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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갑에 위즈덤카드

  • 2015-10-27 15:15:34

지난달 25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모닝커피 한잔 하고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회사 로비로 내려오라고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일가 가슴을 활랑거리며 내려갔다. 그런데 지각할것 같으니 차로 단위까지 “모셔”달라는것이였다. 욱 하고 치미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폭팔하려는 순간, 남편이 무엇인가를 내게 내밀었다.

아마 애플족들이라면 지난달 25일이 무슨 날이였는지 상기할수 있을것이다. 그것은 그날 아침 출시된 따끈따근한 아이폰6s 로즈골드였다. 갖고싶었던 물건을 손에 넣는 그 순간의 환희는 꽤 오래가서 한주일이 지나도록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문득 원하는것을 손에 넣을때 생기는 즐거움을 오래만에 맛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요즘같이 풍요로운 물질의 시대에 웬만한 물건은 어렵잖게 손에 넣을수 있으니까.

한편으론 내가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너무 큰것은 바라지 않았던 탓도 있겠다. 현실에 안주하며 내 수준에 맞춰서 허황하게 달이나 따려는 생각따윈 언제부턴가 접어버렸으니까. 휴대폰도 그냥 인터넷련결속도만 빠르면 된다는 생각으로 구닥다리를 계속 써왔고 액정이 깨져도 보는데 지장 없다고 바꾸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다 못한 남편이 깜짝 선물을 해준것이였다. 새 아이폰은 확실히 차원이 달랐다. 디지털생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 좋은걸 진작 안쓰고 뭐했나싶을정도로.

인디안인들은 어떤 일을 만번이상 되풀이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고있다고 한다. 대신 어떤 일을 간절히 원하고 바라기만 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목표로 세우고 계획에 따라 작은것부터 실천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거기엔 희생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것을 이겨내는 사람이 결국 이루는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다이어트도 그랬고 명품가방 하나를 갖추는데도 그랬다. 거의 십년째 하고 있는 다이어트는 견지한것이라곤 결심을 내린것밖에 없다. 고작 눈앞의 음식에 무너져 날파람 일구며 저가락질을 해댔고 괜찮은 가방 하나를 갖추려고 저축을 시작했다가도 눈앞의 것에 유혹돼서 야금야금 저축을 허물어버리군 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 현실에 대한 불만족스런 마음에 거는 주문쯤으로 여겨왔으나 생각이 바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것은 정말이지 내 젊음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남들이 하는대로 지갑에 위즈덤카드 한장을 꽂기로 했다. 위즈덤카드란 소원을 적은 작은 카드이다. 다람쥐 채바퀴 돌리는듯한 일상에 뭔가 희망을 불어넣고 꿈이 이뤄질때 생기는 희열을 맛보기로 했다. 지갑을 열 때마다 그것을 보며 마음을 다잡을것이고 돈을 꺼낼때마다 내 꿈이 눈에 들어와서 계획을 허무는 일을 자제하게 될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체념하기엔 너무 이르다. 꿈이 그속에 희열을 가득 채운채 내가 터치우기를 기다리고 있을것만 생각하면 세상에나, 농땡이를 부릴 시간이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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