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백진숙

2021-09-24 08: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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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노라면 우리네 인생길에는 언제나 걷기 좋은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다 보면 가파른 오르막길도 있고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있으며 험한 가시덤불길도 있다.

40대 중반 남편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먼 이국땅에 갔다. 그로하여 나의 생활은 온통 뒤죽박죽이 됐다. 출근하는외 가정의 모든 일들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건 물론 병원에 입원해도 늘 혼자여서 서러움에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았다. 자식들에 대한 교육은 물론 딸애들이 둘이다 보니 하루 저녁 꼭꼭 두번씩 학교로 데리러 다녀야 했다. 그러노라면 몸은 늘 녹초가 되여 이튿날 아침이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때가 많았다. 사춘기에 들어서서 엇나가는 딸들을 휘여잡기란 또 얼마나 힘들던지, 거기다 시집과 친정의 량쪽집 부모들도 자주 가봐야 하고 량가 열두형제의 대소 경사에도 다 삐쳐야 하니 심신은 늘 지쳐있었다.

거기다 끝없이 덮쳐오는 고독은 또 얼마나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던지… 남편이 출국한 이듬해 봄, 이런 고독에서 벗어나려고 강변의 돌들을 힘들게 주어내여 많은 밭들을 일구었다. 짬만 나면 밭과 씨름하다 보면 고독과 번뇌가 사라지리라고 생각했다. 허나 우썩우썩 자라나는 곡식들과 채소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즐거워야 하는데 마음은 늘 허전하고 외로웠다. 온몸이 쑤셔나도록 일해도 저녁에는 도통 잠들 수가 없었고 파도처럼 밀려가고 밀려오는 고독의 늪에서 헤여나올 수가  없었다.

고독에 흔들리고 외로움에 흔들리고 아이들 때문에 흔들리고 혼자서 살아가는 세상이 힘들어서  흔들리고… 내 몸이 아니, 령혼까지 송두리채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인생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나에게 어느 때부터인가 문학이란 지팡이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었다. 받쳐주고 기댈 수 있는 지팡이가 절실히 필요했던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덥석 그것을 받아쥐였다.

비록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지만 지금부터라도 신들메를 조이고 문학이란 지팡이를 꽉 붙들고 힘과 정력을 쏟아붓는다면 어느 땐가 문학의 정상에 오를 날이 있을 거라 굳게 믿었다.

허나 문학이란 시작하기는 쉬워도 견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또 성과를 따내기란 더 쉽지 않았다. 그동안 독서도 하고 문학강의에도 열심히 다니면서 수필도 쓰고 시도 쓰고 동시나 동화도 좀 쓰면서 나름 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글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처음엔 수필과 수기의 구별점을 잘 몰라 허둥댔고 시를 잘 모르면서 동시와 성인시를 병행하니 성인시에 동시가 가끔씩 끼여들어가서 고민스러웠다. 생각하다 못해 동시쓰기를 던져버렸다.

처음 문학에 입문했을 때 시나 수필이 수학처럼 답이 없는 것이 제일 골치 아팠다. 글 한편을 쓰고도 잘 썼는지 못 썼는지 자기절로 알 수 없는 건 물론 그걸 듣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저마다 달라서 그 척도가 구경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한번은 아동소설이랍시고 한편을 써가지고 아동학회 필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잘 썼다는 사람, 침묵하는 사람, 거기에 소설이 두개 들어가있으니 여차여차하게 고치라는 사람, 아니 그냥 다 하나로 소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 나는 그만 오리무중에 빠지고 말았다. 문학도 수학처럼 정답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가? 집으로 돌아와 머리를 붙들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걸 쓰레기통에 다 던져버리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나에게는 이걸 고칠 수 있는 능력이 근본 없었던 것이다.

