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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엄

□ 김영택

  • 2014-02-25 14:53:49

“제집 문을 나서면 가정의 존엄을 지키고 학교문을 나서면 학교의 존엄을 지키며 나라 대문을 나서면 민족과 나라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이 말은 중국조선족걸출인물중의 한 사람인 료녕성 무순시 리석채조선족소학교 교장 김죽하선생의 좌우명이다.

일찍 그는 선전부 부장이라는 직무도 마다하고 시골의 한 조선족소학교를 명문학교로 춰세우겠다는 각오로 교단에 올라 장장 40여년간이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28년간이나 교장직을 맡아오면서 리석채조선족소학교를 “중국명문학교”, “료녕성문명단위”, “전국교육계통선진집단”으로 일떠세웠으며 그 자신은 “전국 10대 우수교원”, “중국 농촌교육모범”, “전국로력모범”, “3·8붉은기수” 등 수많은 영예를 받아안았다.

김죽하교장은 자신의 존엄을 민족적존엄에 귀결시키면서 산재지역에서의 조선족교육의 특수성,지역성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특색교육을 모색해내기에 혼신을 다하였다. 그는 우리 민족의 전통세속과 문화를 계승발양하기 위해 학교에 조선족음식료리과를 설치하고 세계무형문화재에 등재된 조선족김치를 학생들에게 강의해주기도 했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일인것 같지만 거기에 안받침된 실질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려는것이였다.

료녕성 무순경제개발구에 위치한 리석채소학교는 1945년에 세워졌는데 지금은 유치원과 소학교를 통합운영하고있다. 교직원 40명에 소학교에는 93명의 학생(그중 한족학생 36명,한국류학생 2명)이 있고 유치원에는 50명의 어린이가 있다.

학교정문을 마주하면 “중국명문학교”란 편액이 한눈에 안겨오고 교내 곳곳에는 우리 나라의 56개 민족, 우리 민족의 훌륭한 행위습관, 행위규범 등을 소개한 게시물들이 걸려있다. 여기에는 특색교정문화로 민족적존엄에 대한 교양을 우선시한다는 김죽하교장의 의중이 담겨있다. 그녀는 또 행위습관과목외 무용과, 영어과, 컴퓨터과, 바둑과, 조선족음식료리특수로동과, 도서열람과, 미술제작과 등 7가지 특색과목을 설치하고 1985년부터 지금까지 28년을 이어오고있다. 이런 과목을 설치한 취지는 바로 학생들의 종합적자질을 높이기 위한것이며 또한 이를 통해 학생들의 존엄, 학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인간의 존엄을 갖고있고 또 어느 민족이나 다 자기 민족의 존엄을 갖고있다. 하다면 우리도 김죽하교장처럼 개인의 존엄,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있는지 묻고싶다.

—회의 할 때 조한문현수막을 동시에 걸도록 법으로 규정하였으나 조선족들 스스로 “조선족들도 다 한어를 아는데 번거롭게 하지 말고 한어로만 걸자”며 기어이 우리 문자는 빼먹는다. 그러다보니 민족 언어와 문자가 찬밥신세로 될 때가 많다.

—《연변일보(조문)》는 주당위기관지이다. 그런데 당정기관에서 《연변일보》조문판을 주문해보는 부서가 얼마되지 않는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한문판만 주문해보면 된다”는게 리유이다.

—조선족예술단체에서 일하면서도 TV화면에 나서서는 언제나 연변식한어말을 한다. 그러면서도 버젓이 우리민족의 전통예술을 더한층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제민족언어로 말하기 꺼려하는 사람이 어떻게 우리 민족의 전통예술과 민족문화의 존엄을 고수할수 있겠는가? 참으로 의심스럽다.

이런 와중에 얼마전 우리 주에서 “조선어문자의 날”을 지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무척 반가왔다. 헌데 그 반가움도 잠시 벌써부터 과연 “문자의 날”만 정하면 우리의 존엄을 지킬수 있겠는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말과 우리 글이 오늘처럼 “찬밥”신세가 된 원인은 조선어 문자와 언어 사용면에서 해당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1988년에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언어문자사업조례”가 반포되여 26년 세월이 흘렀으나 조선어언어문자사용은 내리막길을 걷고있다.

여기에는 우리 조선족간부들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해야 할것이다. 조선어언어문자와 관련해 아무리 훌륭한 정책, 법규와 시책이 있다 해도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조선족간부가 없고 또 그것을 기층 대중들까지 다 알고 지킬수 있도록 철저히 관철하는 간부대오가 없다면 이런 정책, 법규, 시책들은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이 문제에서 우리는 그 누구를 탓할수도 원망할수도 없다. 스스로 민족의 존엄을 잃어가고있는 우리 자신을 반성할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죽하교장처럼 개인의 존엄, 민족의 존엄을 나라의 존엄과 긴밀히 련계시키면서 언어문자사용과 같은 구체적인 일에서부터 자존, 자강의 길로 나아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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