깃 들어 올린다

기다림의 허망함 고요 덮고 잠들 때

아아 리별의 소야곡엔 우주의 암마(暗码)

무지개 빛갈 걸러내여 아침이 다시 눈 뜨고

월량대표아적심(月兩代表我的心)

목청 가다듬어 잔을 내민다

입술의 간접 키스가 립스틱 간질구며

타임머신 오늘을 웃는다.


이역 만리


하늘 밟고 가는 우주의 발바닥

어둠에 젖어있다

고삐 당기는 바람의 손등, 별이 딱지 붙인다

달빛 감추는 구름의 속내

부서진 사금파리가 백사장 토해내고

갈매기 울어예는 먼 바다, 죽지 부러진 기억이

죽음 스크랩 한다


분염 깔고앉은 바위섬 밑굽마다

인내 싹트는 소리

미소 타서 휘젓는 커피타임이

울밑 달맞이꽃 향기로

배신(背信) 꺾어 덮는다


단추구멍으로

레스토랑 아침이 새벽 안고

꼼지락 기어나오고

송화가루 날리는 윤사월


천하루날 밤 사랑이 아라비안 나이트로

리별의 절규 틀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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