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 기획물이 주는 계시

2020-10-22 08:25:22

국경절련휴 화룡에서 한창 창작과정을 소화하고 있는 대형 가무극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 리허설 회보공연을 관람하였다.

61분 길이로 연출된 공연은 비록 홍보용에 편중했다는 아쉬움을 띠고 있었고 극의 스토리와 흐름, 무대세트와 LED설계에서 아직 서투른 부분들이 더러 눈에 밟혔지만 필자는 공연  내내 감동에서 우러나는 박수갈채를 힘차게 보낼 수 있었다.

재력이 넉넉치 못한 현급에서 980여만원의 거금을 넣어 이 같은 야심작을 기획해냈다는 리유만이 아니였다. 그리고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은 올 6월에 겁없이 가동하여 석달 푼한 사이에 화룡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한 깜짝 선물을 내놓았다는 놀라움 뿐만도 아니였다.

필자의 감동은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과 안무를 비롯한 개별적 창작인을 제외한 배우 123명이 말짱 청일색 화룡본토 아마추어들이라는 데 있었다.

“동기는 좋은데 시작도 못해보고 요절하지 않을가.”라는 성 문예단체 관계자의 서뿌른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고 감동을 창출할 수 있도록 이끈 ‘주모자’는 화룡시 지도부였다.

없는 살림에 통 크게 ‘작전’을 벌렸을 바 하고는 힘들더라도 화려한 프로진영을 구사할 법도 했건만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화룡표 아마추어군단’으로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저 한 화룡시 지도부의 뜻은 과연 무엇이였을가?

필자는 이번 화룡시 ‘작전’ 포인트는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 가무극의 시작을 발판으로 지난 년대 연변을 풍미했던 화룡의 ‘르네상스’ 재기를 위한 전략적 시도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력사적으로 화룡은 ‘노래와 춤의 고향’ 연변을 부각시키는 데 크게 일조 하면서 연변을 세상에 널리 알린 ‘문화홍보대사’로 유명하였다. 《연변인민 모주석을 노래하네》,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의 경전급 선률과 더불어 형성된 문예 붐은 독무 <양돈장의 처녀>, 2인무 <늙은 량주 밥을 나르네>, 희곡 <삼로인>과 같은 문예콘텐츠를 무더기로 쏟아져나오게 한 계기가 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생활맛이 다분한 예술작품들 대부분이 화룡의 농촌문예선전대에 의해 출산되였다는 점이다.

화룡의 아마추어들이 각색한 예술작품들은 그대로 연변가무단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질적 승화를 거치면서 국내무대에서 그 생명력을 과시하였다.

연변 문예부흥을 이끌어낸 산실은 기층에 뿌리를 내린 대중문예였다. 자치주 범위에서 해마다 열리던 ‘전 주 대중문예콩클’은 각 현, 시 대중문예의 붐을 일상화시킨 활력소로 정착하였다. 그 활력소의 주축은 현급 문공단들이였고 그 밑거름은 농촌문예선전대들이였다. 그 당시 ‘온돌공연’, ‘밭머리공연’, ‘작업현장공연’ 같은 대중과 호흡을 맞춘 문예단체의 기층공연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 예술감화력은 무궁무진하였다. 물론 이 모든 대환경의 도래는 모주석의 ‘연안문예좌담회석상에서의 연설’ 정신이 실속있게 뿌리를 내린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우리 주 대중문예의 선두를 화룡이 지키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였다. 연변은 물론 중앙의 우리 말 방송 아나운서의 절대 대부분이 화룡풍토에서 육성되였는바 화룡은 명실공히 중국조선족화술의 고향이기도 하였다.

어느 때부터였던지 연변의 예술무대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전 주 대중 문예콩클이 사라지고 현급 문공단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아마추어 예술공간도 조용히 휴면기에 들어간 듯했다.

그런데 수십년이 지난 오늘 화룡의 화려한 진달래국제포럼쎈터 홀에서 필자는 휴면기에 있던 아마추어예술의 분출을 앞둔 멋진 동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화룡시는 분명 1968년도 산인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의 후광을 빌어 아마추어 배우군단으로 화룡 대중문화의 동산재기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화룡의 이번 ‘아마추어사건’이 연변의 르네상스의 본격적인 부활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안겨온다.

문학창작의 경우 아마추어작가들의 창작열정은 작가협회 등 관계 부서의 적극적인 포용과 리드로 담보되고 있었다. 필자는 70년대 연변작가협회와 《연변문학》잡지사가 공동주최한 동북3성 아마추어 소설, 산문창작좌담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회의모임은 자주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아마추어작가들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컸던 것 같다. 필자도 그 같은 모임을 거쳐 문학창작의 눈을 떴다고 할 수 있다.

미술창작 분야는 더더욱 인상적이였다. 아마추어 화가들의 활약을 힘있게 견인하는 결정적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정례화한 전 주 미술작품초고합병평의회(草图观摩会)가 아니였던가 생각한다.

프로급 화백과 아마추어화가들이 함께 하는 이 같은 작품초고평의회가 정규화되면서 아마추어들의 작품 질이 눈에 띄게 올라갔고 전 주 미술창작은 화려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필자 또한 이 같은 평의회를 거치면서 몇폭의 수상작을 거머쥘 수 있었다.

오늘날 몇몇 사람의 개인미술전시회나 외국과의 합동미술전시회는 눈에 띄지만 그제날 연변 미술창작의 격정시대를 열었던 아마추어 미술작품 초고전시평의회 같은 좋은 플랫폼은 가동이 중지된 지 오래여서 아쉽다.

사회 밑바탕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마추어 문학예술은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주류사회의 변화를 리드하는 굉장한 저력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아마추어를 거치지 않은 프로나 장인(匠人)이란 없다. 력동적이고 건전한 아마추어 문화풍토의 구축은 인민대중과 맥락을 함께 하는 문화강주(文化强州)의 수준급 도약과 직결되여있다.

화룡 아마추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대형 가무극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를 두고 우리 문학예술계의 초심을 생각해본다.

실제행동으로 초심을 실천하려는 용기가 없다면 그거야말로 ‘지상담병 (纸上谈兵)’의 가식일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초심을 살려 가담가담 벌리는 문화캠페인들이 너무 보기 좋다. 룡정 윤동주연구회가 아마추어문학인들을 휘동하여 벌리는 항일유적지답사,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의 ‘대목산천 시의 려행’과 같은 문화행사는 기층을 무대로 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화룡의 멋진 발상이 침체됐던 아마추어 문화시대를 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 프로젝트가 우리 주 문예창작의 르네상스를 견인하는 하나의 멋진 부호로 되여주기를 학수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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