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자의 비애□ 리련화

2019-11-01 09:23:34

어쩌구려 허구한 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직업이 차례졌다. 원했던 일이고, 내가 그나마 잘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소학교 4학년 때 작문경연에서 1등을 하고 나서부터 글 쓰는 일에 자신감이 붙었다. 천재처럼 광기 어린 글을 휘갈길 정도는 아니지만 웬만한 글은 무난하게 쓸 수 있었으니까. 이에 비해 주변에는 글 쓰는 일을 고역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더우기 글쓰는 작업도 기계와 같아서 자주 쓰지 않으면 촉이 무딘다.

고중 때는 나랑 비슷하게 일기장에 글을 자주 끄적이기도 하고 백일장도 자주 나가던 애가 있었는데 얼마 전 수필 좀 써보라고 권유했더니 “애두야, 무슨 소리, 이젠 수필 한편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모를 단어가 너무 많아서.”라고 한다.

하긴. 기자 직업에 종사하기 전에는 나름 수필을 많이 끄적여뒀는데 정작 칼로 자른 듯이 반듯반듯 간결한 기사를 매일 써대다 보니 감성도 메말라서 이젠 수필이 잘 씌여지지 않는다.

제잡담하고, 문제는 글 쓰는 일은 로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하다.

협회 설립식에 개막사를 써달라고 해서, 아이 웅변시합에 참가할 원고를 써달라고 해서 써줬는데 수염을 쓱 닦고는 말이 없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보수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는 사람에게는 써주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 누군가가 또 웅변원고 부탁을 하길래 시간이 없어서 못쓰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A4용지 한장은 식은 죽 먹기 아닙니까?” 하고 살살 웃으면서 반문한다.

식은 죽이지만 먹기 싫다구요. 누군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나?

아니, 시간이 남아돌아도 쓰기 싫다구요. 차라리 쏘파에 누워 게임이나 놀고 말지.

대신 글 잘 쓰는 다른 애를 추천해주겠다고 하면서 그 애는 아마 A4용지 한장에 300원 받을 거라고 넌짓이 말했다. 그랬더니 아, 돈을 받는군요, 하면서 자다 깨난 소리를 한다.

후에 결국 글을 써준 애는 돈을 못 받았다. 글이 마음에 안든다고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 그 애가 글 쓰는 데 할애한 정력과 시간은 누가 보상해주나?

나만 난처하게 됐다. 할 수 없이 내 돈을 내서 그 애를 밥 한끼 사줬다.

글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끄적일 수 있다. 그래서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종종 보수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엄연히 글 쓰는 일도 기술이다. 그리고 글에도 레벨이 있다. 글 잘 쓰는 사람과 글 못쓰는 사람. 그리고 잘 쓰는 사람이 정성 들여 쓴 글과 ‘나그네 말죽 먹이듯’ 쓴 글.

문서번역 따위를 취급하는 회사의 직원이 언젠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 있다. “모두들 글 쓰는 건 로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나봐. 아는 사람을 통해 글을 부탁하고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끝이야. 회사 가계가 잘 돌아가지 않아.”

자기는 재간 없어서 도저히 손을 못대겠다고 하면서 왜 남에게 부탁할 때는 그렇게 쉽게 얘기할가.

혹시 얼마 만큼의 보수를 주면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요즘은 문학지의 원고비도 껑충 올랐는데 그 표준에 따라 당당히 달라고 먼저 얘기해야겠다.

내용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나처럼 글 잘 쓰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A4용지 한장 꼴로 200~300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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