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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같은 1인칭, 셀카봉

  • 2014-11-13 16:16:21

올해 여름 어떤 서예전시회에 갔다가 한 참관자가 길다란 봉 끝에 휴대폰을 고정시키고 그것을 길게 뻗어 온갖 예쁜척을 다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찍는 모습을 본것이 내가 셀카봉을 처음 접한 순간이였다. 그 요상한 물건은 올해 아시아에 돌품을 일으킨데 이어 전세계에서 장안의 화제거리가 됐다.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수 있는 막대끝에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매달아 블루투스(蓝牙)리모컨으로 사진을 찍는 “셀카봉”은 현재 디지털기기 악세사리 판매부문에서 케이스에 이어 2위를 줄기차게 달리는 “잇 아이템”(원하는 물건)이다. 중국의 쇼핑몰들을 뒤져봐도 한개의 점포에서 어림짐작으로 한달에 6000개에서 많게는 1만개가 팔려나간다.

셀카봉은 원래 락하산운동원과 같은 극한운동선수들이 즐겨 사용하던데로부터 점차 다양한 스포츠분야의 운동선수들로 퍼져나갔고 이제는 일반인들사이에서 셀카봉을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이다.

셀카라는것이 없던 시절, 단체사진에는 늘 한사람이 빠져야 했다. 혹은 낯선 사람에게 번거롭게 “사진 한장만”이라는 부탁이 필요했다.

그러나 타인이 찍어주는 사진은 십중팔구 내 마음에 안든다. 앵글이건 각도건, 게다가 중요한것은 주인공만이 알아차릴수 있는 표정의 미세한 차이까지, 완벽한 사진이 나오기 쉽지 않다. 셀카도 그래서 류행했을것이다. 내가 가장 완벽하게 준비됐을 때 찍을수 있다는 점, 내가 보고싶은 나를 연출해보려는 욕망에서 비롯됐을것이다. 그러다가 셀카봉은 “혼자 놀기”의 극치를 보여주는 “셀카”행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아이디어상품이라고 할수 있다.

급격한 IT화로 인한 소통의 단절, 개인의 고독, 나아가 나르시즘까지을 보여주던 나홀로 셀카에서 벗어나 이제 셀카봉은 조금 더 먼곳에 카메라를 뻗어 나, 그리고 주변의 사람까지 앵글속에 끄당겨온다. 카메라렌즈와 나 사이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3인칭같은 1인칭을 완성시킨다. 일행 모두가 오구작작 하나의 화면에 모여든 사진속에는 정겹고 따뜻한 집단주의가 느껴진다.

중국에서 싱글데이로 불리는 11월 11일, 싱글에게 셀카봉을 선물하면 어떨가 싶다. 셀카를 찍어 자신의 모습을 적극 어필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주변을 끄당겨 화면에 담으려는 노력, 그러다보면 화면속에 마음에 드는 짝 한명을 끄당겨올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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