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득 (외 4수)□ 신 군

2021-01-21 15:07:09

할머니는 그곳에 남편을 묻었고

어머니는 그곳에 오래비를 묻었다

서리발 같은 철길에는

한 떨기 꽃 같았던 이모의 혼이

길게 누워있다

고향이라는 단어에 나는

차마 목이 메이지도 못하지만

오늘따라 문득

그 고향이 그립다


둔덕에 자리잡은 희미한 륜곽은

륜곽으로 고향인가

동년의 초라한 초가집은

초가집으로 고향인가

다섯살배기 소녀 하나

사품치는 강물에

첨벙 빠지던 고향이

오늘 문득

나시시한 국화송이를 흔들어준다


불나방


오로지 빛을 향한

불나방의 일편단심

치직- 치지직-

날개가 타들어가도

무모하게 불속으로 뛰여든다

살타는 냄새 점점 짙어가고

비로소 위험 감지했지만

멈출수가 없는 그 사랑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없는

불나방의 사랑


내 사랑이 그러하다


슬픈 둘레


담배연기 공중으로 부서지는 그날

한겹씩 한겹씩 슬픔이 벗은 옷과

몇줄의 닳아빠진 기억이

바람이 훑고 지나간 골목에

람루하게 구겨졌다


벌거벗고 눈부신 뒤모습에게

질컥이며 따라가는 슬픔의 냄새

그 먼 길 간절히 따라와

비우고 비워 가벼운 육신에

아쉬운듯 그득히 그리움 채워준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나란히

찍혔던 발자국 희미해지고

썰물처럼 허무한 기억들

빠져버리자

비로소 슬픈 둘레에서 벗어났다


엄마나무


세월의 무게가 버거웠나

툭 하고 부러진

가느다란 나무가지 하나


가지끝에 매달렸던 바람과

잎에 스몄던 노을이

미처 작별인사 하기도 전에

무너져내린 나무 하나


싱싱 푸르름 언제 사라졌을가

작지만 단단했던 그 나무

세월속에 앙상해진 나무의 손등에

하염없이 흐르고 흐른다

내 슬픈 눈물이


어떤 날


그것도 문득


마음 버거운 날

무념의 시골 눈길따라

달리고 달리면 갑자기

세상 끝을 만지고 싶다


언제 포장도로가 되였을가

기억속 순박한 얼굴들은

보이지 않고

“노라조”의 슈퍼맨노래가

차안 꽉 채우면

한적한 시골길엔

강아지 콩콩거림조차

가뭇없는데


폭설이 쏟아져 만약 우리가

시골에 갇힌다면

세속 따위 연기처럼 날려보내고

삶의 마지막날인듯

그대 가슴에 얼굴 묻고 싶다


그렇게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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