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 찬란한 아픔 □ 김영자

2022-05-19 12:15:24

3월이면 우리 나라 소주쯤 되는 고장은 길거리에 목련이랑 백매화가 화사하게 피여 봄 기운을 자랑하지만 북방의 내 고향 연변은 아직도 진눈까비 흩날리는 날씨다. 그렇게 내 고향의 봄은 올가말가 바장이며 애태운다. 분명  우수, 경칩이 지나 대동강도 녹고 춘분계절이 끼였으니 봄인 것만은 사실이다. 농부가 놀지 않는 춘분, 3 월 중순이 지나면 이른 봄 달래가 빨간 머리를 내밀고 말일쯤이면 잠자던 뜨락의 텃밭에도 마늘이며 옥파가 심어지는 계절이다.

나에게 있어서 3월은 아픈 달이다. 13년 전 남편은 3 월에 돌아갔다. 그해 설에 어느 지인은 나에게 새해 메시지를 보내며 “새해 선생님의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보냈다. 나는 그에게 답장을 “새해 나의 간절한 소망은 봄이 오는 언덕에 남편과 손잡고 나란히 서 있는 것” 이라고 보냈다. 하지만 남편은 그 해 3 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봄이란 계절은 늘 나에게 그렇게 아프게 찾아온다

봄은 아픈 계절이다.

누군가 봄은 사랑의 계절이고 꽃피는 계절이며 희망과 랑만의 계절이고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이라고 찬미한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계절이기 전에 나의 기억 속에서 봄은 아픈 계절로 다가온다.

봄이면 겨우내 언 땅 속에 뭍혀 있던 온갖 씨앗들은 자기의 몸을 한껏 부풀리여 상처를 내여 싹을 틔운다.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자기 몸에 스스로 내는 상처의 진통은 아무도 모른다. 겨우내 얼었던 동토층이 녹는 어둡고 캄캄한 추위 속에서 씨앗은 상처의 아픔을 감내하며 기어이 싹을 틔워  세상밖으로 내보내 자기의 존재를 알린다. 싹트는 씨앗들에게는 수확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봄은 아픈 계절이다.

5 월은 계절의 녀왕으로 불리우지만 북방의 5 월 초순에는 늘 한두차례 한파가 밀려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며 꽃샘추위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금방 자라기 시작하는 여리여리한 새싹들은 때아닌 혹독한  찬서리에 하루밤 사이에 생기를 잃고 무참하게 쓰러진다. 그 새싹들의 아픔을 우리는 모른다.

녹초가 되여 다 죽은 듯 쓰러진 싹들이 며칠 후에는 아픔을 딛고 상처를 지닌채 계절을 놓치지 않으려고 사활을 걸고  살아나는 모습은, 그것이 한갓 식물이긴 해도 그 완강한 의지력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 한포기 작은 풀앞에서 나는 겸손해지게 된다. 아픈 상처를 딛고 억척같이 살아나는 작은 풀에게는 꿈이 있었고 미래의 사명이 약속되여 있었다.

봄은 아픈 계절이다.

봄이면 온갖 새들은 짝짓기를 하며 어미새는 부화를 시작한다. 어미새가 진통을 겪으며 낳은 알들은 또 다시 아픈 부화를 시작한다.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새는 힘겹게 투쟁하며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여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한 세계를 깨뜨리는 새의 아픔을 우리는 모른다. 새 생명의 탄생은 늘 고통스러운 아픔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 봄날의 아픔이, 아픈 고통으로 끝날 때 거기에는 새로운 탄생이 없고 죽음만 있을 것이다.

씨앗들이 제몸에 상처를 내며 싹틔울 때 아프다고 멈추면 그 싹들은 썩을 것이니 어찌 풍성한 가을 열매를 얻을 수 있겠는가.

혹독한 찬서리에 쓰러진 풀들이 아픔 속에 주저앉아 꿈을 포기하고 사명을 잊었더라면 어찌 가을 들녘에 영근 씨앗을 품고 당당히 서 있을 수 있겠는가.

알에서 깨여나는 새가 아프다고 부화를 멈추면 그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테니 어찌 약동하는 생명을 운운하겠는가.

세상만물의 리치는 사람사는 리치와 마찬가지이다. 가슴의 아픈 상처를 그냥 상처로만 그러안고 있으면 고통의 절망은 끝이 없을 것이며 종당에는 삶의 의욕마저 잃고 자기가 나가야할 길을 잃어 버리고  자신마저 잃게 된다.

나이가 든 황혼에 반려를 잃는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 그리고 아픈 고통은 겪지 않고는 그 누구도 모른다. 가슴속의 아픈 상처를 다스릴줄 알고 (죽음까지 포함하여) 묻어 둘줄 알고, 인내와 끈기로 아픔을 이겨나갈 때 우리는 나이 들어   배우자를 잃는 상실감에서 오는 슬픔과 고독을 품위와 의지로 가슴속에 묵묵히 삭이며 견디여 낼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한생을 살다가 이 세상에서 맨 나중에 용감하게 세상을 대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이 기회야말로 인간의 마지막 성숙기가 아니겠는가!

나에게 있어서 13 년 전의 그 봄날 아픈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은 나의 문학에로의 승화였고 그 승화는 삶의 끈이 되였으며 나를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되게 하는 과정이였다.

봄은 아픈 계절이지만 이제 그 아픔을 이겨낸 만물은 생명의 푸르름으로 대자연이 주는 해빛과 비와 바람과 천둥 번개를 고맙게 여기며 꽃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종당에는 넓은 대지의 품으로 돌아 갈 것이다.

  봄, 그 찬란한 아픔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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