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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깊은 음력설

  • 2015-02-12 15:09:03

최근년래 우리의 음력설은 설같지가 않다. 기다림이 없어졌고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다. 대신 생각만은 오히려 깊어진것 같다.

나름 분석해보면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크게 두가지인것 같다.

기다림이 없어졌다는건 우리의 물질생활이 풍요로와졌다는 의미겠다. 어릴적 설명절은 맛나는 음식을 먹을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비록 풍족하지 못한 살림이였지만 이때면 고기가 들어간 떡국을 먹을수 있었고 쇠가마에 푹 삶고 우려낸 돼지고기나 소고기 국을 먹을수 있었다. 돼지고기국에 미역, 두부를 넣고 푹 끓인 국은 당시 농촌마을 잔치집 기본메뉴였을 정도였으니 요즘처럼 다양하고 현란한 음식세계 앞에서 메뉴선정을 두고 당혹하기만 한 지금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결국 우리는 거의 매일 이전 설날 맛보지도 못했던 다양한 음식을 걱정 없이 먹으며 매일같이 명절과 같은 일상을 보내온것 같다.

이전의 설명절은 또 소박하지만 가족끼리 친지끼리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명절분위기를 느꼈던 가족모임의 마당이였다. 어른들은 윷놀이를 한다든가 아이들은 몇십전 받은 세배돈으로 폭죽을 사서는 터치우기도 했고 언 사과배나 곳감을 후식(?)으로 먹으면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심지어 맑은 두만강의 얼음을 까서는 입에 녹이는것 역시 당시의 일종 재미였다. 이뿐만 아니였다. 젊은이들은 마을 어르신들이 계시는 집집이 찾아다니며 설세배를 올렸고 또 마을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려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즐겁게 술잔을 나누며 이왕지사 얘기들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변해도 너무나도 상상이 안되게 변했다. 아무리 설명절이라 해도 풍요로운 물질생활에 너무나도 익숙해지고 다양한 먹거리의 세례를 받아오다 보니 그제날 설명절처럼 음식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이보다 더한건 설명절이라는 분위기를 띄울수 없고 느낄수 없다. 젊은이들이 떠난 마을들은 설명절이면 오히려 적막감이 더 감돌고 있다. 어느해인가 두 동서가 설명절을 보낸적 있다. 그런데 대신 한국에선 일여덟명의 가족 친지들이 모여 흥성한 명절을 보냈다. 이처럼 현시대 “리산가족”이 된 조선족은 최근년래 남은자는 고향에서 떠난자는 한국에서 일본에서 미국에서 자기만의 설명절을 보내고 있다. 여건이 허락되면 가족끼리 모이기도 하지만 대신 분위기는 많이 절하되였다.

명절뿐이 아니다. 올해 결혼하게 될 사촌녀동생도 외조카도 결혼장소를 한국으로 정했다. 이왕 어느 집에서 잔치할 때면 마을 젊은이들이 돌아가며 찰떡을 치던 모습도 이제는 추억거리로만 남았다. 결혼잔치도 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심지어 타국에서 하는게 일상이 되어가고있는것 같다. 분명 이곳이 우리가 태여난 고향이고 분명한 삶의 터전으로 되어야겠지만 우리는 분명한 터전을 잃어가고있는 대신 이국에서 타향에서 힘들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는것이다. 그러다보니 마치도 남아있는 우리가 오히려 우리가 타향객지에 있는듯한 느낌이다.

우리들의 설명절, 이제는 집안에서 윷놀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설날 음식이였던 소고기 떡국도, 잔치상의 대명사였던 돼지고기미역국도 수십 수백가지 한식 중식 일식 등에 밀린채 추억속에만 간직되고 있다. 우리는 풍요로운 물질생활의 현시대를 얻은 대신 점차 가족이라는 의미, 가족의 분위기를 잃어가고 심지어 한때 설명절 즐거움의 대명사였던 소박한 전통마저 잃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아마도 올해의 명절은 그냥 일상처럼 보내야 될것 같다. 대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진정한 객지에서 부디 즐거운 명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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