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저기 저 하늘을 보아라. 동녘에 붉게 솟아올라 빛 뿌리던 태양도 어느덧 서산마루로 뉘엿뉘엿 그림자를 던지는구나. 참, 하루가 너무 빠르구, 세월이 너무 빠르구나. 올해도 벌써 몇달 남지 않았구나. 참, 빠른 것이 세월이라더니 화살같은 세월 앞에 누군들 별 수 있겠느냐.
이제 흰 눈이 흩날리는 설날이 오면 너도 세월의 덕을 입어 삼십대의 그라프에 한점을 또 찍는구나. 참, 아무리 늦게 혼인을 하는 세월이라지만 녀자가 삼십대면 조금은 과년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니? 꽃도 한철이요, 청춘도 한철이라고 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이제는 눈길을 들고 정말 주위를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설마 그 많은 사람중에 네게 적중한 인연이 없겠니? 너무 운명에 기대지 말거라. 솔직한 말로 인연도, 연분도 다 노력의 결실이다. 하늘에서 스스로 빵이 떨어지지 않듯 노력이 없이, 양보가 없이, 리해가 없이 어찌 사랑이 결실을 맺겠니? 소위 천생연분도 다 노력의 대가로 꽃노을로 피여나는 것이다.
딸아, 세월을 탓하지 말고 누구를 탓하지 말아라. 그리고 착각을 하지 말아라. 요즘 세월에 석사라는 그 학력은 왕패가 못된다. 솔직한 말로 요즘 세월에 흔해 빠진 것이 대학생이고 석사 우에 박사가 있고 박사 우에 원사가 있다. 그러니 으시댈 하등의 도리가 없다. 진정한 인재로 되자면 학력도 있어야 하지만 우선 인격을 갖추어야 하고 겸손을 알아야 한다. 솔직히 남자들이란 녀자의 학력이 자기보다 높으면 조금 뒤로 물러선다. 남자들은 보통 녀자의 마음가짐과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에 더 마음이 끌리는 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네가 외모에서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 부모들이 다 그러하듯이 이 아버지 눈에는 네가 정말로 수선화처럼 너무 아름답구나. 하지만 하늘 우에 하늘이 있고 산 우에 산이 있듯이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수없이 많구나. 그러니 딸아, 턱을 쳐들지 말거라. 평온한 마음으로 아름답게 주위를 둘러보아라. 고운 시선으로 보면 한포기 풀도 고운 꽃으로 보이는 법이다.
딸아, 녀자의 이름은 말 그대로 녀자이다. 녀자는 꽃으로 웃고 꽃으로 말하고 꽃으로 피여날 때 제일 보기 좋은 법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녀자의 이름은 엄마이고 누나이고 안해이고 딸인 것이다. 다시말하면 녀자는 혼인으로 다시 태여나고 사랑으로 한결 이뻐지는 것이다. 물론 요즘 세월에 솔로를 고집하는 녀자들이 적지 않다. 어찌 보면 자유자재인 솔로의 세계가 좋기도 하다. 하지만 홀몸으로 평생 세상을 간다는 것이 꼭 말처럼 좋기만 하겠니? 그것은 평생 멜로디가 없는 무성세계를 가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니? 기실 알고 보면 독신을 부르짖는 녀자들도 처음부터 그런 세상을 꿈꾸는 녀자들은 아니였을 것이다. 사실 그들도 꽃이기를 원했겠지만 이런저런 넘치는 기대로 해서 저도 모르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 수도 있지 않겠니. 그러다 보니 농촌에는 과년한 총각들이 넘쳐나고 큰 도시에도 역시 나이 많은 녀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으로 되였구나.
딸아, 세상에 산 좋고 물 맑은 곳이 얼마나 있겠니? 그만큼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니? 필경 세상에 모든 면에서 우수한 사람은 적은 수자이다. 멋지고 능력이 있고 잘사는 그런 남자도 필경은 적은 법이다. 그러니 똑똑한 녀자라면 스스로를 알고 조금 한발 물러나서 인연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솔직한 말로 자칭 우수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너의 부족한 점들이 더 많이 보일지도 모른다.
딸아, 혼인은 일생대사이다. 그만큼 이것저것 재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여기저기 뚫어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재고 잰다고 하늘을 잴가? 따지고 따진다고 해서 황금을 쪼갤가? 뚫고 뚫는대서 바다를 뚫을가? 세상사 만능이 없다고 했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멈추면 끝이 보일 것이다. 사랑이란 물질의 결합보다는 령혼의 결합이다. 물질로 이루어진 사랑은 늘 바람의 세례를 받지만 령혼으로 이루어진 사랑은 쉽사리 바람의 요술에 넘어가지 않는 법이다. 이 아버진 네가 사랑에서 리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실리를 따지고 현실보다는 미래를 더 많이 보는 그런 선택을 했으면 좋겠구나. 물론 어떤 선택을 하던 그건 너의 자유이다.
딸아, 어망결에 창밖을 보니 벌써 달이 떴구나. 어쩌면 인생도 순간이란 생각이 부쩍 드는구나… 세월은 벌써 가을의 인사를 보내는구나. 가을은 만물이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단풍이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계절이다. 풍요로운 천고마비의 이 계절에 부디 너에게도 뜨거운 사랑이 찾아오면 얼마나 좋겠니? 그리하여 봄을 노크하는 춘절이나 혹은 신록이 우거진 아름다운 5월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사뿐사뿐 혼례식장에 오르는 널 바라볼 수 있다면 부모로서, 아버지로서 그보다 더 즐거울 수 있겠느냐?
딸아, 저기 저 창밖의 달이 환하게 웃는구나. 누군가 달이 웃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어쩌면 조만간 네게 기쁜 소식이 생길지도 모르겠구나?
딸아, 말이 좀 길어졌다. 하지만 부질없는 잔소리라곤 생각지 말아다오. 딸아, 어서 시집을 가거라, 그리하여 은은한 멜로디 속에서 다시한번 아름다운 녀자로 태여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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