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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장수가 그립다

  • 2014-02-25 15:09:57

며칠전에 할머니 간식거리로 전자레인지용 뻥튀기를 사온적 있다. 전자레인지에 내용물을 1, 2 분 정도 돌렸더니 비싼 버터향 가득한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옥수수 뻥튀기가 완성됐다.

그런데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할머니가 무심한듯 문득 한마디 하신다.

“고향마을의 뻥튀기 장수가 그립구나, 사카린 한숟가락만 넣고 튀겨낸 옥수수튀개가 참 맛있었는데...”

지금이야 너무도 많은 화려한 먹거리들로 인해 우리 고유의 맛인 뻥튀기가 잊혀지고있다. 하지만 뻥튀기 장수의 손길 따라 마음도 덩달아 움직이던 그 시절의 추억 한켠으로 녹슨 기계와 함께 터져 나오는 “뻥이요~” 하는 호탕한 고함소리로 한바탕 들썩이던 풍경을 잊을수 없는 모양이다.

할머니의 고향은 안도현 명월진의 한 시골마을이다. 이 마을로 해마다 어김없이 몇번이고 찾아오는 튀밥장수 박씨가 있었다. 그는 마을 공터 양지바른 담벼락 아래에 튀밥기계를 설치하자마자 자신이 갖고 온 옥수수로 한 되박 튀겼다. “뻥!” 하고 한방 터뜨리면 마을 사람들이 마법에라도 걸린듯 스물스물 걸어 나왔다. 먼저 아이들이 골목골목에서 쪼르르 튀여나온다. 어린시절을 할머니댁에서 보낸 나도 그 아이들속에 묻혀있었다.

길고 긴 기다림을 참는 아이들을 위해 박씨는 슬쩍 이벤트를 한다. 기계아가리에 쇠그물을 갖다 댈 때 일부러 조금 어긋나게 해서 터뜨리는것. 그러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철망밖으로 뻥튀기가 튀어나간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주워먹는다. 땅에 떨어진걸 주워 먹는다고 더럽네, 어쩌네 하는 생각은 아직 없을 때였다.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못해 뻥튀기 한자루를 해다 놓으면 마음마저 부자였던 시절이였다.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그때는 구경하기조차 어렵던 값 비싸고 맛 좋은 수입과자도 집근처 슈퍼에서 언제든지 사먹을수 있는 요즘, 뻥튀기는 더 이상 아이들의 최고의 간식거리가 아니다.

몇해전 할머니의 고향집을 찾았다가 공터 담벼락 아래 덩그러니 놓인 박씨가 두고 간 튀밥기계를 발견했다. 더 이상 튀밥을 튀기는 사람이 없는 먹을것 천지인 세상에서 박씨는 업을 버리고 멀리 떠나갔다고 한다. 이제 두번 다시 뻥튀기를 튀기며 온 동네가 떠들썩 했던 그 아름다운 풍경은 할머니 고향마을에서 볼수 없게 됐다... 인제 아련한 추억이 되여버린 할머니 고향마을의 뻥튀기 장수...사라진 그와 함께 아이들의 순수했던 마음도 아득히 먼곳으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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