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세상 엿보다-《아마데우스》
욕망□ 신연희

2021-01-13 16:23:04

1823년 11월 오스트리아 빈, 어느 로인이 스스로 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하고 하인들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진다. 그는 궁정악장이였던 안토니오 살리에리, 궁정악장은 황제 요제프 2세를 수행하는 당대의 음악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스러운 자리이다.

안정을 찾은 어느 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살리에리에게 신부가 찾아온다. 신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자 살리에리는 자기가 작곡한 곡을 들려주며 신부에게 이 곡을 아느냐고 묻는다.

“모릅니다.”

다른 곡을 치는 살리에리.

“모릅니다.”

신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너무나 귀에 익숙한 곡을 치기 시작하는 살리에리. 이에 화색을 띤 신부가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린다.

“아, 이 곡을 작곡한 분이셨군요.”

“내 곡이 아니요. 모짜르트가 지은 곡이요.”

회한 어린 표정으로 살리에리는 지난 일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세계 영화사에 남을 걸작 《아마데우스(莫扎特)》는 젊은 천재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를 다룬 영화이다. 옛 체스꼬 출신의 밀로시 포르만은 미국으로 망명해 연출한 《뻐꾸기 둥지 우로 날아간 새》로 아카데미 5개 부문을 거머쥐면서 명실상부한 거장의 반렬에 오른 감독이다.

연극 《에쿠우스》의 작가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가 쓴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아마데우스》는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개 부문을 쓸어담은 명작이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과 음향, 미술, 의상, 분장상 등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모짜르트보다 살리에리에 대한 갖가지 상념을 더 많이 갖게 된다. 모짜르트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리유로 1인자가 될 수 없었던 불운한 예술가, 영화는 단순한 전기영화에서 탈피해 ‘타고난 천재 음악가’와 그런 그의 재능을 흠모하고 질투한 ‘노력형 수재’라는 구도를 설정, 작품을 훨씬 드라마틱하게 이끌어간다.

작품은 모짜르트가 사망한 1790년대부터 널리 퍼졌던 소문, 즉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를 시기한 나머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가정을 토대로 진행된다. 실제로 1791년 모짜르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란무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설도 포함되여있었다.

영화는 다시 봐도 30여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압권이다. 모짜르트 활동시기의 아름다운 빈의 모습과 다채로운 의상, 오페라 공연 장면 등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화려한 영상만으로도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더구나 음악영화답게 모짜르트가 남긴 교향곡, 실내악, 협주곡, 오페라, 레퀴엠이 작품의 적재적소에 배치되여 영상과 어우러지면서 형용키 어려운 감흥을 전한다.

모짜르트는 평생 600곡 정도를 썼는데 그 많은 곡중에서 어떻게 장면에 어울리는 곡을 그렇게 잘 골라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사운드 트랙은 빌보드 클래식 앨범 순위 1위는 물론 650만장 앨범 판매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순식간에 관객의 이목을 낚아채는 도입부에서 살리에리 연주에 신부가 흥얼거린 모짜르트 음악은 그 유명한 세레나데 13번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틈지크>이다. ‘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이다. 소규모 현악합주를 위한 실내 악곡으로 모짜르트가 작곡한 세레나데 가운데 명랑하고 우아한 멜로디로 가장 널리 사랑을 받는 곡이다.

가난한 시골마을 출신인 살리에리는 례배당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여 각고의 노력으로 교회 지휘자 자리를 거쳐 궁정 악사 자리까지 오른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모짜르트의 연주를 접하고는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살리에리가 미리 짜여있는 형식을 준수하고 음악적 주제 또한 교회중심의 음악가인 반면 모짜르트는 신들린 연주력과 편곡 능력 그리고 시대의 감성을 뛰여넘는 작곡실력까지 갖춘 천재적 음악가였다.

그런데 모짜르트는 음악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은 페인에 가까울 만큼 방탕했다. 돈 버는 족족 안해 콘스탄츠를 위한 선물, 최신 류행의 옷, 밤마다 벌리는 질펀한 파티 등에 탕진한다.

이러한 모짜르트의 면모를 톰 헐스는 잔망스럽고 경박한 웃음소리로 아주 적절하게 표현함으로써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만들어놓았다. 프릴 달린 프록코트와 컬러 가발을 걸친 톰 헐스는 마치 그 시대에 속하지 않은 사람처럼, 광대처럼 낄낄거리며 스크린을 휘젓고 다닌다. 그가 보여준 분방하고 과장적인 연기는 ‘특별한’ 음악은 특별한 성품에서 우러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한다.

실제 모짜르트의 성격은 매우 괴팍했다. 비단 살리에리 뿐만 아니라 모짜르트와 동시대의 음악가중에서 그와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살리에리는 처연하게 웨친다.

“당신들의 자비로운 신은 사랑하는 자녀를 파멸시켰소. 자신의 아주 작은 영광 한조각도 나누어주지 않으면서 모짜르트를 죽이고 날 고통 속에 살게 만들었소. 32년 동안을 고통 속에서. 아주 천천히 시들어가는 나를 주시하면서. 나의 음악은 점점 희미해져 갔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희미하게. 끝내는 아무도 연주하는 사람이 없게 되였지. 하지만 그의 작품은…”

엔딩장면에서 페인이 되여 정신병원에서 죽어가는 살리에리는 이렇게 말한다.

“난 세상의 모든 범인을 대변한다오. 내가 그들의 대변자이자 난 그들의 수호성인이야. 세상의 범인들이여. 내가 너를 용서하노라. 내가 너희 모두를 용서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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