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원의 행복□ 주련화

2020-12-18 09:18:28

출근길에 꼭 지나는 복권점이 있다.

가끔 들려서 2원을 내고 복권 한장을 산다. 어차피 운놀음이니 수자를 고르지도 않고 기계가 토해내는 첫장을 산다.

40년이 넘는 인생에 치약 하나 비누 하나도 공짜로 얻어가지지 못한 내가 500만이라는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0에 가깝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복권을 산다.

복권을 사서 가방에 넣는 순간부터 나는 무한한 상상에 빠진다. 1등에 당첨되면 뭐부터 하지? 세금이 20퍼센트 빠지게 되면 남는 돈은 400만이 되겠다.

먼저 한국에 계시는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싶다. 17년 동안 한국에서 계시면서 온갖 고생을 다했던 엄마. 중국에 오라고 해도 고집을 부리면서 돌아올 념을 안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로후자금이 모아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자식들한테 더 보탬을 주려는 욕심일 수도 있다. 표현에 약한 엄마가 말씀을 안해서 잘 모르지만 내가 아는 엄마는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다.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목돈이 생겼다고 얘기하면 엄마의 귀향길이 앞당겨지지 않을가?

엄마 아빠의 로후자금을 빼고도 돈이 남는다. 그러면 그 나머지 돈으로 방 3개가 딸린 집을 사고 싶다. 딸애와 아들애가 한칸씩 쓸 수 있고 우리 부부가 한칸을 쓸 수 있게 말이다.

아들애의 방은 지중해풍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 사면이 파란색이고 중간에 하얀색 침대가 놓여있다. 밤이 되면 아들애는 하얀 배에 앉아서 넓고 푸른 바다로 항해를 떠나겠지.

딸애의 방은 공주풍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

사면이 분홍색이고 침대마저 분홍색으로 고르고 싶다. 곧 세살이 되여가는 딸애가 행복한 공주꿈을 꿀 수 있게 말이다.

우리 부부의 방은 따뜻한 색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하고 싶다. 성격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이 만나서 많은 트러블이 있었지만 용케도 이겨내고 11년을 같이 살아왔다. 앞으로도 쭉 다른 일이 없이 살 수 있다면 더 바람이 없겠다.

이튿날이면 복권당첨번호가 공개된다. 공개되는 동시에 나의 허황한 상상이 물거품으로 되여 사라진다. 큰 기대를 안했으니 실망도 없다.

그 나이에 말이 되지 않는 상상이나 하고 있냐고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꼭 있을 것이다. 그럼 뭐 어떠랴? 상상을 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었다.

요즘 세월에 2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졌다. 아이스크림마저도 쵸콜레트나 우유가 좀 많이 들어갔다 싶으면  3원을 훌쩍 넘긴다. 그렇다면 2원으로 사는 행복한 상상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지 않은가?

상상은 어차피 공짜인데 굳이 2원을 파냐 하고 의문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꼭 2원을 써야 하는 리유는 내 상상에 종자를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즉 내 상상은 무턱대고 하는 상상이 아니라 근거가 있고 뿌리가 있는 상상이다.

고향을 등지고 도시진출을 해서 타지에서 살아가는 우리 세대들은 짐이 꽤나 무겁다. 위로는 공양해야 할 부모가 있고 아래로는 철부지가 딸려있다. 그리고 악착같이 집 대출 리자를 받아가는 은행까지 가끔은 숨통을 조여와서 삶이 퍽퍽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복권 한장을 산다. 일상으로부터 탈출한 령혼이 또다시 2원이 주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게 말이다.

“老板双色球一张,机选.(사장님 복권 한장 주세요, 랜덤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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