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나들이□ 김춘식

2021-01-15 08:54:20

오늘도 일요일이라 또 중고서점에 갔다. 올 들어 중고서점에 자주 간다. 코로나사태 발생 후, 도서관 출입이 너무 불편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 예방을 위해 쩍하면 림시휴관이 되는가 하면 설사 개관이 되였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운영시간 변경으로 도서관에 출입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였다.

회사에 출근하는 나는 늘 퇴근시간 후에도 잔업을 하는가 하면 휴일에도 특근을 하는 때가 많기에 도서관의 운영시간에 방문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그토록 좋아하는 독서를 안 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또다시 몇년 전처럼 거의 휴일마다 중고서점 출입을  하게 된 것이다. 하긴 전과 다른 점이라면 전에는 서점에서 몇시간씩 머물면서 책을 열람하다가 한두권 사서 서점 문을 나서던 대신 지금은 서점에 들어서기 바쁘게 바지런히 책을 몇권 골라서는 제꺽 값을 치르고 서점 문을 나서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다. 비록 전처럼 서점 안에 손님이 북적이지도 않고 열람석도 여유롭지만 될수록 타인들과의 근거리 접촉을 피하고 싶다.

아무리 너나없이 마스크를 끼고 손 소독을 하고 대화를 줄이고 밀집접촉을 피하느라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상호감염이 될지 모른다. 코로나시대에 요행심리는 금물이다. 설마 이런 곳에서조차? 설마 나한테도?란 ‘설마’도 금물이다. 바로 오늘 서점에 발길을 들여놓은 자체가 일종 모험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포함된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행동수칙이 오늘은 전체 인류의 일상이나 규범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길이고 또 꼭 가야만 할 길이기도 하다. 나와 가족, 친지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 지금껏 잘했던 것처럼 당분간 불요불급한 모임과 외출, 이동과 만남 등을 자제하는 것은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코로나19가 갖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위협하더라도 거리두기를 통해서 코로나19의 류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어디까지나 굳게 믿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 두주가량 자투리시간에 읽을 량으로 시조집을 여섯권 샀다. 나는 현대시를 별로 읽지 않는 대신 한시와 시조는 썩 즐겨읽는다. 그래서 초기에는 한시와 옛 시조를 탐독했고 요즘은 현대시조에 부쩍 취미가 생겼다.

다들 알고 있듯이 동양 3국인 중국과 한국, 일본에는 각각 자기들만의 고유한 시가 형식이 있다. 중국에 한시가 있고 일본에 하이쿠가 있다면 한국에는 시조가 있다. 시조는 우리의 정신과 문화풍토 속에서 생성되고 자라온 문학형식으로, 민족 고유의 자산이다.

이런 맥락에서 누군가는 시조 쓰기야말로 우리 말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고 우리의 얼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새해부터는 시조를 정성껏 읽으면서 시조 쓰기에도 취해볼가 한다. 이 몇해 줄곧 에세이만 쓰던 데로부터 취향을 좀 바꿔 새해부터는 시조, 현대시, 동시 그리고 미니소설 창작에로 정력을 많이 기울일 것이다.

도서관 출입을 못하는 대신 서가에 날로 책이 불어나니 한편 흐뭇하기도 하다. 어려서 책 한 권만 사 들고 집에 돌아와도 무척 기뻐하던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독서인으로서 서가에 책이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큰 수입이 아니겠는가? 수시로 필요할 때 펼쳐들 수 있는 책은 글쓰기에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작가에게 있어서 때때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사들이는 것도 하나의 현명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독서인이자 작가에게 있어서 장서는 많을수록 좋은 것인바 서점 출입이 잦은 것 역시 하나의 의무라면 결코 변명만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출입 대신 서점 출입이 잦아 올해도 또 수십권의 책을 사들이다 보니 비록 돈지갑은 많이 얇아졌지만 대신 장서가 늘어 귀가길의 발걸음은 한결 가볍고 마음은 한량없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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