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만들기 □신매화

2022-05-19 12:15:24

추억이란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어 가슴속 어딘가에 저장해두었다가 수시로 꺼내보는 소중한 일기장이다. 그런 소중한 일기장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적은 사람은 아무래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나, 둘, 셋, 넷…넷이 한 이불을 덮고 조롱조롱 누워있다. 갑자기 하나 둘 소리와 함께 이불이 머리우로 쑥 올라간다.

어라?

아, 뭐야?

하하하…

호호호…

큰 언니와 둘째 언니가 숨이 넘어가게 웃는다. 나와 셋째 언니도 그제야 영문을 알아채고 같이 깔깔 웃어댄다. 이것은 아주 어릴 적 우리 네 자매가 늘 하던 이불씌우기 장난질이다.

어릴 적에 우리 집은 가난하여 네 자매가 이불 한 채를 같이 덮고 잤다. 큰 언니와 둘째 언니가 량쪽에 눕고 셋째 언니와 막내인 내가 가운데 누웠다. 큰 언니와 둘째 언니가 이불을 우로 당겨덮을 때마다 키가 작은 나와 셋째 언니가 이불속에 쏙 들어가 숨이 막혀 허우적대는 모습이 재밌다고 큰 언니와 둘째 언니는 거의 밤마다 그 장난을 했다. 원래는 막내인 나와 셋째 언니가 제일 바깥쪽에 누웠는데 엄마는 내가 자꾸 이불에서 밀려나온다며 큰 언니더러 나를 안고 자라고 해서 나는 큰 언니의 과문읽는 소리를 엄마의 자장가 대신 들으며 잠이 들군 했다.

하지만 오늘 한국 제주도의 어느 고급호텔에서 우린 또 그 장난을 했다. 2인용 침대 하나와 1인용 침대 하나가 있는 널직한 호텔방에서 침대 두 개를 붙여놓고 우리 네 자매는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느닷없이 큰 언니와 둘째 언니가 이불을 확 우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씻은 듯 파아란 하늘이 소녀의 얼굴처럼 순수하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더없이 정다운 6월의 어느 날 우리 네 자매는 약소대로 2박3일의 제주도려행길에 올랐다. 큰 언니의 환갑을 기념하여 몇 달 전부터 계획한 우리 신씨네 네 자매의 프로젝트가 작동한 것이다. 우리 네 자매는 텔레비죤에 나오는 것처럼 연한 핑크색 반팔티에 첫째, 둘째, 셋째, 넷째 이렇게 하얀 글씨로 새긴 커플티를 입고 관광지 려행을 시작했다. 마침 제주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사촌녀동생의 차로 우리는 비용도 절약하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추억, 추억의 앞자리에 빈칸을 놓아둔다면 사람들은 어떤 형용사를 골라넣을 것인가? 소중한, 아름다운, 즐거운, 행복한 등과 같은 밝고 긍정적인 단어들만 놓게 될가?

내가 철이 든 다음에도 우리 집은 5남매에 아버지께서 연거퍼 사고를 당하시고 허약한 어머니께서 혼자 생산대 일에 참가하다보니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고 줄곧 궁색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 집은 매우 화목했다. 맏이인 오빠가 일찍 학업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도와 생산대 일에 참가하셨고 큰 언니도 가정일을 도왔다. 다만 막내인 나와 두 살 우인 셋째 언니가 어머니께서 똑같게 나누어준 누룽지를 놓고 서로 큰 것을 먹겠다고 싸우군 했다. 그러면 어머니한테 된통 혼나군 했고 그럴 때마다 울음판이 벌어져 집안이 소란스럽긴 했다. 게다가 막내인 나는 언니들과 버릇없이 놀아 아버지한테 혼나고 어머니품에 안겨 슬프게 울기도 하면서 그렇게 컸다.

제주도 명물인 1메터가 넘는 은갈치구이를 먹으면서 큰 언니는 자꾸 가시를 잘 발라 내 접시에 놓아주면서 지나간 슬프고도 웃긴 추억을 꺼내놓았다.

-어릴 적 내가 널 안고 잤어. 밥도 먹여주고.

-나 이젠 어른이야. 큰 언니도 참…

-그래도 넌 우리 집 막내거든.

롱담하기 좋아하는 둘째 언니도 한마디 거든다.

-넌 어릴 때 나하고 버릇없이 놀았어.

그러자 셋째 언니마저 나를 몰아주기에 동참한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까르르.

언니들의 웃음에 나도 그만 웃음보를 터뜨리고 만다.

갈치구이를 먹으니 예전 황어를 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해마다 봄철이면 생산대에서 황어를 나누어주었다. 그걸 끓이면 어두일미네라 하시며 머리와 꼬리만 드시던 어머니생각에 우리는 또 울컥한다.

손 닿으면 파란 물이 들 것 같은 하늘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우리는 즐겁고 행복에 찬 웃음소리로 백사장을 온통 하얗게 만들었다.

생산대일에 바쁘신 어머니을 도와 빨래하러 가는 큰 언니 뒤를 몰래 따라가서 큰 언니 옆에서 놀다가 앞으로 폭 꼬꾸라져 하마트면 강물에 떠내려갈번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일로 집으로 돌아온 큰 언니는 동생을 잘 보살피지 못했다고 아버지한테 엄청 혼났었다.

그 추억을 꺼내 닦으며 큰 언니는 내쪽을 보며 눈을 깜빡하신다. 혼나긴 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제주도의 천지연폭포, 해수욕장, 승마체험장, 용두암... 자연이 만들어낸 그 수많은 명소들에서 우리 네 자매는 때론 즐거운 추억을 때론 행복한 추억을 때론 슬픈 기억을 떠올리며 때론 깔깔거리고 때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무엇인가가 추억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그것의 소중함을 모른다고.

우리 네 자매의 제주도려행은 지난 추억과 더불어 또 하나의 즐겁고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이제 래년에는 오빠도 함께 와서 신씨네 5남매가 완전체로 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자는 꿈은 우리 네 자매의 손가락에 단단히 걸려 약속되였다.

  그래, 인생 별거 아니지. 우리는 추억을 만들면서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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