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알리아와 무서리(외 8수)□ 한경애
목 길게 쑥 빼들고 가을 화단 밝히던 꽃
간밤의 무서리에 시커멓게 목 꺾었다
가지에 참새가 운다 짹짹 마른 울음을…
쌀밥에 배추김치
움에서 금방 꺼낸 배추김치 대가리 썩둑
쌀밥에 랭수 붓고 쭉쭉 찢어 얹어 먹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맛 산해진미 울고 간다.
등 산
산으로 올라갔다 내려오기 마련이다
소소리 높이 올라도 내려오면 제자린데
사람들 딛고 밟히며 가렬처절하더라.
가 위
가위에 잘린 나무 멋스런 신사 된다
암덩이 잘라내듯 아픔은 자신의 몫
미움도 탐욕도 싹뚝 마음 하늘 해맑다.
궁금증
한밤중 쾅당쾅당 구라파전쟁이다
봄풀처럼 일어서는 의문이 잠 쫓는다
싱거운 의문도 역시 못 고치는 고질병.
홍 시
떫고 신 풋풋한 맛 아하, 저건 청춘이다
불비로 익히고 서리로 뜸 들였다
행복이 이게 아닌가 시련 끝의 달콤함.
성에꽃
벽 하나 사이두고 만날 수 없는 사랑
로미오와 줄리에의 애끓는 사랑이다
마주한 애절한 눈빛 별이 되여 반짝인다.
공
거미줄에 포로당한 하루살이 그네 뛰오
한치 앞 모르는 게 인생이라 하지 않소
웃으며 살다가기오 한번 뿐인 인생을.
향 수
키 낮은 초가지붕 저녁 연기 정다웠다
황소의 영각소리 덜커덩 수레 소리
멍멍이 꼬리 흔들며 곰살갑게 맞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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