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소한 행복□강매화

2021-09-24 08: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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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절이라 동갑내기 친구들이랑 레스토랑에 모여 파티를 벌렸다. 화려한 옷차림에 꽃단장까지 하고 서로서로 찰칵찰칵 사진도 찍으며 시끌벅적 명절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딩동! 딩동!

위챗소리에 문자확인을 하니 엄마가 사진을 보내왔다.

“매화야, 네가 보내준 선물 잘 받았어. 엄마 이쁘지? 고마워 내 딸! 이제 로인독보조에 나가면 모두들 부러워할 거야. 엄만 이제 다시 애가 되나 봐. 다 늙어빠진 로친네가 새옷 입으니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을가…”

“그리고 또 우리 딸 덕분에 평생 엄두도 못낸 고급화장품도 쓰니까 이렇게 젊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짱이야!”

엄마는 내가 부녀절을 맞으며 사드린 새 원피스를 입고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런 문자를 날려왔다. 얼굴에 얼기설기 건너간 주름살로 웃음을 만들어보내는 엄마다. 허리도 이젠 튜브를 두른 것처럼 둥글둥글해서 내가 사보낼 때 예상했던 효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며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 때 엄마는 우리 모임의 밥 한끼 값도 안되는 명품도 아닌 그냥 새옷을 입고 저렇게 기뻐하신다. 한국에 10여년 체류하면서 싸구려 스킨로션만 사서 발랐지 언제 아이크림에 비비쿠션까지 있는 세트화장품을 엄두조차 내셨을가.

문득 지난번 일이 떠오르며 나를 더욱 쥐구멍을 찾게 만든다.

지낸해 <엄마의 손>이라는 글이 수상하게 되였는데 편집일군이 전국애심녀성포럼 위챗계정에 글을 올려준다며 엄마하고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휴대폰 사진을 올리훑고 내리훑고 열심히 뒤졌는데 폰의 용량 절반을 차지하는 만장도 넘는 사진에서 엄마사진이 겨우 서너장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만분의 몇!

몇만분의 일!

내가 여유작작 멋진 경치들을 누비며 찰칵거리고 맛집들에서 진수성찬의 풍미에 함씬 취해 번쩍거릴 때 엄마는 무엇을 하고 계셨을가?

달랑 몇장의 엄마사진!

년중 음력설휴가 때에나 겨우 고향에 갈지말지 한데 그것도 고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밖을 도느라고 언제 다정하게 엄마와 얘기라도 나누어봤던가. 사진 찍을 시간조차 거의 없는 설휴가를 보내지 않았던가.

애 때문에 출근 때문에 일년에 겨우 한번밖에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들인데 명색이 부모님들과 설을 쇤다고 동네방네 소문만 내고는 결국 동창모임이나 진배없었던 나의 설명절.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에 앉아 겨우 아침식사나 같이하고는 이내 친척들 집에 다니며 설인사를 하고 친구들과 회포를 나눈답시고 시간을 다 보내버리군 했었다. 마흔이 넘도록 나는 엄마 앞에서 항상 철없는 딸이였다. 그런 딸도 귀엽다고 딸바보 엄마는 내가 돌아올 때면 무엇이든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지 못해 안달이시다.

자식한테서 받은 원피스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시는 엄마, 그렇게 쉽게 만족해하는 엄마의 너무나도 평범한 행복을 나는 왜 얼마든지 넘쳐나게 해드릴 수 있었는데 유독 엄마한테만 그렇게 린색했을가.

결혼해서 아들이 생기고 나서 항상 아들이 1순위였다. 맛집을 알게 되면 다음엔 아들을 데리고 와야지 하는 생각 뿐이였고 멋진 패션을 보면 아들한테 사줘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지 부모님한테 해드릴 생각은 왜 그렇게도 하지 못했을가.

명절이나 생일이 되면 무슨 숙제라도 하듯 조그만 선물이나 용돈을 보내는 것으로 효도를 다한 것처럼 여겼던 나 자신은 얼마나 한심한 딸이였는지.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나는 부모님한테 그토록 사랑에 린색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주고 주고 또 주어도 성에 차지 않으신 모양이다.

요즘엔 대련에도 고향맛 반찬가게들도 많건만 엄마는 지금도 계절따라 나물이며 남새들로 밑반찬을 만들어 보내주신다. 고향의 강물처럼 변함없는 사랑을 장장 40년도 넘게 멈추지 않고 보내주신다.

선배들한테서 제일 많이 듣는 말중의 하나가 바로 부모님 계실 때 잘해드리라는 진심 어린 충고였다. 그러나 나는 무엇이 그렇게 바빠 그토록 작은 선물에도 한없이 기뻐하시는 엄마한테 여직 그런 사소한 행복조차 변변히 해드리지 못했을가.

며칠 후이면 ‘어머니의 날’이다. 이번에는 기어이 근사한 선물을 사드려 부모님께 효도 좀 해드리려고 나는 행복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시는 동안 단 한번도 못해드렸던 이벤트 같은 것도 좀 자주 해드려야겠다.

  울 엄마 주름으로 만들어내시는 그 함박웃음을 더 자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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