낮에는 출근하고 밤에는 글쓰기를 하면서 뼈 깍는 아픔을 맛볼 때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군 하였다. 남들은 십대, 이십대부터 글쓰기를 하여 이미 쟁쟁한 작가로 되였는데 지천명에 거의 이른 내가 이제 하면 뭘 하겠는가?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순간 나의 어제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작가란 리유로 한마디 언론도 없이 모자를 썼는데 내가 지금 무슨 도깨비에게 홀리워 이 길을 선택했는가?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이런 상처들로 말미암아 어려서부터 문학과 담을 쌓고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던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깊은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구경 선택한 이 길이 옳은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이렇게 갈팡질팡하며 흔들릴 때마다 문학은 늘 푸른등을 켜주며 다시 일어나게 했다. 아버지로 인하여 어려서부터 많은 아픔을 맛보고 이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나는 어렵게 선택한 이 길을 아끼고 또 확고부동하게 드팀없이 걸어나가야 했다.

그때부터 흔들림 없이 문학이란 이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노력에 노력을 경주했다. 힘든 인생의 길에 문학이란 푸른 지팡이가 있다는 것은 삶이 나에게 준 얼마나 큰 혜택인가! 아침에 시가 떠오르면 시를 쓰다가 출근시간을 놓쳐 택시를 타고 간 적도 있고 수필 한편이라도 더 쓰겠다고 밤늦도록 컴퓨터와 씨름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도서관에서 문학외 력사, 철학, 천문학 그리고 명인들의 전기 등 많은 책들을 가져다보면서 시야를 넓히기 위하여 노력했다.

문학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어찌보면 장거리 경주와도 같다. 초심을 잊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열심히 뛰다 보면 그 종점에 어느 땐가는 꼭 도착하게 되여있다. 나의 앞에는 훌륭하고 글 잘 쓰는 작가들이 많다. 그들을 본보기로 앞으로 달리는 일이란 얼마나 의의 있고 보람찬 일인가? 시나 수필 한편을 쓰는 것이 어떤 때는 열달 잉태보다 더 힘들 때가 있다. 허나 산고의 아픔을 지나 작품들 하나하나가 발표될 때의 희열을 그 무엇으로 다 표달할수 있으랴! 또한 어제날 고독에 울던 데로부터 지금은 고독을 이기고 고독을 즐기는 녀자로 다시 태여난 것 같아서 기쁘다.

문학작품은 수학처럼 확실한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전엔 내가 그걸 보는 눈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이야말로 진짜로 훌륭한 작품인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작가들이 바치는 대가는 그 얼마이겠는가? 그것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가 없고 계산할 수가 없이 귀중한 것이다. 지금은 남의 작품이나 자기 작품이나 그걸 보는 혜안이 생겨서 자기절로도 우렬을 가릴 수 있어서 기쁘다. 노력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한단계 높이 올라선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내 글재간으로는 좋은 시나 좋은 수필 한편도 잘 못 쓸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어서, 언젠가는 한편의 우수한 시, 한편의 좋은 수필을 쓸 거라는 꿈을 가지고 오늘도 글쓰기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글들이 괴로운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어려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사람들 속엔 나도 포함되여있다.

피천득이 말한 것처럼 “수필은 란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녀인이다”. 그리고 메리 셸리가 말한 것처럼 “시는 가장 행복하고 가장 선한 마음의, 가장 선하고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시를 쓰는 일이, 수필을 쓰는 일이 이렇게 뜻깊고 행복한 일일진대 스스로 선택한 이 문학의 길에서 자신의 한생을 바친다는 것은 얼마나 의의 있고 즐거운 일이며 또 옳바른 선택인가! 비록 그 속에는 뼈를 깎는 아픔이 동반하고 가시덤불 같은 험한 길이 놓여있다 하더라도 기꺼이 걸어갈 만한 길이 아니겠는가? 빠벨 꼬르챠킨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 밀턴의 《실락원》 같은 작품들은 이 같은 뼈를 깎는 아픔을 동반한외 실명의 고통을 무릅쓰고 창작한 불후의 작품들이다. 그들과 비길 때 광명을 잃지 않은 우리는 보다 쉽게 글쓰기에 정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학이 내 인생의 지팡이로 된 다음부터 내 삶은 더는 외롭지 않고 보다 윤택해지고 다채로워졌다. 앞으로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 길을 향해 드팀없이 나아갈 것이다. 문학이란 이 지팡이가 지켜주고 있는 한 흔들리다가도 다시 이 땅에 튼튼히 발을 붙이고 시와 수필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인생의 저 언덕길을 힘차게 넘어갈 것이다.

  문학, 나를 지켜주는 영원한 지팡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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