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얼굴’이다

2020-01-01 15:24:03

1999년 11월 12일 《연변일보》 주말판 제1면에 〈네거리의 간판 상처투성〉이란 글이 실렸었다. 그 글에서는 표기법이 틀리고 조례에 어긋나는 우리 말 간판들을 하나하나 꼬집어놓아 당시 필자는 십년묵은 체증이 뚝 떨어지는 시원한 기분이였다.

그런데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건만 그 글이 실린지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연변의 간판들에는 ‘상처투성’이가 여전하다. 그 가운데의 하나가 생경스러운 외래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분명 우리 말 고유어가 있음에도 외래어를 써야만 시대를 따르는 ‘선구자’로 된 듯 자부할 수 있고 유식함을 자랑할 수 있다는 심리가 득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니 자기 민족의 고유어를 ‘처삼촌네 쉰떡 보듯’하는 것이다.

언어발전 과정에 외래어를 접수하고 사용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간판이라 하여도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데도 규범이 있음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례하면 챨스로 번역해야 하는 것을 한어 발음 그대로 차얼스로, 음악가 모짜르트를 모자트로 처리하니 마치도 빌려온 병에 외상술을 받아마시는 격이요, 부모가 불명한 혼혈아 꼴이다.

그 밖에도 두 글자에서 첫글자는 직역이고 뒤에 글자는 이역으로 된 간판, 첫 글자는 음역이고 뒤에 글자는 직역인 간판, 직역도 아니요 음역도 아닌 어처구니 없는 간판, 규범화되지 못한 간판들도 수두룩하다.

간판은 ‘얼굴’이다. 가게의 ‘얼굴’일 뿐만 아니라 도시의 ‘얼굴’이기도 하다. 문명한 도시, 문명한 연변을 건설하려면 정부차원에서 더욱 유력한 조치를 내오고 해당 부문에서 더욱 엄격한 관리를 실시하여 '상처투성이'인 우리 말 간판을 조속히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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