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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것이 제일”이라는 생각

  • 2014-04-08 14:12:50

우리는 그분을 “연산 령감”이라는 별명을 붙여 불렀다. 작은 체구에 늘 한결같이 조금은 색바래고 헐렁한 정장을 입고 강당에 서군 했다. 대학 3학년이 되여 만나게 된 이미 작고한 류연산교수님은 첫 수업시간에 200자 원고지 한장씩을 나눠주시며 소설의 서두를 써보라고 하셨다. 우리는 30여분 낑낑거리며 공책에 초고를 썼다가 원고지에 옮겨 쓴것을 제출했다.

“자넨 열심히 노력하면 소설가로도 손색이 없네”, “자넨 재주가 없으니 다른 길을 알아보게”…

지금에 와서 보니 놀랍게도 교수님의 예언은 정확도가 꽤나 높았다. 교수님은 세가지를 보고 재능을 판단하셨던것 같다. 문장이 제대로 되여있는가, 비유가 적절하고 참신한가, 맞춤법과 띄여쓰기를 지키고있는가. 조선어에 대한 정확한 리해와 활용 없이는 그 어떤 재능으로도 옳바른 문학을 할수 없다는 교수님의 뜻을 필자는 이제서야 조금은 감지할수 있다.

졸업하고 자신의 모교로 돌아가 조선어문 선생님이 된 대학시절 단짝친구가 과목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문제지를 돌렸단다. “의레, 으레, 으례, 의례”중 맞는것 고르는 맞춤법 문제였다. 이런식의 간단한 문제 15개중 10개 이상을 맞힌 학생은 단 한명도 없더란다.

씁쓸함에 허구픈 웃음이 나온다.

자기소개서 하나, 편지 한통도 제대로 못쓰는 학생들의 조선어실력에 참담함을 느낄 때마다 따라붙는 생각이 지금 불고있는 영어열풍이다. 이제 막 “ㄱ, ㄴ, ㄷ, ㄹ”를 익히는 유치원아이들마저 영어과외하느라 란리법석이다. 기초교육조차 온통 영어교육으로 바뀌고있는것이다. 이것이 과연 옳은것일가?

참으로 다행인것은 주 14기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9차 회의에서 매년 9월 2일을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어문자의 날”로 결정한것이다. 그래도 걱정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필자는 우리가 월등히 다르다고 내놓을만한것 가운데 우리 언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를 떠나서는 민족의 문화를 운운할 가치가 없다. 사람과 짐승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데 군자는 차이를 보존하는 사람이고 소인은 그 작은 차이를 버리는 사람이라고 맹자는 설명한다. 필자는 그 차이가 민족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정체성, 삶의 의미, 잘산다는것의 의미를 따질수 있기 위해서도 정확한 민족언어 학습은 필수적이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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