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이 운다□ 하린

2019-10-31 13:53:58

우리 집은 싱크대가 코딱지 만큼 해서 설겆이를 하는 데 퍼그나 애를 먹는다. 큰 싱크볼로 바꾸려고 돌아다녀봤는데 워낙에 하부장 상판이 좁아서 큰 싱크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였다. 그 한이 맺혀서일가, 이번에 새집에 이사를 하면서 리모델링 예산을 때릴 때 정말 큰 마음 먹고 주방가구 설계에 정력과 돈을 많이 들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게 수지 맞는 장사인지 의심이 들었다.

식탐이 없는 남편과 딸애는 아침식사로 빵이면 빵, 시리얼이면 시리얼, 간혹 남은 밥을 볶아 내놓아도 별말 안한다. 점심은 각자 직장과 학교에서 알아서 해결하고 저녁은 각종 모임이거나, 혹은 외식으로 때워서 부엌은 련며칠 썰렁할 때가 많다.

또 요즘은 구세주 식모 ‘미단이’가 있다. ‘미단이’(美团)는 요즘 여러 배달업체를 통털어 정겹게 부르는 대명사로 됐다.

어디 그 뿐인가, 식사시간대에 위챗 모멘트를 번져보면 왕족발이요, 고추순대요, 입쌀밴새요, 움김치요 하면서 사구려를 불러서 침샘을 자극해댄다. 직장에서 퇴근하기 전에 주문을 해놓고 집에 척 도착하면 따끈한 음식을 배달해주니 마다할 리가 없다.

펭귄싱크탱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75%가 넘는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경상적으로 시키고 있다고 한다. 58.2%에 달하는 사람이 주방이 없는 집, 혹은 세집도 상관없다고 대답했고 주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4.9%에 그쳤다. 외식업체의 발전은 우리 생활, 나아가 주거환경까지 개변시키고 있다.

퇴근 후에 장을 보고 메뉴를 정하며 식재료를 준비해서 저녁을 차리고 15분 정도 식사를 하고 다시 팔 걷고 설겆이를 하는 것이 하루종일 직장에서 돌아친 나로서는 아득하고 아름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침도 마찬가지,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는 크낙한 ‘고통’은 아침식사의 영양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사정없이 짓뭉개고도 나머지가 있다.

하지만 가족은 내가 해주는 따끈한 집밥을 먹고 싶어하는 것을 안다. 음식은 맛보다도 정성이랬다. 내 가족에게 먹일 생각에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이랑 누가 먹을지도 모르는 료리, 뎅강뎅강 큰 가마에 볶아내는 거랑 어찌 비할 수 있으랴. 그래서 오늘도 없는 재간에 솜씨를 피워본다.

옛날엔 외식이 사치였지만 지금은 집밥이 사치이다. 부엌은 한 가정의 에너지의 근원이요 집의 령혼이 깃든 성지이다. 어미같은 부엌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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