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럽다와 괜찮다
삶과 문화

2020-12-03 08: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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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인사말 수준으로 널리 쓰이는 일럽다는 말은 연변과 조선 그리고 로씨야 연해주 사람들이 특유의 어투로 쓰는 말이다. 물론 아직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쌀쌀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 잘못 리해하는 경우가 생기군 한다.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은 일럽다를 일없다로 외곡하여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영향을 받아 중국어 ‘没事(儿) 메이스(얼)’에서 비롯된 어원으로 해석하지만 사실은 앙금처럼 오랜 세월을 두고 가라앉은 우리 언어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 깊은 말이며 우리 력사와  문화의 오랜 침점물이다.

광주천자문에 ‘安’의 고어를 알렴이라 새기고 안정의 옛말로 해석하고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三國史記地理志)에 어두형식으로 표기된 ‘安’은 ‘安-阿尸-阿乙’대응관계를 이루어 국어의 차자(借字) ‘을’로 해독되고 있다. 여기에서 ‘安’은 어떤 조건이나 정도가 적당하다로 쓰이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적 경지에 대한 표현은 ‘편안하다’라고도 나타난다. 이는 조선과 연변 그리고 로씨야 연해주 사람들이 쓰는 일럽다의 뜻과 소리가 일맥상통된다. 만주어 ‘elhe’는 평안하다로 해석되고 있어 이를 방증하는 자료로 된다.

우리 말에는 엉덩이와 궁둥이, 웅덩이와 구렁텅이, 예쁘다와 곱다, 곰보와 얼금뱅이, 알맞다와 걸맞다 등 단어들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ㄱ’음과 ‘ㅇ’음이 호상전환 패턴을 이루고 있음을 엿볼 수가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三國史記地理志)에 표기된 ‘安 -阿尸-阿乙’ 대응관계에서 ‘安’은 ‘을’로 해독되지만 ‘安-居知’ 대응관계에서는 ‘글’로도 해독되는 경우가 있다. 일럽다와 괜찮다도 바로  이런 언어변화 과정에서 검토되여야 한다.

연변과 조선 그리고 로씨야 연해주 넓은 땅에서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속 깊이 뿌리내린 사투리는 우리의 진정한 모어로서 쓰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타자로서 배우기가 더욱 힘들다. 거기에 언어가 쓰이는  지역의 기후와 풍토 등과 같이 지리적 여건이나 언어 사용자들의 생활풍습 등 문화적 차이에서 리해하여야만이 옳바르게 사용할 수가 있다. 허나 한국 TV나 영화 등의 대중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어수룩한 함경도 말투는 흉악범을 이끌어내는 아이콘으로 천편일률적이다. 사기전화에서 연변사투리는 극단적인 혐오를 드러내고 조선족 관련 댓글은 어김없이 악성 댓글로 도배된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상황에 놓이다 보니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모어를 천시하게 하고 서울말이 모어보다 훨씬 우수한 언어인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왔다.

한국에서 필자는 종종 연변의 라지오텔레비죤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프로그램 대다수는 내용과 아무 상관 없다. 다만 이런 방송이 모어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설령 그 프로그램이 맘에  안 들어도 자신의 모어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은 연변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처럼 자기 모어로 말하기를 원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기를 원한다.

  반쪽으로는 온전한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반쪽으로 나머지 반쪽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언어표현은 말과 글을 밥벌이로 삼고 있는 일부 출판 언론계의 소유물만이 아니다. 말의 옳바른 표현과 사용법을 판단하거나 지도할 권리도 어느 한 단체에만 속하고 있다고 일부 학자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는 품새이지만 언어 규범화는 오랜 시간을 두고 엄밀한 검토와 균형 잡힌 시각으로 풀어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진정한 언어통일에로 한걸음을 더 가까이 다가설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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