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술이란□ 김국철

2020-11-27 09:04:35

나에게 술이란? 이토록 심각하고 진지한 질문은 꽤나 오래만이다. 내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관계중의 하나, 과연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적절하고 기꺼울 것인가. 이 엄청난 연구가치를 지닌 질문에 대한 명료한 답을 얻기 위해 스스로에게 력설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 “나에게 술이란 존재가 없(었)다면?”

어릴 적 ‘강동상점’이라는 간판을 내건 룡정의 막내삼촌네 ‘쇼플’에 방학마다 놀러 다니던 나는 어느 날 배불뚝이 흰 비닐통에 담긴 이름모를 액체의 황홀한 향에 홀리고 말았다. 삼촌 내외의 눈을 피해 감쪽같이 해제낀 배갈이라는 그 한컵의 액체는 얼마 후 감쪽같이 내 의식을 랍치했다. 삼촌의 말에 의하면 당시 우리 세대의 18번이였던 ‘따라배우자 뢰봉을’에 이어 ‘“아아아 뢰녕 소선대의 본보기’를 번갈아가며 온 오후 불러댔다는 후문. 기억을 상실한 그 순간들 속에 “나는 정녕 누구이며 어디로 간 것인가?”. 무아지경이 따로 없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나는 점차 그 ‘무아지경’의 아름다움을 주동적으로 체험하는 도를 깨쳤다.

넘지 말아야 할 선에 최대한 밀착하되 또한 그 선 너머로 잠간 기우뚱은 할 수 있되 순간 방심하면 고꾸라진다는 것. 취기가 그 선까지 오르면 음주라는 행위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아, 점차 내가 사라지고 선과 하나가 된 무아지경의 상태에서만 극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단,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무의식에 장치된 ‘절제’라는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으면 순간 망가질 수 있다는 것. 세상에 이보다 더 황홀한 예술이 또 있을가. 술이 없었다면 나는 일상 밖에 존재하는 또다른 ‘무아지경’의 예술을 영원히 경험할 수 없었을 터.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술의 은혜와 배려로 많은 것을 얻었다. 뜨거운 피가 들끓던 그때는 청춘의 정오,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있던 그녀를 만나게 한 것도 술로 이어진 자리었다. 마시는 공기마저 나와는 차원이 다를 것만 같았던 녀신의 입술을 감히 사적인 첫 만남의 자리에서 훔친 짓은 분명히 내가 저지른 것이 아닌, 술이 치른 거사였을 테다. 술에서 깬 뒤 그녀가 용서치 못할 실수라고 가슴치며 수없이 해댔던 이불킥은 지금 매일 밤 그녀와의 따뜻한 포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술이 없다면 내게 생명을 내놓아도 전혀 아깝지 않은 이 사랑은 없을 터.

  나에게 술이란 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무한한 가능성이자, 미인을 얻게 한 용기이자, 세상을 얻게 한 지혜이다. 고로 “나에게 술이란” 이 심각한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건대 “술, 네가 없다면 오늘의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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