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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무거운 존재감-밀란 쿤데라

  • 2015-01-19 08:41:50

대표작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밀란 쿤데라라는 전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쌓았다. 처음으로 밀란 쿤데라를 알게 된건 대학시절 그의 또다른 대표작인 《롱담》을 읽고나서부터였다. 롱담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친숙함때문에 집어들었던 소설, 그런데 별다른 기대를 가지지 않았던 그 소설이 뜻밖에도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큰 희열을 안겨줄줄이야.

그렇게 쿤데라의 팬이 됐다.

그리고 얼마전 전자책시장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그의 14년만의 신작-《무의미의 축제》, 서둘러 결제를 마치고 단숨에 소설의 절반가량을 읽어내려갔다.

참 오래만이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는 여전했다. 《무의미의 축제》를 통해서 85세의 쿤데라는 다시 한번 가볍다못해 우습기까지한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가감없이 드러내려 했다. 이번에는 철의 독재자로 불리우던 쓰딸린까지 이야기속으로 끌고왔다.

생각보다 짧았던 소설, 게다가 단편영화의 촬영현장에 와있는것처럼 장면과 장면사이의 호흡은 굉장히 간결했다. 이야기가 진행된 시간적배경은 다르델로의 칵테일파티가 있던 날, 즉 길어야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지만 그 짧았던 칵테일파티 전후로 밀란 쿤데라는 아주 많은 이야기를 흩뿌려놓았다. 이야기가 쭉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어지는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게 읽혀졌다. 밀란 쿤데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늘 생각할 거리를 주군 한다.

나름대로 이 소설에서 놓칠수 없는 중요한 대목으로 책의 96쪽에 담겨져있는 다음의 글을 뽑아본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수도 없고 개조할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걸 오래전에 깨달았다. 저항할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것뿐이지”

……

《롱담》에서 롱담이 롱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무의미의 축제》에 등장하는 쓰딸린의 일화는 이제 롱담이 롱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것을 넘어서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소설이 너무나 대비를 이루고있어서 이번이 혹시 작정하고 유작을 쓴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의 소설을 재미와 불안감과 함께 읽기는 처음이였다.어쩌면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였다.

그는 《무의미의 축제》에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걸가? 뭔가 씁쓸한 분위기가 맴도는 그의 소설에서 콕 집어낼만한 메시지를 끄집어내지 못했다. 그만큼 쿤데라의 소설은 어렵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느끼게 되는 무거운 존재감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자꾸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어려움까지 겹쳐서이다.

그렇다. 책을 다 읽은 나에게는 이제 《무의미의 축제》, 그 의미심장함의 아이러니에 대해 멋대로 착각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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