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 찬가□ 박철산

2021-10-29 08:44:34

이른아침 잠에서 깨나 커튼을 연다. 싱싱한 아침이 내 앞에 성큼 다가 선다. 저 멀리 비암산의 일송정 정각과 유리다리의 륜곽이 바라 보인다. 집옆으로 주절주절 해란강이 흘러 간다.

정원의 연록색의 잔디에는 수정같은 이슬이 대롱대롱 매달려있고 수양버들, 소나무, 봇나무, 참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왕자처럼 활짝 핀 꽃 속에 옹위되여  반겨준다.

잎새들의 고향은 각기 다르다. 겨우내 늦잠을 자다가 화창한 봄날이 오면 혹자는 묵은 풀뿌리에서 혹자는 씨앗에서 혹자는 나무 우듬지에서 새싹으로  태여나고 립하가 되면 활짝 피여나  아름다운  연록색의 얼굴을 자랑한다.

잎새는 여름철의 천사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 사계절에서 여름이 언제나 생기와 활력과 청춘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잎새들이 있어 가능하다. 잎새의 존재로 생명들의 숨소리와 약동을 감지 할 수 있고 아름다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잎새가 없다면 만물은 생장을 멈추고 지구촌은 황량한 고비사막 뿐일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섬찍하다.

잎새는 짙어가는 여름 ,무성해지는 여름의 천연색소이고 산소공장으로서 인류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이다. 여름은 잎새의 존재로 뭇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빛 뿌린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싱싱함과 생기와 활력을 부여해준다.

여름날 이른아침, 가슴이 답답할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 받을 때 잎새들이 뒤덮인 들녘으로, 산으로, 버드나무 우거진 강변길을 따라 걸어보라. 미풍에 살랑살랑 흐느적거리는 나무 잎새나 아침 이슬이 함초롬이 매달린 연록색의 풀잎새들을 눈주어 바라보노라면 금방 흐리터분하던 머리는 맑아지고 막혔던 가슴은 펑 뚤리며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어깨에 힘이 실려온다. 잎새는 여름의 색갈이고 정수이고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가을이 사나이들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녀인들의 계절이다.

잎새는 인내와 기다림의 상징이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면 맨 밑에서부터  인내를 감내하면서 한잎 두잎 잎새를 펼치며 꽃이 피고 열매가 영글 때까지 짜증 한마디 부리지 않고 기다린다. 나중에 열매가 영글면 서서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락엽으로 살풋이 땅에 내려 앉아 허울이 되여 묵은 검불로 거듭난다.

예전에는 내조를 잘 하는 녀인들을 잎새에 비유했다면 지금은 자식들을 키우느라 로심초사 하는 부모들도 잎새에 비유 할 수 있다.

나무의 잎새는 언제나 가지의 맨옆에서 변두리 삶을 살아 가지만 아무런 불평도 없이 주인을 위해 부지런히 일한다. 잎새는 자기가 영원히 줄기나 가지 원목으로 거듭 날 수 없다는 것을 번연히 알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주인을 위해 봉사한다. 삼복염천의 뙤약볕 밑에서도 들숨과 날숨을 쉬면서 끊임 없는 광합작용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 나무 잎새의  온몸에는 언제나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잎새는 호위병마냥 맨 먼저 비바람을 맞고 광풍폭우가 쏟아져도 가지가 부러지기 전에는 한시도 주인곁을 떠나지 않는 충성을 다한다.

하지만 잎새는 꽃이나 나무의 원목처럼 사람들의 관심이나 총애를 받지 못하는 찬밥 신세이다.

한여름 삼복염천에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철철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나무가 있어 그늘이 있다고 생각하지 잎새의 존재와 역할은 념두에도 없다.

그래도 꽃밭에 가서 아름다운 꽃을 봐서야 푸른 잎에 붉은 꽃이라고 개여 올린다. 시야에 보이지 않거나 아주 미세하고 작은 것에 대해서는 홀시 하거나 하찮게 여기기 쉬운 것이 현대사람들의 심미습관이다.

잎새는  작고 여리고 힘이 없다.

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온몸을 파르르 떤다.

잎새의 생명도  길지 않다. 봄에 태여나 립하에 걸음마를 타고 백로가 지나면 울긋불긋 단풍들기 시작하고   립동이 오기 전에 락엽이 되여 생명을 마감한다. 비록 맨 밑이나 변두리 삶을 살아 가지만  주어진 짧은 한순간의 생명도 갑지게 자기의 사명을 다해 간다.

어느날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가 도로 확장 건설로 한창 자라나던 백양나무들이 밑둥이 잘리운 채 이리저리 쓰러져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토막난 나무들은 차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도로에는 연록색의 잎새들만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잎새들이 지나가는 차들의 바퀴에 깔려 만신창이 되고 행인들의 발밑에 깔려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는 처량한 모슴을 바라 보노라니 가슴이 아팠다.

발빠른 도시 건설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원경발전 계획이 따라가지 못해 심은지 거퍼 5년이 되기 전에 밑둥을 잘리는 나무의 신세 또한 처량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 주변에도 잎새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날마다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를 미화하는 환경 미화원들, 매일 뜬눈으로 지새다싶이 하면서 아빠트단지를 지켜나선 보안원들, 그 밖에도 남들이 꺼리는 더럽고 힘든 일터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로동자들, 택배원들… 그들의 존재와 로심초사로 사회는  안정되고 문명해지고 조화로워 지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는 사회 분공이 다를 뿐 귀천이 따로 없다.

잎새가 없으면 모든 식물들이 생장을 멈추 듯이 그들의 로심초사가 없다면 나라가 균형적으로 발전  할 수 없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려면 잎새가 받쳐주어야 하고 나무가 원목으로 거듭 나자면 잎새와 줄기,가지와 뿌리가 있어야 하듯이 조화로운 사회의 구축은 여러 분야의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하찮은 작은 존재의 힘, 없어서는 안 될 잎새의 존재 ,이 아침에 나는 그 아름다운 잎새를 찬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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