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에 가면 길이 보인다□ 하린

2019-10-31 13:51:30

오늘 같은 날에 베란다에 서서 창 밖의 쏟아지는 해살을 받고 있느라면 웬지 모르게 옛날 생각이 자꾸 떠오르군 한다.

길림에 있던 나날들, 그때도 나는 이렇게 아늑한 해살을 느끼며 베란다에 서있었지만 쓸쓸함과 외로움에 모대기며 괴로워했었다. 어데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꿈틀대는 생각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때 머물었던 교직원 기숙사는 캠퍼스 한쪽 구석에 외로이 서있는, 지은 지 30년도 넘는 낡고 쓸쓸한 3층짜리 건물이였다. 그 기숙사는 원래 선택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였으나 세월이 흐른 뒤 나 같은, 갓 졸업한 햇내기들이 림시 거처하는 곳으로 륜락했다.

나는 지금도 가끔씩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린다. 칙칙한 복도를 지나 나의 방으로 들어가면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 낡아 빠진 침대가 삐그덕 거리고 화장실과 부엌은 오래도록 청소하지 않아 거미줄들이 높다란 천정에서 을씨년스럽게 그네를 뛴다.

룸메이트의 CD기에서 흘러나오는, 량정여의 속삭이는 듯한 음악만이 유일하게 방안에 생기를 더해줬다.

업무적 스트레스는 없었다. 가끔씩 아니, 많을 땐 거의 한주일에 두번 꼴로 뛰는 장춘 출장이 나를 힘들게 했을 뿐 모든 게 평화롭고 안일했다. 공과대 행정직, 대우도 좋았고 동료들도 따뜻했고,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였다.

그러나 종내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던 나는 겨우 3년을 채우고 사직했다. 사직서류를 들고 각 부문을 찾아다니며 싸인을 받을 때 모두 나를 말렸다. 아직 햇내기라 뭘 몰라서 그러는 같은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드물게 조선족 직원이 있었는데 나를 ‘바보’라고까지 말하며 말렸다. 종파티에서의 분위기도 마치 나를 먼곳으로 류배보내는 기분이였다 할가…

그러나 그들과 별개로 나는 그들 눈에 ‘바보’로 보일 만큼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엄청 들떠있었다.

나무는 옮기면 죽고 사람은 옮기면 산다는 말이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

결국 거길 떠나서 내가 뭐 망했남? 얻은 게 더 많은 데.

산기슭에 가면 길은 보인다. 지레 겁먹지 말자. 자신이 구축한 세계 속에서 자기 기준으로 타인의 가치관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자기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니까.

지금 이렇게 한가히 베란다에서 검은색 아스팔트길에 쏟아지는 봄해살을 느끼느라면 가끔씩 길림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견딜 수 없었던 외로움과 꿈틀대던 욕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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