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랑 나무(외 1수)□ 리정희

2022-12-23 09:56:18

조상의 뼈가 묻힌 남산골 등성에

긴긴 세월 감아올린 오동나무 한그루 하늘을 찌릅니다

돌바위 썰어가면서 하얀 뿌리 깊게 깊게

언땅을 수없이 더듬던 손가락

붉은 피 손끝따라 흘리면서도 즐겁게 떨던

아, 아버지 사랑이


모진 비, 바람에도 초록빛 소망을 가지에 걸어두고

몸에 칭칭 감긴 세월의 년륜을 쌓고 쌓아

이파리 하나하나에도 순결과 푸른 희망을

갈망하면서 령혼을 불태웁니다


갈한 목 달래가면서 어둠 속에서


쌓여가는 회한과 아픔을 세월에 꿰매여놓고

마지막 숨 톺으며 서산에서 회광반조 하는 듯

바람 찬 들녘에 새벽 이슬 같은 하얀 그리움만 날려보내며

붉은 비명 토해냅니다


창망한 밤 슬픈 별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 휘뿌려 하얀 서정시 씁니다

아버지는 하늘이여라

록음 우거진 나무의 혼백으로 솟아

천년을 돌고 돌아 푸른 전설 엮어가노라.


우리 어머니


봄의 언덕에

풀잎처럼 일어서는 생생한 기억들,

바줄에 동여맨 눈물의 보리고개를 베고

땀에 얼룩지고 세파에 멍든 가슴을 달래며

가시밭길 걸어오신 우리 어머니


희붐히 밝아오는 아침부터 헤매시고

숟가락에 따뜻한 밥 한술 담아보지 못한 채

자식들 먹다남은 찬밥과 멀뚱한 국물로

허기진 배를 달래시면서

변변치 못한 치아를 드러내시고

맛있게 먹는 자식들 먹는 모습

지켜보며 즐거워하시던 우리 어머니


밤낮으로 팽이처럼 돌아치면서

자식을 위한 한생을 숙명으로 받으시고

회백색 먹빛 구름 끝자락에서

풍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굵은 비줄기에 애잔함을 매여달고

하늘나라로 가신 우리 어머니


초불처럼 태우신 숨결은 푸른 하늘 되고

큰 별처럼 빛나던 두 눈은 해빛되여

오늘도 자식들 지켜주시는 우리 어머니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세월이 흘러흘러 내 생의 끝자락에서라도

눈물 겹도록 제일 부르고 싶은 그 이름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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