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짧을수록 좋다

2020-07-30 09: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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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만화가 이십년이 넘도록 눈앞에서 얼른거려 흥미롭다.

몸집이 뚱뚱한 량반이 한창 무르익는 술파티에 나서서 연설한다. 오른손 펼치다가 왼손을 추켜들며 연설에 전념하는 데 반해 둘러앉은 손님들이 “말할 테면 실컷 해보라지!” 하는 심사로 부지런히 술잔을 비운다. 연설이 끝날 무렵 음식그릇은 바닥이 나고 손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장편연설이 푸대접을 받은 실례라고 하겠다.

기실 장편연설을 하는 사람의 언어실력이 그와 달리 간결함을 추궁하는 사람과 별차이가 없다. 그저 연설내용의 뼈를 세우고 살을 붙이며 들쑥날쑥한 군더더기를 쑥쑥 솎아버리면서 미끈하게 도심질하는 과정이 다를 뿐이다. 잠간사이 집을 멋지게 지으려면 사전준비를 빈틈없이 갖춰야 하듯 연설을 재치 있게 하려면 짜임새에 쓰이는 자료들을 일일이 선별하여 필요한 시점에 곧바로 쓸 수 있게끔 차곡차곡 준비해두어야 조리정연하고 깔끔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모두 말을 짧게 하는 걸 원한다. 명나라 때 《례부지고》(礼部志稿)에 적힌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주원장이 형부주사 여태소(茹太素)가 올린 상소문을 듣다 못해 “오백자이면 족할 걸 만여자나 썼는가?” 하며 버럭 화를 냈다. 입만 열리면 청산류수일자라도 ‘고린내 나는 발싸개처럼 길고 추할’ 경우엔 로신의 말 대로 자신과 타인의 시간을 랑비하는 헛된 노릇의 치급을 받는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 했다. 왜 서너마디도 아니고 한마디라고만 점찍었을가? 말은 짧을수록 가슴에 와닿는 감동이 찐하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말을 짧게 하면 수준이 낮은 걸로 착각한다. 게다가 내용이 간단하면 별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이미지가 부족한 걸로 여겨 되도록 엿가락 늘궈붙이듯 길게 력설해야 뭇사람들한테 도고하고 름름한 기상을 남긴 것 같아 한시름을 푹 놓는다. 한 사장님이 퇴근하자 바람으로 종업원들을 붙잡아놓고 개혁, 창의를 주제로 장편연설을 늘어놓았다. 녀자들은 귀가길에 장보고 저녁 때거리를 준비해야 하길래 조마조마했고 남자들은 술자리 약속이 늦어질가 봐 툴툴거렸다. 새로운 관점도 없으면서 또 자신마저 얼떠름한 문제를 끄집어내여 들먹이는 비위짱이 얄미워서 어떤 이들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가 하면 공연히 신문을 펼쳐들고 부시럭부시럭했다.

어느 심리학자는 인간을 세가지 등분으로 나눴다. 첫번째는 능력이 출중하면서 말이 적은 타입이고 두번째는 능력이 있는 만큼 말이 많은 축이며 세번째는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말이 변설인 부류이다. 말을 짧고 함축성 있게 하는 데서 사람의 내적인 성숙미가 표현된다. 항상 신중하고 책임적이며 유머가 짙은 대화를 구상하는 사람에게는 쇠붙이가 자석을 끌어당기는 듯한 흡인력이 있다. 언어수양은 말을 함에 있어서 탁하지 않고 간결하며 직설적인 동시에 순후한 데서 나타난다.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느라 일부러 복잡하게 빙빙 에돌아 엮어낸 표달방식이 타인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 그 온도의 적합 여부는 말의 길고 짧음에 달려있다. 작가 마크 트웬이 어느 날 교회당에 강연을 들으러 갔다. 연설자가 아프리카 리재민들의 처참한 생활실태를 눈물을 머금고 소개하면서 후원을 호소했다. 동정심이 솟구친 마크 트웬이 처음 들었을 때는 30딸라를 의연하려고 했었는데 연설이 한식경 이어지자 20딸라로 줄어들었고 또 하나절 경과하니 10딸라 그리고 마지막엔 제로가 됐다. 한계효용의 법칙이 인간의 심리를 작동시킨 결과인 듯싶다. 사람의 얼굴에 오관이 쌍으로 이뤘으나 유독 입은 하나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경청하고 자신은 적게 말하라는 뜻이다.자기 일가견만 피력하는 데 올인하면 남의 말을 듣는 기회를 상실한다.

허심하면 진보하고 교오하면 락후해진다는 론리가 곧바로 타인의 부동한 의견을 먼저 들어보라는 뜻이다. 경청은 화해와 화합의 시작이다. 인간 사이에 트러블이 생겨났을 경우 인내성 있는 경청의 자세가 멀어진 관계를 좁히고 리해와 용서가 오가며 슬며시 다가선 정이 돈독히 쌓인다. 말에는 알맹이 있어야 무게가 있다. 요즘 시대의 말로 함금량이라겠다. 자신의 감각기준에 맞춰보면 멋진 것 같아도 방청자의 판단 기준은 따로 있다. 한낱 입으로 하는 말인지,  머리로 하는 말인지,가슴으로 하는 말인지 일일이 체크하여 점수를 매긴다. 그중 거짓 없이 사색을 더듬어낸 진실한 말이 만점을 딴다. 장부일언 중천금이라고 했거늘 소인배와 등 돌린 군자의 말마디가 금싸락같이 귀한 것이여서 경솔하게 내뱉거나 지루한 장광설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말이 길면 잔사설의 취급을 받아 품위가 한층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생활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챠플린의 짧디짧은 한마디가 세상사를 의미심장하게 총화했은즉 명언을 본받아 말할라 치면 끊고 맺고가 확실시한 맵짠 언어스타일로 컴백하는 지혜가 자신의 립지를 확 바꾼다. 생각이 짧아 랑패 보는 일이 있어도 연설이 짧아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단풍 한잎으로 천고마비의 계절을 즐기고 한점의 물방울로 태양의 빛을 담아보는 말솜씨가 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거창한 감동의 센세이숀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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