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꽃 핀 한해□ 강효삼

2021-02-04 17:01:55

새로운 해를 맞게 된다. 묵은해를 흘러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때에 누군들 감회가 깊지 않으랴만 나의 감회는 보다 남다르다.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아니, 전세계가 다사다난했던 한해이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돌아보면 지난 한해 나는 비록 행운스럽게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았지만 련이어 닥치는 질병들 때문에 극심한 아픔을 견디면서 끝내 목적했던 소망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년초에 시작된 심장질환으로부터 시작하여 신부전, 뇌경색, 로년성 하지증후군 등 굵직굵직한 질병들이 련이어 닥쳐 늘 죽음까지도 고민하게 되였는데 그중에서도 뇌경색이 선참 두려웠다. 의사들의 말이 뇌혈관에 공급되는 피가 모자라서 발생하는 증상이라는데 그때문인지 자고 나면 늘 머리가 어지럽다 못해 때론 그 자리에 쓰러질 지경이였다. 한번은 거리에 나갔다가 갑자기 머리가 팽이처럼 팽팽 돌아 그 자리에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만일 아무도 곁에 없을 때 쓰러졌더라면 어떻게 되였을가…

로년성 하지중후군이란 병은 좀 특별한 병인데 웬지 무릎과 발목에 피와 신경이 통하지 않아 하지가 꽉 막힌 듯해서 안타깝고 답답한 것이 말이 아니였다. 오래 서있을 수도 없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데 특히 밤이 되면 더 답답하고 안타까워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가 일쑤여서 밤이 오는 것이 제일 두려웠고 하루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늘 걱정되였다. 소원이라면 잠을 한번 실컷 자보는 것이였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만성신부전까지 겹쳐 식사조차 바로 못하다 보니 사람이 마를대로 말라 피골이 상접하였다. 몸이 몹시 허탈하여 앉거나 서있는 날 보다 누워있는 날이 더 많았으니 누군가 로인은 일어나지 못하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몸상태가 이렇게 안 좋으니 본인은 물론 곁에서도 이러다가 정말 죽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내가 죽으면 입고 갈 옷까지 미리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나에게 진득한 소망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질병의 아픔을 견디는 힘이였다.

지난해초 행운스럽게도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나의 시집을 묶어준다는 아주 반가운 기별을 받았다. 시를 쓰는 시인에게 시집을 내는 것 만큼 큰 기쁨과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이를 소망하고 있는데… 더구나 연변도 아닌 산재지구의 보통 시인으로서 연변에서 시집을 낸다는 것이 쉽게 차례지는 행운이 아니잖는가! 그래서 아픔을 극복하고 지금껏 창작한 시들 가운데 200수를 골라 묶어서 년초에 출판사에 보냈던 것이다.

시는 나의 인격이며 내 삶의 전반이자 즐거운 아집이다. 삶과 사업을 내놓고 시 쓰기는 나의 제일가는 추구로 한평생을 노력하여 이제 고령의 나이에 또 하나가 그 결과를 빚게 됐으니 어찌 그 결과에 기대지 않을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 때문에 자칫 시집출판이 무산되지나 않을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보다 이렇게 몸이 아파서는 시집출판을 살아서 보기나 하게 될는지 하는 우려가 더 컸다. 그래서 내 삶의 최고목표는 어쨋든 나는 시집이 출판되기 전엔 절대 넘어지지 말고 살아서 그것도 온전하게 살아서 내 평생에 이제 다시 없을 이 경사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제일 가는 소망으로 정해놓고 참고 견디기엔 너무 아픔이 극심하지만 시집이 출판되기까지는 결코 가슴에 꼭 품은 소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날세우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면서 수개월을 기다렸던 것이다.

누군가 불행한 자에게서 소망, 즉 희망은 보약과 같은 것이리하지 않았던가. 로년성 하지중후군으로 밤잠을 도무지 잘 수 없을 때는 지팽이를 짚고 좁은 방안을 수백, 수천번을 왔다갔다 하면서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는데 때로 너무 지쳐 그만 그 자리에 쓰러지고 싶어도 지팽이에 몸을 싣고 때로는 새벽까지도 자리에 눕지 않고 방안을 맴돌았다. 하지중후군으로 무릎관절에 병이 생겨 제대로 걸을 수 없었으나 그럴수록 더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단 몇발자국 못가 주저앉는 처지이면서도 바깥에 나가 걷기 운동을 견지하였다. 만성 신부전까지 겹쳐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끼때마다 밥과 전쟁을 치르다싶이 하였지만 밥은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한술 한술 밥술을 세듯이 억지로라도 삼켰다. 물론 그렇다고 병치료를 늦추거나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주변의 용한 의사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멀리 연변 룡정강덕중의진료소의 오정묵 의사한테까지 전화를 하여 위챗으로 약처방을 받아 치료도 하였다.

볼 바에 병은 약으로 고친다. 하지만 마음도 병을 고칠 수 있나 보다. 같은 값이면 어둡고 절망적으로 병을 대하기보다 병을 꼭 이겨낼 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고 밝고 명랑한 마음으로 병을 치료하면 치료효과도 더 좋은 것 같다. 특히 환자가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절절한 소망이 있으면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도 더욱 다잡아 병치료를 하게 되니 자연 효과도 따라오기 마련인 것 같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희망은 절망보다 더 강하다. 시에 대한 끈질긴 집착, 생명에 대한 열애 그리고 시집출판을 고대하는 열렬한 기대, 이것들이 합쳐져 때로 시집출판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득한 꿈만 같지 않을가 싶은 적도 있었지만 소망은 병마를 이기는 힘이요 빛이요 지혜이며 련이어 닥치는 아픔에도 나를 버티게 한 지팽이, 오늘의 역경을 딛고 래일로 향해 나가는 발걸음이다. 기다림으로 병을 이겨낸 탓에 드디여 한해가 저물어가는 11월에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시집의 출판을 맞이하여 2020년을 나의 시창작의 력사에 큰 획을 긋는 한해로 되게 하였으니 잘가라 2020년이여, 가물의 비마냥 시집의 출판은 내가 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되찾는 데 기폭제가 되여주었다. 이에 의의 깊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나는 연변인민출판사에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한해는 그토록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집출판이라는 나의 소망이 활짝 꽃펴난 한해이다. 이제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때에 나는 또 어떤 소망을 가지고 살 것인가? 인간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살아있는 날 동안 희망을 갖고 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새해엔 또 새해 나름의 소망을 품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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