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망 (외 4수)□ 백진숙

2022-12-16 09:36:29

청운의 꿈과 퍼덕이는 날개

령혼 깊이 감추고

세월의 언덕에 웅크리고 앉아

비상을 꿈꾸는 푸른 새


온몸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욕심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출구

그 구멍 열쇠를 움켜잡고

오직 직진만을 꿈꾸는 너


가엽다 놓아주면 넌 들말이 되여

온 광야를 질주하면서

하늘에다도 집 짓고

이 세상 모든 걸 삼키려 하거늘


네 탐욕과 허욕 불사르고

막 터져나오려는 분출구를

하나 둘 적당히 뚫어놓으면

삶의 원동력 되여 활활 타오르는 너


널 꽉 붙잡고 야망의 끈 잡아당기다가

천길벼랑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만경창파에 빠지기도 하면서

허위허위 살아온 지난 세월


지천명을 넘기고서야

환희의 함성과 함께

뜨거운 눈물 삼키며

내 령혼과 손잡고 어서오라 손짓하는

너를 문득 보아버렸다


얼싸 달려가 포옹한다

욕망아

고맙다 친구야.



모 래


눈 시리도록 하얗게 펼쳐진

우도(牛岛) 서빈백사장에서

너를 한줌 쥐여보았다


그 고운 빛에 심장은 금방 멎는 듯

한알의 모래로 부서지기까지

아프게 흘렀을 억겁의 세월

내 손에서 흘러내리는

삶의 저 작은 은빛 알갱이들


거짓과 위선 모두 던져버린 너

네가 있어 백사장이 있고

백사장이 있어 우도는 더 아름답거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흔들림에도

네 삶은 더 파랗게 묻어나


작고도 동글동글하여 모날 줄 모르는 넌

세월의 한켠에 조용히 비켜서서

자신을 숨기고 작은 몸짓 작은 웃음으로

늘 푸른 바다만을 노래한다


오늘도 머나먼 고향에서 나는

일출과 함께 푸른 영각소리 길게 뽑으며

바다와 뜨겁게 손잡는 우도를 본다

환희에 떠는 네 작고

하얀 목소리도 함께 듣는다.



병과의 대화


전엔 널 많이 원망하고 미워했다

힘들 땐 마구 욕하기도 하고

널 쫓아내려고 갖은 방법 다 썼다

심지어 어떤 땐 널 씹을 수 있는

이발이라도 있었으면

와작와작 씹어버리고 싶었다


젊은 날의 그해 여름부터

내 안방에 둥지 틀고 앉아

사각사각 뼈 갉아먹는 네 소리 들으며

잔인하다 그토록 이 갈며 미워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소리가

안깐힘 쓰며 무너지려는 나를 받쳐주는

네 신음소리로 들려와 울컥 눈물 삼켰다

평생 달갑게 지팡이로 살아온 너


세상 모두가 나를 버린다 해도

너만은 내 손잡고

인생의 험한 고개 함께 넘어갈 터

평생의 길동무 영원한 벗 너에게

달려가 가만히 속삭인다


친구야 함께 가자.



굴뚝과 감기


고독 아픔 상처 스트레스가

쓰레기로 쌓여 숨 막히는 날이면

마음에 세워놓는 굴뚝 하나


락엽 종이 나무로 둔갑하여

몸 갉아먹으며 못살게 굴던 이들을

비자루로 쓸어내여 불 지피면

금방 하얀 머리 풀어 헤치고

급급히 굴뚝으로 빠져 달아난다


허나 뱀으로 둔갑하여

두 발톱 세우고

마음 안방에 들어와 척 똬리를 튼 감기


너무 무거워

비자루로 쓸어낼 수 없다

물렁물렁하여 불로도 태울 수 없다

꽉 박은 발톱은 더구나 뽑아낼 수 없다


굴뚝은 뱀의 몸에 입 대고

한모금 한모금 독즙을 빨아낸다

드디여 헐렁한 껍질만 남은 뱀은

끝내 불태워져 굴뚝으로 도망간다


굴뚝과 감기

만나면 두 눈 부릅뜨고 싸우는 두 친구

허나 찌든 령혼과 마음 서로 세척해주고

깨달음을 주는 고마운 두 친구.



무화과


못생긴 그 사나이가 있었다

늘 손발이 돼주고 등불이 돼주면서도

사랑한다 말 한번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만 사랑을 피운 너


떠날 때에야 말없이 다가와

소중한 가슴 몰래 보여줬을 때

네 가슴 한가득 피여있는 예쁜 꽃을,

나만을 위해 핀 무화과를 보았다

젖은 사랑 날개는 흐느끼고 있었다


숨긴 사랑 꽃 피우기 위해

안으로 안으로만 울었을 너

너를 잃고서야

네가 진정 내 사랑임을 알게 되였다


오늘도 나를 울리는 무화과

아까울사

  놓쳐버린 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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