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빈의관에서
다시 만난 아버지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가슴 움켜잡았다
령혼의 빛이였고 탑이셨던 아버지
밀물처럼 밀려가고 밀려오는 하얀 그리움
-나한테 그려봐
넓은 가슴 내밀며
날개 퍼득이며 달려와
다소곳이 내려앉는 하늘
그림처럼 펼쳐진 푸른 여백 한장
그 여백에 그리움 적어넣었다
추억 하나에 그리움 하나
추억 둘에 그리움 둘
추억 열에 그리움 백 천 만
허나 여백 한장에
뚝뚝 떨어지는 이 그리움을
어찌 다 그려넣을 수 있으랴
붓 들고 오열하는 나
여백아
추석이면 내 하얀 그리움을
너한테 걸어놓고 가슴깊이 아버지를
꺼이꺼이 울어본다.
추석달
아버지가 떠나가고 안 계시는 지금
아무리 쳐다보아도
반달 아니 이지러진 쪼각달로
떠있는 저 추석달
숨은 반달과 쪼각달은
아픔이요 그리움인가
이 아픔과 그리움 찢어
다시 널 빚는다면
달아
너 다시 둥근달로 돌아올 수 있느냐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 무엇으로 채우랴
아무리 둥글어도 내 맘속에 언제나
반달로 쪼각달로 남아있는 추석달아
눈물과 설음의 추석달
아픔과 그리움의 추석달이여.
항아리
베란다 한쪽 구석에 놓여있는
엄마가 두고 간 금 간 항아리
된장 간장을 더는 담을 수 없게 되자
자식들이 보낸 편지 한장이라도 빠질세라
차곡차곡 보관하던 보물항아리
엄마가 보고 싶어 뚜껑을 열면
아 나만이 맡을 수 있는 엄마 냄새
그만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하나같이 그리움 토해내는
항아리 속 편지들
자기도 보고 싶다는 듯
우웅우웅 울음 토해내는 항아리
항아리 속에는
엄마의 말씀들이 가득차있다
엄마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엄마의 사랑이 넘쳐난다
자식들 걱정에 마음 편한 날 없었던 엄마
온통 엄마 그림자 뿐이여서
두 눈 꼭 감아버린다
엄마의 세월이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는 옛이야기
뚤렁뚤렁 눈물 떨구며
그 이야기들을 주어
세월의 숲에 고이 걸어놓는다.
형 제
오빠
형제들 모두가 쳐다보는 높은 별
기댈 수 있는 기둥
일찍 조식의 칠보시 읽어주며
형제는 수족 같으니
흩어지지 말고 하나로 되자
늘 얘기하던 오빠
부모님 한쪽 팔 되여
힘든 세월 용케도 넘어오더니
철없는 사춘기 때
아버지 따라 함께 넘어진 오빠
아버지는 다시 일어섰는데
오빠는 왜 일어 못 나고
그렇게 슬프게 살다가 가야만 했나
새가 된 오빠가 하늘 높이 올라가던 날
내 갈비뼈 하나가 툭
끊어져나가는 소리를 보았다
형제 하나하나가 모두 내 몸에 붙어있는
소중한 뼈들이고 아픈 살점임을
오빠를 잃고서야 알게 되였다
끊어진 갈비뼈 붙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 아픔
오늘도 내 가슴 허비는
갈비뼈의 푸른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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