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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 2016-01-05 16:22:11

년말이면 의례 그러하듯 방송사마다 각종 시상식들을 개최하면서 TV가 북적북적하다. 상을 하나씩 거머쥔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서 한다는 수상소감이래봤자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순서 매겨서 불러주기라 졸음이 스멀스멀 덮쳐오던중 한국 SBS 연기대상을 받은 배우 주원의 수상소감 마지막 한마디가 유난히 인상깊게 들려왔다.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구나. 어쩐지 주원의 이 수상소감 한마디에 감개가 무량해졌다. 요즘은 스타들도 신비주의 이미지를 벗고 사생활을 공개하며 솔직해지는게 대세이다. 사람냄새가 나야 환영을 받기때문이다.

“냄새”라고 하면 저으기 거부반응부터 드는게 례사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듣기좋게 “향기”라고 바꿔 말한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것은 상대방의 냄새가 마음에 들어서라는 설이 있다. 인류의 후각은 둔화됐지만 냄새 하나로 추억을 끄집어낼만큼 민감하다.

요즘같이 삭막한 세상이 또 있을가. 길가에 쓰러진 로인을 보고도 화를 입을가봐 못본척 지나가는 사람, 말을 안듣는다고 서너살 어린이에게 폭행을 가한 유치원 교사...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사건사고, 사람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연의 진원을 파고들면 사람냄새가 없는 자들이 주인공이다. 이제는 의심, 편견으로 가득차서 오히려 원인모를 친절에는 방어벽부터 두르게 되는 슬픈 모순덩어리 세상, 그래서일가 우리는 오히려 사람냄새에 더욱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삭막한 세상”이 하나의 낱말처럼 입에 붙었어도 돌이켜보면 지난 한해 주변의 얼마나 많은 자잘한 감동과 가슴따뜻한 사람들로 인해 울고 웃었던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음료수 한병을 책상우에 놓고 갔던 친구, 직접 빚은 물만두를 삶기까지해서 맛보라고 보내왔던 친구... 마음이 오가고 정을 나누는 그것이 바로 사람냄새가 아닐가.

사실 우리 마음은 아주 작은 감동에도 눈물을 흘릴만큼 여리다. 작은 냄새 하나에도 반응할만큼 민감하다. 다만 스스로를 세상의 냄새속에 파묻어버리고 덤덤한척 해왔을뿐이다.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은 차갑고 딱딱한 원칙을 내세우기보다는 리해와 관용을 앞세운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행동이 먼저이고 희로애락에 진하게 반응한다. 나보다는 우리가 먼저이고 의리와 정으로 똘똘 뭉쳐 주변인들을 자석마냥 끌어당긴다.

좋아하는 사람이 벗어놓고 간 옷에는 그 사람의 내음이 남아있다. 그저 냄새일뿐이지만 그것을 킁킁 맡노라면 행복감이 차오른다. 그만큼 사람의 좋은 냄새는 누군가의 가슴에 아로새겨질만큼의 강력한 마법을 갖고있다.

누군가의 실수를 용납 못하고 누군가의 부족함을 웃음거리로 곱씹는 각박하고 랭정한 이 세상에서 사람마음에 향기를 아로새길수 있는 사람이 그래서 더더욱 좋아진다. 지난해에도 나는 사람냄새가 나는 많은 사람들과 부비부비 어울리며 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구나 하고 행복해했었다.

정에 굶주려 사람냄새 나는 사람을 그토록 쫓아다녔으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사람냄새를 풍기며 살아왔는지 새해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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