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신연희
책 지기를 만나다-《인간의 흑력사》

2021-01-13 08:33:22

인간이란 무엇인가? 수천년간 물어온 이 질문에 우리 인간은 여러 방법으로 답을 해왔고 수세대에 걸쳐 그 양식은 더욱 다양해졌다. 그중에서 력사는 가장 진실에 가까운 통찰을 보여줬다. 그리고 여기, 젠체하지 않고 우리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뼈있는 력사책이 있다.

톰 필립스의 《인간의 흑력사》는 현생 인류시절부터 우리가 겪어온 수많은 실패를 되짚는다. 물론 우리가 이룩한 위대한 력사도 있다. 우리는 교향곡을 만들고 달에 사람을 보내고 블랙홀을 생각한다. 하지만 포테이토칩 하나를 살 때에도 5분은 족히 고민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인간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후회한다. 금세 까먹는 것 또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우리 마음은 어떤 상황을 선호하고 또 기피하기에 문제가 닥치면 얼마나 안일하게 판단하고 넘겨짚기에 실패가 끊이지 않을가?

이 책에는 우리가 저지른, 말 그대로 하려한 실패의 력사가 담겨있다. 수많은 매체에서 글을 쓰고 뉴스의 팩트 체크를 해온 영국 버지피드 전 편집장인 저자는 특유의 신랄한 어조로 우리를 뜨끔하게 만든다. 바보짓의 기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매력적인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전보다 조금은 현명해진 호모 사피엔스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언젠가 이 말이 인터넷에서 류행처럼 번졌다. 이 말은 거의 모든 상황에 적용되며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그 재치에 피식 웃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은 공감을 했다. 리유는 이 말 안에 인간 특성의 한 단면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가?

우리는 뉴스에서, 주변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지치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쉽게 본다. 그래서 이 책은 친근하다. 바로 이런 우리의 모습을 조금 더 대규모로, 더 큰 피해를 입히며 아주 화려하게 저지르는 바보짓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회계 장부에 계산을 조금 틀렸는가? 콜럼버스는 다누이를 틀려 지구 크기를 아예 잘못 알고 있었다. 다단계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귀찮게 구는가? 스코틀랜드의 패터슨은 식민지 건설로 온 국민에게 그릇된 바람과 허영을 불어넣어 국부의 반을 허공에 날려먹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오해해 관계가 틀어졌는가? 호라즘 제국은 칭키스칸의 편지를 잘못 읽어 지도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맞다. 걱정 할 필요 없다. 우리 인간은 원래부터 그랬다.

예술, 문화, 과학, 기술, 외교, 정치 등 10개의 주제로 정리한 이 실패의 기록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나마 있던 인류애마저 저버리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참담하고 바보 같은 일이 남의 일일 것만 같은가? 정말? 다시한번 말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저자가 표본으로 앞세운 사례가 있다. 9세기 북유럽의 천하장사 시구르드다. 그는 뻐드렁이로 유명했던 적장의 목을 베 말안장에 매달고 자랑스레 귀환했다. 그런데 귀환중에 그 적장의 뻐드렁이가 말을 타고 달리던 시구르드의 다리를 계속 긁어댔고 시구르드는 그 상처의 감염으로 며칠만에 죽고 만다. 자기가 죽인 적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사변철학에 친숙한 독자라면 승리가 패배로 역전되는 변증법의 전형적 례시로 반길 만한 사례인데 저자는 자만과 그로 인한 파멸을 교훈으로 지적한다. 어느 쪽이건 시구르드의 실패가 그의 업적과 불가분하게 련결돼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지으면서 위대하게 만든 특성이 끝없이 반복되는 바보짓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리성적 사유를 통해 진리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하지만 력사상 그런 진리에 대한 관심은 보편적이라기보다는 례외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주 단순하게 리성적 사유가 뒤일에 대한 고려와 념려를 포함한다면 리성적 인간은 눈앞의 리익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와 환경재앙을 피할 수 있어야 했다. 많이 알려진 사례로 ‘플라스틱 바다’만 해도 그렇다. 1950년대부터 인류는 플라스틱을 널리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까지 83억톤 이상을 생산했다. 그 가운데 63억톤을 버린 결과 면적이 텍사스주에 이르는 거대한 쓰레기섬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경각심이나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당장 눈앞의 리익과 직결되지 않아서이다.

불완전하게 진화한 뇌를 통해서 당장의 리익만 고려한 판단을 하게 될 때 반복되는 실수와 비극은 인간의 력사를 빼곡하게 채우고도 남는다.


■이 책의 부분 부분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1. 인간은 지금까지 이루어낸 자랑거리도 많지만 어이없고 참담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오점도 그만큼 많다.

2. 우리 머리는 교향곡을 작곡하고 도시를 계획하고 상대성 리론을 생각해내지만 가게에서 포테이토칩 하나를 살 때도 무슨 종류를 살지 족히 5분은 고민해야 겨우 결정할 수 있다.

3. 인간은 발길 닿는 곳마다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존재다.

4. 동식물을 제 뜻대로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인간의 과신은 번번이 큰 화를 초래했다.

5. 나서서 남에게 명령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것이 옳은 일인지는 의문이지만.

6. 인간의 력사란 멀리서 바라보면 제국들이 흥했다가 망하고 서로 학살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7. 외교란 한마디로 대규모 인간 집단끼리 서로 개자식처럼 굴지 않는 기술이다.

  8. 인간은 과거에 했던 실수를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하고 있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吉新出网备字005号 | Copyright © 2007-2020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